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10년 차.. 이제는 진짜 배우 된 것 같아요"

조회수 2021. 5. 17. 17: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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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승연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공승연이 그려낸 외로움과 말 없는 위로
“이제는 밖에서 배우라고 말할 수 있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주연을 맡은 배우 공승연을 만났다. 기존 드라마와 예능으로 선보였던 감정 변화가 다채로운 얼굴과는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은 ‘종이 인형’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영혼이 마모된 듯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데뷔해 연기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차인 공승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정연의 친언니로도 유명세를 치른 바 있는 그는 새로운 도전을 바랐던 것일까. 13일 오후 마포구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공승연과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은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진아가 주변 인물들과 엮이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언제나 홀로이고 싶고 그런 삶이 평온하다 여기던 진아는 여러 사건을 마주하며 삶의 터닝포인트를 겪는다.

공승연은 바로 그런 주인공 진아를 연기했다. 탁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경계하고 밀어내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나는 우울과 고독을 마주한 진아. 그 어떤 취향도, 활력도 느껴지지 않는 그는, 삶이 주는 상처에 감정이 마모된 채 살아가는 흔한 현대인의 표상이다.

앞선 작품들을 통해 다채로운 표정과 매력을 선보였던 공승연이 연기했다고는 믿기 힘들만큼 다른 얼굴을 한 진아. 공승연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아를 만났고, 스크린에 옮기기로 결심했을까. 2012년 데뷔해 연기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든 공승연.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진아 뿐만 아니라 공승연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내게 들어온 작품이 맞는지 의심까지 했다. 그 동안 영화를 많이 해보지도 못했고, 주연으로 이끌어갔던 작품도 없었는데, 이런 큰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이 잘 믿기질 않았다. 진아라는 캐릭터와 내 얼굴이 부합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특히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인물이라 부담이 됐다. 그 동안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감정의 변화도 크게 없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캐릭터라 감정을 연결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걱정을 했다.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감독님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많은 용기를 줬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 동안 내 연기를 봐오기도 했고, 얼굴과 목소리가 본인이 생각하던 진아와 똑같다고 하더라.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될 것 같더라. 덕분에 지금 이자리 까지 올 수 있었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부담스러웠다는 말과 달리 스크린에 비춰진 공승연은 미묘한 눈빛의 떨림과 표정의 변화로 휘몰아치는 내면을 탁월이 표현해 박수를 불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을 수상해 배우로서 자신의 재능을 여실히 입증했다.

“10년 동안 배우를 하며 연기자로서 상을 받은 것이 처음이다. 그 동안 뉴 스타상이나 아이콘상 등은 받았지만, 연기로 인정받았던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받게 된 상이 유독 큰 의미가 됐다. 수상 당시 ‘수상소감을 멋지게 하고 와야지’하고 올라갔는데, 입을 떼자 마자 블랙아웃이 와서 제대로 말도 못하겠더라.

정말 감격스럽고, 좋은 상을 주신 덕분에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코로나 19 전에 촬영했던 작품이라 ‘내가 연기를 못해서 아무 소식이 없나’ 싶었는데, 이제는 개봉까지 앞두게 됐다. 감독님 덕분에 새로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수상 당시의 떨리는 마음을 전하며 영화의 연출을 맡고 그를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했던 홍성은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린 공승연. 허나 겸손을 표한 그의 말과 달리 실제 영화 속 공승연의 표현력은 지극히 섬세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가 바라본 진아는 어떤 인물이었고, 어떻게 그리고자 했을까.

“진아라는 친구는 실제 나와는 교집합이 많이 없다. 그래서 연기가 힘들기도 했다.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질문지를 꽉 채워 갔다. 다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진아처럼 관계에 대해 여러 고민들이 있으셨을 텐데, 나 역시 그런 감정을 위주로 진아와 가까워졌다. 진아는 혼자 잘 살고 싶고, 오롯이 서 있고 싶은 친구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살이를 조금씩 익혀가는 인물이다.

주변과 담을 쌓는 캐릭터인데다 남의 시선에도 크게 개의치 않아서 옷도 많이 없다. 비슷한 옷, 가방을 입고 등장하고, 실제 내 옷과 감독님의 옷을 촬영 현장에서 즉석으로 입기도 했다. 무채색의 느낌이 나길 원했다.”


무채색을 원했다던 말마따나 진아는 일관된 무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진아를 통해 관계로부터 도망하고자 하는 우리네 현실을 직면케 한다. 혼자이기를 원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외로움에 대해, 진정한 소통을 위해 좋은 작별인사를 건네야 한다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은 터닝 포인트를 겪으며 달라진 진아와 같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마음가짐 역시 달라졌음을 털어놨다.

“매 작품을 마칠 때마다 성장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는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도 들어서 큰 힘이 생겼다. 진짜 배우가 됐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그만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어딜 나가서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게도 터닝 포인트다.

덕분에 이제는 겁을 내지 않고 인연이 되는 작품이면 다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한계가 어디인지 직접 부딪혀봐야 알지 않겠나. 올해 ‘핸섬 가이즈’라는 영화도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이다. 단편 영화도 두 편 찍었다. 올 한해는 아주 풍족하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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