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화 항쟁을 특별하게 그린 작품

조회수 2020. 7. 1.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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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테우리' 모두가 잊었지만, 잊어서는 안 될 그날의 비극

영화 ‘테우리’는 25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춘배(한사명)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춘배의 사촌동생인 짱구(서현우)는 춘배에게 편지를 받는다. 두툼한 편지 속에는 짱구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가 담겨있다. 짱구는 이 편지들을 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짱구는 춘배에게 받은 편지를 살펴본다. 편지 속에는 짱구가 좋아하는 꽈배기를 많이 못사줘서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테우리(주로 들이 넓은 중산간 지역에서 많은 수의 말이나 소를 방목하여 기르는 사람. 제주 지방의 사투리)가 되고 싶었던 춘배의 이야기, 자신이 일했던 제 3공장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복순과 장반장, 김선생 등에게 쓴 편지였다.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공장을 찾지만 이미 편지 속 사람들은 떠난지 오래다. 우연히 길에서 과거 지인이었던 윤배(노시홍)을 만나고, 복순(유지연)을 찾아간다. 복순은 짱구를 반가워 하면서도 놀라는 기색이 감추지 못한다. 바로 모두 잊고 지냈지만 잊을 수 없는 25년 전 사건 때문이다.


편지가 왔다는 짱구에게 대수롭지 않게 읽어 달라던 복순은 그 편지가 춘배가 보낸 편지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했듯이. 이후 춘배가 보낸 편지 속 또 다른 주인인 장반장(김대진)을 찾는다. 장반장 역시 춘배가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춘배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 이 같은 사실을 짱구를 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듯 했다.

영화는 사이사이 과거 사건을 보여준다. 제 3공장에서 일어났던 성폭행 미수사건과 뜻하지 않았던 살인사건 등 모두가 잊었다고 말하는 사건은 차마 잊을 수 없는,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사건이었다.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에 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차형사(서진원)에게 고문을 당했고, 만들어진 범인을 지목했다.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김선생(임호경)은 어떤 비밀을 품었는지 정신을 놨다.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그는 짱구에게 “짱구야 말하지마. 말하면 안돼. 별거 아니야. 이 편지는 별게 아니야.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만나서 되돌리고 싶다. 죄를”이라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짱구의 말을 막고 짱구가 사건이 벌어진 공장에서 짱구를 봤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모두 모인 그곳에 차형사가 나타난다. 차형사는 25년 전 이들을 고문하고 살인사건 범인을 찾고자 했던 담당 형사다. 정상적인 조사와 심문으로 범인을 찾아낸 것이 아닌, 수없는 고문으로 범인을 만들어냈다. 가해자인 그가 피해자였던 그들을 한 곳에 모은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25년동안 숨겨져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테우리’는 25년 전 사라진 춘배의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모두가 잊고 있었지만 지울 수 없었던 사건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1980년대 민주화 세대를 겪은 평범한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루지만 이 이야기를 정면에 내세우지 않고 은유적으로 전한다.

어수룩한 짱구는 춘배의 사촌동생이자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군사정권의 피해자를 암시한다. 그리고 25년 전 사람들을 사건의 궁지로 몰아넣은 차형사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던 군사정권을 대표한다.


당시 무고한 시민들이 겪었던 있을 수 없는 사건, 그리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잊고 사는 사람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1980년대를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고 강압적인 고문으로 인해 희생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던 역시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가해자들에게 전하는 미암함이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개봉: 7월 9일/관람등급: 15세관람가/출연: 서현우, 한사명, 서진원, 유지연 등/감독: 이난/배급: (주)26컴퍼니/러닝타임: 8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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