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자산어보' 속 어부되는 것보다 어려웠던 건"

조회수 2021. 3. 24. 18:0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터뷰] '자산어보' 변요한 "일도 하고 사람도 얻은 감사한 작품"

“좋은 배우 전에 좋은 사람 되고파”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선배, 참 좋은 어른”

배우 변요한이 돌아왔다. 2011년 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해 드라마 ‘미생’, ‘육룡이 나르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출중한 연기 재능을 입증했던 변요한. 그는 ‘동주’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흑백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 전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이미지를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함께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변요한은 극 중 주인공으로, 약전과 함께 서로를 스승 삼아 책과 바다를 공부하게 된 창대를 연기했다.

드라마 ‘미생’과 ‘미스터 션샤인’ 등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변요한은 능청스럽고, 가벼울 것만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허나 직접 만나본 그는 상상과는 정 반대의 성격이었다.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내뱉던 변요한은, 마치 진중함의 대명사 같은 인상을 줬다.

해서 더욱 궁금해졌다. 이다지도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배우가 ‘자산어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산어보’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충무로의 기대주에서 이제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다진 변요한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자산어보’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선배 두분 모두를 존경하는데, 함께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다. 이준익 감독의 모든 작품을 봤고, 설경구 선배의 작품도 나만의 명작 리스트에 꼽혀있다. 특히 감독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은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작품을 마치고 든 생각은 좋은 감독인 이전에, 좋은 어른이라는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과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현장이었다.

평소에도 시나리오를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꼼꼼하게 봤던 것 같다. 창대라는 인물이 분명 나와 닮았는데, 내 그릇으로만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한숨을 푹 내쉬었는데,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가 창대와 닮아있는 것 같았다. 그분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그렇게 촬영 현장에 갔다.

- 창대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떤 과정이었나. 정약전과 달리 대부분의 것들을 새롭게 창조해냈어야 했는데, 이준익 감독은 ‘창대는 변요한이 다 한 것’이라고 하더라.

= 감독님께서 내가 만들었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사실 나는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놀기만 했을 뿐이다. 창대로써 숨쉬고 싶었고, 그냥 내 몸을 던져서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살아 숨쉬게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어부로써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 노를 젓는 방법이나, 물고기를 낚는 법, 헤엄치는 법, 사투리 등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창대의 마음과 신념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약전과 창대를 바라보는 눈빛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창대의 신념을 만들고, 시각을 만들었다.

- 고심한 과정이 충분히 묻어나서 인지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일색이다.

= 호평이 나왔다니 너무나 감사하다. 그만큼 기쁜 일이 없다. 사실 창대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 더 잘하고 싶었다. 알고 싶어서 파면 팔수록 겉돌게 되어서 난감했다. 처음에는 흑백영화인지라 나의 표정과 눈빛이 그대로 들어날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첫 촬영 때 감독님이 뭘 하려고 하지 말라더라. 그 말이 내게는 서툴더라도 진실되게 다가가자는 말로 들렸다. 그때부터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거짓말 없이, 조금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창대로써 말할 수 있도록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던 것 같다.

- 그렇게 창대로 변하고 난 후 바라본 정약전은 어떤 인물이던가. 또 그를 연기한 설경구와의 호흡은 어땠는지도 말해달라.

= 약전은 창대의 시각에서 사학죄인이었다가, 스승이었다가, 벗이 됐는데, 영화가 끝난 후 나에게는 아버지 같더라.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참 좋은 어른이다. 설경구 선배도 그러했다. 후배로써 배울 점이 너무 많았는데, 특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카메라 앞에 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사적으로도 참 따뜻하신 분이다. 정말 많이 의지하고, 따랐던 것 같다. 선택하시는 언어와 행동 하나하나가 보여주기 식이 전혀 없었다. 누구보다 진솔하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다.

- ‘자산어보’ 전후로 달라진 점이 많은 것 같다. 연기와 인생에 있어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변화가 생겼나.

= 정말 많이 바뀌어서 어떻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먼저 정말 좋은 어른들을 만났다. 마음이 부자가 된 것만 같다. 언제든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나를 믿어주시는 분들도 계시다는 것이 참 든든하다. 일도 하고, 사람도 얻은 감사한 작품이었다. 예전의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한 단계씩 더 나아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이번 작품으로 만난 좋은 어른들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정직하고, 정의롭게, 잘 살고 싶다. 진정성이 있는 척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하면 내 그릇도 넓어지고, 사람도 많아지고, 좋은 배우도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를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실수를 눈감아주는, 그러면서도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극장 개봉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