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감독이 밝힌 박소담 캐스팅 비하인드

조회수 2020. 8. 27. 15: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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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후쿠오카' 장률 감독 "박소담은 대선배 앞에서도 쫄지 않아"

“세 배우 모두 독특한 매력”

“윤동주 시인의 정서, 후쿠오카에 남아있다”

영화 ‘후쿠오카’가 개봉했다.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 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후쿠오카 여행을 담은 이야기로, 박소담과 권해효, 윤제문이라는 쉽게 떠올리기 힘든 독특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장률 감독은 “세 배우 모두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제문은 ‘군산’에서 처음으로 같이 했다. 분량도 적고, 아주 잠깐 나오는데도 이상하게 공간과 화면을 채워버리더라. 그 친구 연기의 힘인 것 같다. 자기 욕심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들어온다. 당시에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고, 한 번 더 하고 싶었다. ‘군산’ 찍기 전에 그 친구가 한 작품들 살펴보는데, 특정한 한 면만 가지고 소비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다른 면도 많은 배우다.   


박소담도 ‘군산’에서 만났다. 좋은 경험이었고, 이 배우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현장에서 열심인 것은 당연하고, 대선배들이 나오는데도 쫄지 않고 배역을 잘 소화하더라. 그래서 ‘군산’이 끝나고 같이 한편 더 하자고 제안했다. 권해효는 원래 친절하고 낯가림이 많이 없는 사람인데,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만나 나에게 말실수를 했다. ‘언제 한번 같이 작품 해요’라고 하길래 덥석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웃음)” 

그렇다면 세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일본 배우 야마모토 유키는 어떻게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이렇다 할 연기 경력이나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는 신인임에도 장률 감독은 그를 위해 없던 배역까지 탄생시켰다.  


“유키는 일본 지방 도시에서 연극을 하는 친구다. 일본의 아는 PD가 소개를 해줬다. 당시 유키가 20시간 정도 되는 촬영을 마치고, 쉬지도 않고 인사를 왔는데, 힘들 것이 뻔함에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더라. 미묘한 무엇인가가 있어서 눈길이 갔고, 캐스팅했다. 원래는 유키의 역할도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해효와 제문은 후쿠오카에서 만나 화해를 하는데 소담은 아무도 상대가 없어 억울할 것 같더라. 그래서 원래 일본 서점의 할아버지 역할을 유키로 바꿨다.” 

박소담과 권해효, 윤제문, 유키만큼이나 ‘후쿠오카’에는 또 다른 인물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생을 마감했던 시인 윤동주다. ‘후쿠오카’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여러 번 읊어지고, 해효와 제문이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은 윤동주가 노래한 사랑의 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순이’다. 영화 속 순이는 후쿠오카 출신 재일동포로 해효와 제문의 첫사랑이자, 28년 전 두 사람을 떠나간 후 귀신처럼 사라진 인물이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을 자주 가는데, 그의 생애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기보다, 그가 거닐던 마을을 산책하곤 한다. 그럴 때 공간에, ‘이 시인의 시가 있구나’하고 느껴진다. 후쿠오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광복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돌아가셨는데, 후쿠오카에 그의 시와 정서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후쿠오카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기도 한다. 현지 관객과 만나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읊는 이들이 있었다.   


해효와 제문이 사랑했던 여인의 정서도 이런 윤동주의 시처럼 그 공간에 머물고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80년대 격변기의 청춘을 보낸 해효와 제문에겐 마찬가지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의 아름다운 정서가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랑의 전당’과 ‘자화상’을 영화에 담게 됐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후쿠오카에서 느껴졌다는 장률 감독, 그는 영화를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에서 발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이야기보다 공간에서 나오는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영화인 이상 이야기는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결국 만든 것이지 않은가. 감정이 훨씬 중요하다. 만들어진 이야기에는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그렇다. 서로 만나서 어떤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반성을 토로하는 것이 제일 소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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