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알렉스 카츠 :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원히 트렌디할 아름다움, 카츠 스타일

조회수 2018. 6. 14. 19:1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글 : 칼럼니스트 남민영 | 구성 : 공연오락반장)

현대미술이 세상을 놀라게 할 무언가를 담을 그럴듯한 오브제를 찾아왔다면, 여기 현존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는 좀 다르다.

세상의 어떤 흐름에도 구속받지 않은 채 자신만의 ‘Katz-ism’을 탄생시키고 싶었던 사람.

그렇게 ‘카츠 스타일’을 만들어 낸 알렉스 카츠가 한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을 넘어 영원히 아름다울 ‘그대들’을 소개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예매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현대무용 공연에 가면 아름답다기 보다, 파격적이고 격렬한 몸짓에 놀랄 때가 있다. 그건 환희와 전율 등 말로는 표한하기 힘든 것들이 동작 하나로 오롯이 전해져 오는 경험이기도 하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이런 체험을 혹은 무용수의 춤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대부분 가장 역동적인 순간, 무용수의 손끝 떨림 하나까지 잡아내어 캔버스에 옮겨두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알렉스 카츠는 다르다. 이번 전시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핵심인 ‘모델과 댄서’ 시리즈의 ‘로라’를 보면 그 차이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예매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그리지 않아서 더 생생하게 보이는 무용수의 댄스

뉴욕에서 활동 중인 무용수 로라를 그려낸 알렉스 카츠는 그녀의 신체가 아니라 얼굴에 집중한다.

작품에는 오로지 로라의 표정만이 담겨있다. 때로는 그 표정보다 그녀의 목선이나 턱의 근육 등이 도드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감은채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크롭되어 작품 밖으로 사라진 신체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인다.

살결이나 주름 하나 그 무엇도 세밀한 묘사가 없지만, 어쩐지 로라의 춤과 그녀가 춤을 췄던 공간의 느낌 이를테면 얼굴을 스치는 바람까지 느껴지는 듯 역동적이다.

댄서 로라를 카츠와 함께 직접 만난 것처럼 생생한 이 체험은 알렉스 카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포인트다.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과 분위기, 느낌, 공간 나아가서는 세상까지도 담아내는 현재성이 그의 모든 작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올해로 92살이 된 알렉스 카츠는 현존하는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이다. 미국 브루클린 태생답게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그는 1950년대부터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현재의 작품 세계에 이르렀다.

배경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배제 시키고 과감하게 단색을 사용하며, 그 위에 표현하는 인물은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고 또 크롭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시류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전통적인 회화 기법에 팝아트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열린 대형 전시다. 드로잉, 초상화, 풍경화, 평면조각 등 그의 작품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70점을 만날 수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신작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 더 뜻깊다.

알렉스 카츠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 시리즈, ‘CK’ 그리고 ‘코카콜라 걸’

카츠는 자신의 아내 아다와 모델, 무용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리즈 ‘CK’와 ‘코카콜라 걸’ 또한 결을 같이한다.

뚜렷한 색의 대비를 통해 우아하지만 강렬한 모습을 뽐내는 작품 속 여인들은 패션잡지 커버나 광고를 연상시키게 할 만큼 감각적이다.

카츠의 작품들이 H&M 등 패션 브랜드와도 밀접하게 같이 협업을 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인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보다 과감한 삭제와 클로즈업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알렉스 카츠의 작업 방식은 화려함보다는 심플함을 선호하면서 브랜드의 로고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캘빈 클라인의 속옷과 일부분 성향이 맞닿아 있다.

알렉스 카츠 역시 우연히 캘빈 클라인의 광고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이 작업이 자신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경험이 될지 깨달았던 것 같다.

어느 날 택시를 탄 그는 뒷자리 TV 화면에 나오던 캘빈 클라인의 흑백 광고를 보고 불현듯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는 곧 아름다운 포즈를 취해 줄 두명의 모델을 고용했고, CK 시리즈는 이렇게 운명처럼 시작되었다.

‘CK’ 시리즈는 알렉스 카츠가 캘빈 클라인의 어떤 광고에서 어떠한 부분에 영감을 받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만큼 멋스러운 작업이다.

그가 처음 보고 반했던 흑백의 광고처럼, 검은색 단색 배경 아래 캘빈 클라인의 속옷을 입은 모델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그들의 신체를 클로즈업하고 크롭하며 캘빈 클라인이 가지고 있는 시크한 매력을 어필한다.

특히 강렬한 빛을 인물로 쏟아지다가 이내 사라지는 듯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이 작품에 딱 부합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제 알렉스 카츠는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의 빛을 좋아해, 이 시간대에 작업한 작품들을 따로 명명할 정도로 흥미로운 작업 패턴을 가졌다고 한다.)

빛이 들어오고 사라지는 찰나가 마치 작품 속에 갇혀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속옷광고에 으레 기대하는 섹시함보다 오묘하고 신비로움 분위기가 감돈다.

알렉스 카츠는 해당 시리즈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콜라주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나왔을 때”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의 작업방식과도 동일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카콜라는 매우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브랜드이다.

미국을 상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이자, 특유의 곡선이 돋보이는 패키지와 시대상을 강렬하게 반영한 CF 등, 코카콜라 자체가 한 시대의 흐름을 읽는 바코드와 같다.

알렉스 카츠는 자신의 세계에 이 코카콜라를 부어 넣었다. 작품엔 대표적인 인물 회화 시리즈처럼, 코카콜라 병이 등장하는 대신 코카콜라 병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곡선의 여체가 등장한다.

빨간색 배경 위에 하얀 무용복을 입은 여자의 뒷모습은, 흰색과 빨강의 대비로 이뤄진 로고가 박혀있는 코카콜라 병을 단박에 떠올리게 만든다. 단순하지만 알렉스 카츠 특유의 감각적인 색채 대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올해 92세의 아티스트가 이토록 트렌디한 감각을 오래토록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놀랍게도, 꾸준한 그림 그리기에 있다.

알렉스 카츠는 오랫동안 영감을 위해 탐색하다가 붓을 들기보다 매일 쉬지 않고 규칙적으로 그림 그리며 생활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작업을 할 때마다 작품을 완성 시키는 것은 아니라곤 하지만, 카츠의 감각적인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92세의 나이에도 매일 작업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 작가의 하루 일과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아내를 뮤즈로 삼은 행운아?!

예술가로서의 알렉스 카츠 그리고 평범한 사람 알렉스 카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명 있다. 바로 그의 아내이자 영원한 뮤즈 아다(Ada)이다.

아다는 알렉스 카츠의 오랜 모델이자, 카츠 스타일에서 보여지는 우아한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자신의 아내를 매우 사랑한 알렉스 카츠는 아내 아다의 초상을 1957년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도 그려오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아다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돋보이는 작품은 환하게 웃고 있는 아다의 초상이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다의 여러 모습으로 그는 6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녀가 항상 아름다웠음을,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있는 존재임을 만인에게 확인시켜 준다.

250점이 넘는 아내의 초상만큼 훌륭한 연서가 또 어디 있을까 싶은데, 알렉스 카츠는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아내, 아다를 뮤즈로 삼을 수 있었던 자신은 행운아라고.

전시장에서 함께 알렉스 카츠의 스타일을 구경하는 귀여운 관람객, 컷아웃

이번 전시에는 그의 드로잉 작품부터, 인물 초상 못지않게 유명한 알렉스 카츠의 풍경화들도 만날 수 있다.

자신이 본 풍경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한편, 전시장 곳곳에 마치 관람객처럼 놓여진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컷아웃’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는 알렉스 카츠의 평면조각들이다. 앞서 말한 ‘로라’ 시리즈를 감상하다 뒤를 돌아보면 마치 다른 관람객들과 비슷한 포즈로 서 있는 이 ‘컷아웃’ 작품들을 만날 수있다.

‘컷아웃’은 금속판에 그림을 그려 이를 윤곽대로 잘라낸 형태로, 흔히 조형물에 기대하는 입체적인 모습은 아니다.
다만 이 평면조각들이 모습이 전시 공간에 놓이면서, 마치 그림 속 인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주며, 이는 작가의 붓터치가 마치 현실에서 이뤄진 것 같은 환상을 안겨준다.

남들과는 다른 것을 그리고 싶었고 그 속에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던 알렉스 카츠.

많은 사람은 자신이 듣고 보고 깨달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길 원하고 그건 알렉스 카츠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 아름다움을 박제하길 원하지 않았다.

카츠의 작품에는 아름다움이 멈춰있기보다 그가 느낀 아름다운 순간들이 계속해서 리플레이 된다. 마치 내내 우리가 이 거장의 옆에서 작업 장면을 지켜본 것처럼 혹은 카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순간이나마 가진 것 같은 기묘한 경험이다.

* 전시정보
일시 : 2018.04.25 - 2018.07.23
장소 : 롯데뮤지엄
금액 : 성인 1만 3000원 / 청소년 1만원 / 어린이 7천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예매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