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의 히로인, 광기 품고 돌아왔다

조회수 2020. 11. 25. 11:1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리뷰 | 박신혜X전종서 '콜'..신예 이충현 감독의 성공적 데뷔작

색다른 감각과 스타일
전종서 강렬한 존재감…화면 압도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뒀다. 2015년 영화 ‘몸 값’을 통해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는 이충현 감독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감각과 스타일리쉬한 연출이 화면을 압도하며 보는 이를 사로잡았다. 

출처: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이란 이름의 낯선 여자와 전화를 하게 된다. 당황도 잠시, 서연은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숙은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모든 것이 바뀐 현재에 감사하며 영숙에게 닥친 위협을 알려준다.


서로의 안녕을 위해 전화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바꾼 서연과 영숙. 허나 모든 것이 행복해지리라는 서연의 기대와 달리 상황은 점차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끔직한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은 폭주하며 서연을 위협하고, 모든 것이 뒤얽혀 헤어나오기 힘든 운명의 실타래로부터 서연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2015년 영화 ‘몸 값’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박신혜와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출처: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단편 ‘몸 값’의 색다른 전개와 반전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충현 감독, 그는 ‘콜’을 통해 자신만의 신선한 감각을 다시 한번 선보이며 재능을 뽐냈다.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 구성과 감각적인 연출이 보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화면에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그만의 감각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풍부한 미장센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베테랑 감독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시간’을 주요 소재로 다뤘음에도 ‘콜’은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뒤얽힌 타임라인과 사건에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었음에도 영화는 거침없이 곁가지를 쳐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언뜻 과한 특수효과가 잠시간 영화의 호흡을 흩트리기도 했으나, 이내 곧잘 수습하곤 무리 없이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하는데 성공했다.  

출처: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혹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적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여러 설명을 위해 사족을 붙이는 것보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꾸려감으로써 얻어낸 밀도가 영화의 매력을 상당 부분 증폭시킨다. 에릭 브레스 감독의 ‘나비효과’(2004)가 사소한 변화가 초래하는 여러 미래들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면, ‘콜’은 과거와 미래가 뒤바뀜으로써 발생하는 극한의 서스펜스를 중점적으로 담아냈다.


영화 ‘버닝’(2018)으로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던 배우 전종서 역시 ‘콜’만의 날카로운 무기다. 그가 그려낸 영숙은 천진난만한 소녀 같기도 하고, 지독한 악마의 화신 같기도 하다. 시종일관 광기를 발하며 영화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전종서는 도무지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을 압도했다.

출처: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또 다른 버전의 ‘곡성’(감독 나홍진)을 마주하는 듯해 기대에 부풀었으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중심을 잃은 듯해 아쉽다. 기초는 탄탄히 쌓아 올렸으나 뒷심이 부족했던 듯 정리 없이 어지럽혀진 그대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열린 결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다양한 해석을 부르기보다 당혹감만을 자아낼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


주목할만한 신예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작이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이야기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작고 좁은 화면이 아닌, 넓은 스크린과 깊은 사운드가 바탕이 됐다면, 보다 깊은 인상을 남겼을 터다. ‘몸 값’에 이어 이충현 감독의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과 색다른 감각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번 높인다.


개봉: 11월 27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이충현/출연: 박신혜, 전종서/제작: ㈜용필름/배급: 넷플릭스/러닝타임: 112분/별점: ★★★☆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