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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또 다른 M.A가, 무대 밖 수많은 M.A에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리뷰 _ 글 박초희 / 구성 멜론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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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젠더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무대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극장을 중심으로 젠더 프리 공연이 상연되고 있으며 대극장에서는 불필요한 장면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이런 흐름 속에, 여성 투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초연 이후 5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여성 배우의 설 자리가 늘어났다는 것 외에,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 라는 메시지가 지금의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더 큰 울림을 준다.

김소현,김소향 배우 (마리 앙투아네트 역)

출처EMK뮤지컬컴퍼니

장은아,김연지 배우 (마그리드 아르노 역)

출처EMK뮤지컬컴퍼니
그저 한 사람, 마리 앙투아네트 (M.A)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레임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꺼낸다. 사치스러운 악녀가 아닌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었던 마리의 일생을 조명한다. 그렇다고 그녀를 섣불리 피해자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저 통상의 사람들처럼 다층적인 마리의 여러 모습을 찬찬히 보여준다.



극에서 마리는 철없이 파티와 화려함을 즐기면서도, 자신을 비난하는 이에게 샴페인을 권하고 모욕을 용서하는 관용을 보인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욕망하는 허영은 있지만, 프랑스 재정을 생각하며 참는 왕비로서의 책임감도 갖는다. 마리는 그저 자신에게 허용된 범위 내에서 욕망할 뿐 그 이상의 사치를 탐하지 않는다.


2019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또한 평범한 사람이 아닌 왕비 마리에게는 사랑을 지키는 것도 아들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마리는 마리에게 주어지지 않은 사랑과 모성을 위해 분투한다. 마리에게 주어진 화려함과 대비되는 마리가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통해 인물의 층위가 깊어진다.


한 인물을 애정을 갖고 다룬다는 것은 인물의 좋고 아름다운 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종일관 마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해맑고 사랑스러운 한 사람, 사랑하는 남자에게 최고가 되고 싶었던 한 여자, 자식을 목숨같이 사랑하는 한 엄마가 있을 뿐이다.


또 다른 M.A, 마그리드 아르노

출처EMK뮤지컬컴퍼니

그리고 극에는 또 다른 M.A, 마그리드 아르노가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메인 로고인 M.A 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를 동시에 의미한다. 극은 마리와 마그리드를 양 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마그리드는 마리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다. 최상류층인 마리와 반대로 최하층에 위치하는 마그리드는 마리를 증오하고 타도하려 하며 마리와 대립한다. 


작품은 마그리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마리가 만일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극은 마리의 장면 이후 마그리드의 장면이 이어지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마리가 파티장에서 마그리드에게 샴페인을 주고, 마그리드는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빵을 준다. 마리의 선의와 마그리드의 선의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상황은 다르지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마리가 주교의 음모에 분노를 삼키는 장면에 이어서 마그리드는 “더는 참지 않아” 넘버와 함께 분노를 표출한다. 구체적인 상황은 달라도 분노의 감정은 같다. 다른 듯 같은 마그리드를 통해 마리 또한 특수한 환경에 놓였을 뿐 선의를 가진 그저 평범한 인물이며, 분노조차 맘껏 표현할 수 없는 위치였다는 점이 변호된다. 

M.A가 M.A에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 중 마리에 대한 관점이 변하는 인물은 오직 단 한 사람, 마그리드 뿐이다. 극의 중심 서사는 마리를 증오하던 마그리드가 마리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렇게 마리-마그리드의 대립 구조가 해소되면서 극은 보다 깊은 의미로 확장된다.

분노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비난을 집중할 하나의 대상을 찾는다. 정치에 관심 없고 권력도 가지지 못했던 마리는 단지 낯선 외국 여자라는 이유로 재정파탄의 책임을 지는 분노의 타깃이 된다. 이분적 프레임은 사람을 쉽게 현혹한다. 마그리드 또한 그 프레임으로 마리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누구보다 혐오에 앞장선다. 그러나 마그리드는 마리를 감시하기 위해 마리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녀가 마녀나 악녀가 아닌 평범한 한 명의 여자라는 점을 깨닫는다.

마리를 단두대에 서게 한 죄목은 사치도 반역도 아닌 근친상간이었다. 마그리드는 마리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깨닫고 분노한다. 한 여자의 몰락과 종말이, 과연 너희들이 말하는 정의인가? 작품은 마그리드의 입을 빌려 질문하고 있다.


제작사 EMK는 유럽 황실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작품들에 특화되었다. 아름다운 무대, 화려한 드레스, 웅장하고 클래식한 넘버들을 통해 관객들이 대극장 뮤지컬에 기대하는 부분을 가장 잘 충족시켜 왔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이런 EMK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화려한 마리의 드레스와 머리 장식, 멋진 세트, 앙상블들의 합창과 아름다운 선율들은 그 자체만으로 대극장 뮤지컬의 미덕을 모두 담고 있다.


그러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표면적으로는 남성 배우 위주로 공연되는 뮤지컬 시장에서 여성 투톱 주인공을 내세운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한 여성에게 씌워진 차별적인 프레임을 다른 여성이 깨주는 여성 연대의 서사라는 점에서 확장된 시대적 의미가 발생한다. 


마리는 죽었지만, 마그리드는 살아 남았다. 살아남은 무대 위 또 다른 M.A.가, 무대 밖 수많은 M.A.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Enough is enough. 더는 참지 말라고. 

[공연 정보]

공연기간 : 2019.8.24~11.17
공연장 : 디큐브아트센터
관람시간 : 180분 (인터미션 20분)
출연 : 김소현,김소향,장은아,김연지,손준호,박강현,정택운,황민현,민영기,김준현,이한밀,최지이,윤선웅,문성혁,김영주,주아 외
제작 : (주)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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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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