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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꿈꿨던 20대 이주여성의 처절한 삶

조회수 2021. 3. 26.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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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카'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지독한 현실과 처절한 삶
오늘을 위해 내일을 팔아야 하는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현실을 그대로 옮겨 담은 영화 한 편이 관객과 만난다. 지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아이카’다.

늘어나는 빚에 쫓기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모스크바로 도망 온 20대 이주여성 아이카(사말 예슬라모바). 원치 않던 임신이었지만 결국 출산해야 했던 그는,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기를 버려둔 채 병원에서 도망친다. 첫 젖을 물리기도 전에 아기를 두고 떠나야 했던 아이카는 몸도 채 추스르기 전에 닭 도축 공장으로 출근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당장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오늘도 거리를 헤매며 일자리를 찾는다.

영화 ‘아이카’(감독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는 갓 낳은 아기를 두고 병원에서 도망친 20대 이주여성 아이카의 삶을 조명한다. 데뷔작 ‘툴판’으로 이름을 알린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과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가 10년 만에 합을 맞춘 작품으로, 사말 예슬라모바는 아이카의 몸짓과 표정, 호흡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명 연기로 지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누군가 창 밖에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시상을 떠올릴 때, 차가운 눈송이를 어깨에 이고, 날카로운 바람을 헤치며 일감을 찾아 다녀야 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 ‘아이카’는 바로 그런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이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었던 이유일까, 영화는 거칠고 팍팍하며, 내일의 희망도, 오늘의 기쁨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의 처절함을 여과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속 도통 나아질 기미가 없는 아이카의 삶은 주로 핸드헬드와 롱테이크, 클로즈업 샷을 활용해 그려졌다. 이는 위태로운 외줄타기 같은 현실과 극도로 불안한 아이카의 내면을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날 것 그대로 그려진 모스크바 이주민의 삶은 음울한 감상을 남기고, 갓 출산한 아이마저 버리고 떠난 아이카의 큰 눈 아래는 절망과 공포, 분노가 뒤섞인 광기가 엿보여 섬뜩하기까지 하다.

러닝타임 내내 아이카는 땀에 찌든 채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고통 섞인 한숨을 내쉰다. 이야기는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이 그저 벼랑 끝으로 아이카를 내몬다. 답답한 아이카의 마음을 따라 관객 역시 그의 가혹한 운명을 저주하고 벗어나고픈 욕망에 휩싸인다.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상상에 머문 것이 아니기에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불편한 마음을 부여잡도록 만든다. 드보르체보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출산 직후 아기를 포기한 200여 명의 이주민 산모들에 대한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즉 아이카의 이 처절한 삶은 누군가의 상상이나 과거의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곁에 없으나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는 실존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화는 핸드헬드, 롱테이크, 클로즈업 샷을 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보는 이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되지만, 누군가는 심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 핸드헬드는 정신이 없을 것이며, 롱테이크는 지루하고, 클로즈업 샷은 답답할 수 있다. 요컨대 영화를 가볍게 즐기고픈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우나, 사말 예슬라모바의 연기와 절망만이 가득한 아이카의 삶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개봉: 3월 25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출연: 사말 예슬라모바/수입: ㈜달빛공장/배급: ㈜디오시네마/러닝타임: 11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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