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이 돌아왔다?!

조회수 2020. 8. 6.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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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부다페스트 스토리' 씨네필 위한 클래식 서스펜스

영화 ‘부다페스트 스토리’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헝가리 필름 어워즈에서 수상행진을 이어오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서스펜스의 거장이라 불렸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흔적이 엿보여 반가운 감상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시절. 천재적인 사기꾼 청년 한코(사보 킴멜 타마스)는 전쟁 도중 실종된 사람들의 가족에게 거짓 소식으로 희망을 주고, 그 보상으로 생활을 연명하고 있다. 허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내 사기 행각이 들통 난 그는 부다페스트에서 도망치다 숲 속에서 아들과 살고있는 유디트(비카 케레케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유디트의 남편 빈체(몰나르 레벤테)가 돌아오고,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영화 ‘부다페스트 스토리’(감독 사스 아틸라)는 달콤한 거짓말로 가짜 희망을 선물하는 천재적인 사기꾼 한코가 우연히 숲 속에 아들과 함께 남겨진 여인 유디트를 만나 운명적 사랑을 시작하지만,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8년 영화 ‘이터널 윈터 여자 포로수용소’로 제42회 몬트리올 국제여오하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던 사스 아틸라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는 전후 헝가리의 시대상과 짜임새 있는 서스펜스가 적절히 배합된 이야기로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할리우드의 고전적 서스펜스 형식이 다분히 묻어난다. 필름으로 촬영된 듯한 거친 질감과 클래식한 디졸브(장면 전환 기법) 방식, 자막의 멋들어진 필체 등 사스 아틸라 감독은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향수를 표출했다.  


그와 같은 방식은 영화가 시네필에게 만큼은 즐거운 감상을 남기는 것에 일조한다.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고전 서스펜스의 흔적을 살펴보고 있자면, 과거의 명작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반갑다.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연출 기법을 다수 차용한 흔적이 엿보인다. 히치콕이 즐겨 사용했던 관음적 쇼트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히 그렇다. 극 중 주인공 한코는 유디트의 집 밖 창고에서 잠을 청하다 문틈 사이로 유디트 방의 창문을 발견하고, 창문에 비친 유디트의 실루엣을 몰래 바라본다.

문제는 영화가 과거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것에 그쳤다는 것이다. 정석적인 서스펜스의 흐름을 따라가는 만큼 이야기는 충분히 관객에게 극적 재미를 선사하지만, 워낙 자주 접했던 방식으로 그려지다 보니 지루한 감상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과거의 선례를 차용한 뒤 적절한 변주가 있었다면 보다 매력적일 수 있으련만, 사스 아틸라 감독은 본인만의 새로운 영화보단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 듯하다.  


유족에게 사기를 치고 다니는 한코 캐릭터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 역시 영화 초반부 관객의 눈길을 끄는 도구에 그쳐 아쉽다. 얼핏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던 천부적인 사기꾼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한코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  


개봉: 8월 13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사보 킴멜 타마스, 비카 케레케스, 몰나르 레벤테/감독: 사스 아틸라/수입•배급: 알토미디어㈜/러닝타임: 112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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