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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 감독&하니가 이야기하는 '청소년 학폭과 낙태'

조회수 2021. 4. 8.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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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른들은 몰라요' 그 많던 진창은 누가 다 만들었을까

일말의 동정심도 앗아가는 비틀린 아이들
‘리얼하다’고 평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

이환 감독의 전작 ‘박화영’은 불량 청소년, 소위 ‘일진’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들춰내 호평과 논란을 동시에 빚었다. 누군가는 ‘과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진 미화가 없어서 좋았다’고 평했던 ‘박화영’. 이환 감독은 극 중 캐릭터 세진을 꺼내와 다시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아이돌 그룹 EXID 하니(안희연)가 연기자로서 첫발을 뗀 작품이기도 한 ‘어른들은 몰라요’. 다시 한번 거칠고 참혹한 그네들의 세상을 들춰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환 감독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18세 세진(이유미), 덜컥 임산부가 되어버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거리를 떠돌던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안희연)을 만난다. 처음 만났지만, 순식간에 절친이 된 세진과 주영. 위기의 순간 나타난 파랑머리 재필과 신지까지.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8년 10대들의 리얼 생존기를 그려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렀던 영화 ‘박화영’에 이어 이환 감독은 비행 청소년들의 현주소와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리얼리즘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쟁이나 깡패들의 삶,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이 스크린에 옮겨진 것을 보고 “참 리얼하다”는 말 등으로 평한다. 실제로 느끼거나 관찰해본 적이 없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리얼함’의 여부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피력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출신의 대표적인 미디어학자이자 문화 연구자인 존 피스크는 자신의 저서 ‘텔레비전 문화’를 통해 우리가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모습이 구현될 때 그를 ‘리얼함’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리얼리즘은 우리가 ‘리얼하다고 믿는 무언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어른들은 몰라요’는 참으로 ‘리얼’하지 않았다. ‘박화영’에서도 그려졌던 거침없는 욕설과 폭력은 여전했지만,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의 성격, 그네들 사이의 관계가 보는 이를 납득시키기엔 극단에 머문 지점들이 많았다. 이렇다 할 전사나 설명 없이 너무나 간단한 이유만으로 이들은 동행하고, 싸우며, 의지하다, 헤어진다.

어쩌면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참혹하고, 바보 같으며, 안쓰럽고, 분노가 치밀기에 ‘현실적’이라고 믿기 싫었을 수도 있겠다. 영화는 세진의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시작해 낙태를 위한 여정을 그리는데, ‘박화영’에서도 그랬듯 이들을 향해 이환 감독은 조금의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물리적인 폭력과 이들 사이의 서열 싸움 따위는 보다 덜어냈지만, 정신적인 압박감만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몰아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하려는 시도 덕분에 되레 사실감과 동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관객의 시선을 빼앗기 위한 연출로 여겨지는 것이다. 세진은 여전히 일말의 불쌍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선적이고 위선적인데, 그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꾸려지는 이야기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성적인 선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진을 비롯해 ‘낙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이들은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늪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진창 속으로 파고들기만을 계속한다. “저런 아저씨들이 있으면 우리도 계속 이럴 수밖에 없어요”라던가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라는 대사로 감정적으로나마 이들의 행태를 변호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만이 계속되다 보니, 영화는 오로지 분출되는 감정만이 난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의 삶이 이리도 끔찍하다는 것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함의를 담아내거나 관객을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시야가 좁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지만, 배우 안희연의 발굴은 놀랍다. 이환 감독은 가수 활동만을 왕성히 하던 안희연을 보고 극의 중요한 흐름을 이끄는 캐릭터를 맡겼는데, 결과가 참으로 대단하다. 물론 군데군데 과함이 엿보이기도 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는바 역시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떤 면에선 주인공보다 더 큰 매력을 발하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굳건히 했다.

요컨대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거칠게 그려진 작품이다. ‘박화영’에 이어 이환 감독 특유의 비틀린 캐릭터에 대한 독창적 구현이 눈에 띄지만, 지나친 감이 있어 반감을 부르기도 한다.

개봉: 4월 15일/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감독: 이환/출연: 이유미, 하니, 신햇빛/제작: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배급: 리틀빅픽처스/러닝타임: 12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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