사운드 클라우드를 뒤집어놓으며 데뷔한 이 소녀
이 끔찍한 문구는 다름 아닌 곡 'bury a friend'의 가사다. 제목부터 친구를 묻어버리라는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도 공포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무섭다. 그리고 이런 무시무시한 노래를 부르는 이 소녀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화제인 18살 천재 뮤지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다.
예술가 부모님 밑에서 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란 빌리 아일리시는 11살부터 작곡을 시작할 만큼 타고난 음악적 감각과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평소 인터뷰를 보면 거침없이 자기 생각과 비속어를 내뱉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틀린 말은 하지 않는 그녀의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에 팬들은 더 열광한다.
빌리는 현재에도 자신의 모든 곡을 프로듀싱하고 있는 친오빠 '피니아스 오코넬(Finneas O'Connell)'과 함께 작업한 곡 'Ocean eyes'로 2015년, 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오빠가 작곡한 곡을 무심코 불렀던 음원이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 되자마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 다음해에 대형 레이블 Interscope와 계약을 하면서 15살이었던 그녀는순식간에 정식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정식으로 재발매된 'Ocean eyes'부터 최신곡 'bury a friend'까지 지금까지 그녀가 발표한 곡들은 매번 이슈가 되었다. 빌리가 풀어내는 음악이야기는 굉장히 독특하고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빌리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몇가지 곡을 추천하려 한다.
▶bellyache
'bellyache'는 빌리가 소속사와 계약 후 처음으로 발매한 곡이다. 특유의몽환적이고 천사 같은 목소리, 어쿠스틱한 선율이 아름답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긴다.
My friends aren't far In the back of my car.
Lay their bodies'
/
내 친구들도 멀리 있지 않아. 내 차 뒷자석에 있지.
걔들의 시체는 뒤에 눕혀있고.
빌리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곡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곡이 맞다. 친구들을 죽이고 후회하며 복통을 호소하는, 즉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저질러 버린 걸 후회하며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을 표현한 곡이다.
▶idontwannabeyouanymore
종종 인터뷰를 통해 자기 혐오적 발언을 했던 빌리. 자기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라며 우울하고 힘들었던 당시 그녀의 상태가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빌리는 가사 속'You'에 자신을 대입해 이렇게 노래했다.
Was I made from a broken mold?
I don't wanna be you
Anymore
/
난 망가진 틀에서 만들어진 걸까?
나는 네가 되기 싫어
더이상
▶you should see me in a crown
항상 함께 곡을 만드는 빌리와 그의 오빠가 영국 BBC 드라마 '셜록 2'를 보던 중 악당 짐 모리아티 교수가 했던 아래의 대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In a world of locked rooms, the man with the key is king.
And honey, you should see me in a crown."
/
잠긴 문의 세상에서, 열쇠를 가진 자가 곧 왕이야.
허니, 넌 내가 왕관 쓴 모습을 보게 되겠지.
이 곡은 몽환적인 보컬에 다크한 사운드가 더욱 짙어져 여운이 길게 남는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빌리의 온몸과 얼굴에 거미가 기어 다니는데 모두 CG 없이 직접 촬영했다고 한다. 그녀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아티스트 정신이 돋보인다.
▶bury a friend
빌리 아일리시의 첫 정식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의 첫 번째 발표곡으로 가장 최근에 발표한 노래이다. 앨범 커버부터 가사, 뮤직비디오까지 기괴하고 무서운 이 곡은 침대 밑에 사는 괴물의 입장에서 쓴 곡이라고 한다.
Billie,
What do you want from me
Why don't you run from me
Like I wanna drown. like I wanna end me
/
빌리, 원하는 게 뭐야?
왜 날 보고 도망가지 않는 거야?
난 가라앉고 싶어. 난 나를 끝내고 싶어
빌리 특유의 감성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점점 더 어둡고 침울해지는 음악 스타일에 그녀의 내면을 걱정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실제로 요즈음 빌리는 SNS나 여러 매체를 통해 갑자기 높아진 인기와 대중들의 관심에 지친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위의 곡 모두 아름다운 빌리의 음색과 멜로디만 듣고 가기엔 아까운 곡들이다. 유니크한 연출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그녀가 노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고 듣는다면 이 음악들이 더욱 보석처럼 빛나고 와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