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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혼술 SNS에 자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조회수 2021. 5. 17.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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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 "진정한 소통은 좋은 이별로부터"

“내 영화 어렵거나 철학적인 이야기 아냐”
“공승연이 가진 야누스 그려내고 싶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진아를 주인공으로 깊은 관계 맺기를 꺼려하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들춰본 작품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변을 돌아보고 소소하지만 진심 어린 관심을 전하기 위해 ‘좋은’ 작별인사를 건네야 한다는 홍성은 감독. 그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메가폰을 잡은 홍성은 감독은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 본 기사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기획한 계기가 따로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 20대 중반부터 혼자 살았는데, 생활이 참 마음에 들더라. 외롭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고독사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문득 눈물이 나더라. 왜 그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반응했을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얼마나 안전하게, 오랫동안 이렇게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사실 혼밥과 혼술을 SNS에 자랑한다는 것도 양가적인 감정으로, 되레 소통하고 싶은 마음의 연장선이지 않겠나. 이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시작하게 됐다.

공승연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의외다. 물론 연기가 대단히 훌륭했지만, 진아보다는 밝은 이미지로 소비되던 배우가 아닌가.

= 사실 외적으로 봤을 때 미인이지 않나. 관객에게 좀 더 호감이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단 의외성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진아라는 캐릭터에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와 함께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더라. 그를 통해 영화에 활력을 주고 싶었다. 마침 공승연 배우가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섭외를 시작했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발랄한 모습보다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더라.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영화에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굉장히 열의가 있고 성실한 배우다. 진아를 닮았고,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게 참 든든했다. 최근 승연씨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당시 본인도 불안했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단단하고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본인이 티를 내면 주변에 많은 영향이 가니 티를 안 냈던 것이다. 정말 여러모로 감사하다.”

영화의 연출이 담백하더라. 여러 기교를 부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장면에서 오히려 힘을 뺐다.

= 당연히 예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의 이미지와 실제에서 차이가 있다. 글에서는 복잡한 로케이션도 많고, 그만큼 장소에서 기인하는 힘이 느껴지도록 썼다. 하지만 막상 찍으려다 보니 예산 내에서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어차피 불완전하게 보여질 것이라면 차라리 진아만 따라가되, 그의 인식 범위 안에서만 세계를 보여주자고 결정했다. 진아가 보고 있는 공간과 듣고 있는 목소리에만 집중했고, 그의 세계가 흔들릴 때만 낯선 느낌을 주기 위해 풀 샷으로 빠졌다.


그렇게 진아만을 따라가며 그의 심리를 쫓다 보니, 진아의 변화가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그의 전사(前事)도 자세히 그려지진 않으니까.

= 사실 애초부터 어떻게 진아가 이런 사람이 됐는지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시작점은 가정사지만, 사람이 가정사 하나로 진아처럼 되진 않는다. 대신 그가 일하는 콜센터라는 환경을 부각하고 싶었다. 진아의 폐쇄성에 대해 힌트를 주는 공간이다. 팀장(김해나)과 수진(정다은), 진아의 관계를 통해서 은유하고 싶던 것이 있기도 했다.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서 진아의 심리를 비유하고 싶었고, 진아가 팀장으로부터 받지 못했던 애정과 희망을 아랫사람인 수진에게 물려주는 것을 보여준다면 영화가 희망적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의 결말이 의외다. 영화의 시작이 단절된 진아의 관계를 보여줘서, 결국엔 ‘관계 맺기’로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 헤어지기’로 향한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의 시작이 오히려 잘 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더라.

“시나리오를 리뷰 할 때부터 잘 화해하고, 새롭게 사랑하는 방식으로 끝내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 영화 안에서 그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그리기 어렵겠더라. 언젠가 진아가 더 밝아질 순 있겠지만, 영화 안에서는 그냥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진아의 모습에서 끝내고 싶었다. 이 영화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진아는 작별인사를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여러 사건을 통해서 작별인사를 제대로 함으로써 우리가 여전히 연결돼 있고, 중요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불확실하기 때문이지 않나.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떠날 수도 있고, 그래서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만 맺고. 그게 진아의 모습이고, 진화가 변화하는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잘 하면 우리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생각할 단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차기작이 기다려지더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로맨스 장르를 하고 싶다.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고 싶다. 요즘 생각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로맨스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에게 갖는 신기함과 환상, 그러나 막상 인간이 되어보니 여전히 느끼는 외로움. 이런 감정을 그려보고 싶다.


첫 장편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말해달라.

= 개봉을 준비하면서 이런 인터뷰 자리가 굉장히 부담이었다. 그럴 때마다 촬영 당시를 생각한다. 작은 영화니 개봉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눈 앞을 꽉 채운 카메라와 사람들을 훨씬 견딜만해 지더라. ‘얼마나 좋은 일이야’하고 감사하고 있다. 신기하고 즐겁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렵거나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진아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공유한다면 그것이 이 작품을 선보이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취겠다. 나는 깊이가 얕은 사람이다(웃음). 많은 분들이 보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신다면 참 뿌듯하고 즐거울 것 같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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