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조회수 2020. 10. 2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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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젊은이의 양지' 거대한 수레바퀴에 짓이긴 청춘의 목소리

무거운 마음으로 빚어낸 신수원 감독의 세계

고통 속에도 멈출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의 자화상

신수원 감독의 신작 ‘젊은이의 양지’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멈출 수 없는 자본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신음하는 청춘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신수원 감독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한 화법이 돋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카드사 추심 콜센터 실습생, 19살 준(윤찬영)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기저귀를 차고 일하지만, 오늘도 야근을 하고 나서야 어렵사리 할당된 콜 수를 채운다. 얼굴도 모르는 이를 향해 연체된 카드 값을 갚으라 독촉하고, 또 다른 이들로부터 험한 욕설을 듣지만, 언제나 ‘사랑합니다’와 밝은 미소를 띄우고 있어야 하는 준. 


그는 카드 연체금을 직접 받으러 오라는 고객의 말에 집으로 찾아가지만, 이내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고 패닉에 빠진다. 돈이 만든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과, 그들을 외면하는 비정한 사회.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준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신수원 감독 신작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라오는 의문의 단서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들춰왔던 신수원 감독이니만큼, 이번 작품 역시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사안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꼬집고 싶었던 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삶. 돈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짓이겨 신음하고 있는 청춘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며 핑계 삼는 이들의 모습이다.


이야기는 콜 센터 실습생 준과, 인턴 미래(정하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진 작가가 꿈이었던 준은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게 될수록 진정한 자신만의 미소를 잃어버리고, 대기업 정직원이 꿈인 미래는 숨막힐듯한 불안감과 고립 속에서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다. 언젠가 꿈과 희망이 가득 차 있었을 그들의 눈빛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어른들의 무책임함 속에 영롱함을 잃어버린다.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처절한 모습을 대변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한번 기울어진 운동장 앞에 좌절한 이들과, 돈의 위력에 쫓겨 자아를 상실한 채 쳇바퀴를 돌게 되는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 스크린에 수 놓인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진 채 한숨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부끄러워진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청춘의 대척점이자 무책임한 어른의 표상으로 등장하는 세연(김호정)에게도 나름의 변경거리는 분명하다는 것이 영화가 짚어내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일 수 있겠다. 세연 역시 피해자임에도 준의 자살은 세연의 잘못으로만 귀결된다. 유가족은 세연을 향해 사과하라 목소리를 높이고, 본사는 조용히 덮어야 할 것이라며 책임을 강요한다.


허나 세연 역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 월급을 받지도 못한 채 힘겹게 일했던 기억이 있고, 센터장인 지금도 ‘본사’ 사람의 한 마디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파리 목숨의 직장인일 따름이다. 그는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세연을 향해 책임을 묻는다.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사과하라’고 말한다.


물론 세연은 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양상으로 몰아붙인 ‘본사’는, 우리 사회의 엉성한 구조는 책임에서 비켜간다. 누구보다 발버둥쳤던 세연만이 헤어나올 수 없는 죄책감의 그물 속에서 몸부림 친다. 감정적인 날카로움에 빠져 누군가의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고집은 사건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세연을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한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분명하게 담긴 영화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따져보자면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 몇몇 장면은 화면과 대사가 어긋나 있고, 개연성이 부족해 납득하기 힘든 전개로 흘러가기도 한다. 휘몰아치는 감정선 사이에서 고뇌하는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달리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속도감이 없어 스릴러를 표방한 듯한 장르적 재미 역시 부족하다.


개봉: 10월 2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 최준영, 김보윤/제작: 준필름/배급: ㈜리틀빅픽처스 /러닝타임: 11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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