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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비틀면 벌어지는 일

조회수 2020. 6. 20.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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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그레텔과 헨젤' 뒤바뀐 설정 속 새롭게 쓰여진 희망 동화

영화 ‘그레텔과 헨젤’은 1812년 처음 출간된 이후 200년간 1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으로 했다기보다는 모티브로 삼았다는 말이 더 맞을 만큼 많은 설정이 바뀌었고, 그렇기에 새로운 동화로 재탄생했다.


‘그레텔과 헨젤’은 깊은 숲 속 그레텔과 헨젤이 도착한 마녀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 동화에서 헨젤이 오빠, 그레텔이 여동생이였던것과 달리 그레텔이 누나, 헨젤이 남동생으로 등장한다.

그레텔과 헨젤은 마녀의 사랑을 받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아빠는 몸이 아팠던 아이를 위해 마녀를 찾았고, 마녀의 도움으로 살았지만 그 아이에게 예지력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예지력이 생긴 아이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까지는 받지 못했다. 예지력은 좋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고, 결국 아빠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아이는 다시 마녀가 살던 숲으로 버려진다.


이야기 속 아이처럼 그레텔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일을 구하러 간 곳에서는 일자리가 아닌, 수치심을 느끼고 돌아와야했다. 어머니는 결국 그레텔과 헨젤을 어둠과 공포만 가득한 세상 밖으로 내몬다.

세상으로 나간 그레텔과 헨젤은 다양한 위기와 기회를 얻는다. 한 사냥꾼의 도움으로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두 아이는 사냥꾼이 알려준 곳으로 향하던 중 마녀의 유혹에 빠진다. 배고픔과 두려움으로 이미 허약해진 아이들은 마녀의 달콤한 음식과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점차 마녀에게 빠져들고 영혼까지 빼앗긴다.


영화는 동화라고 하기에는 음산한 기운을 뿜어낸다. 단 한번도 밝은 기운 없이 마녀의 음습한 오두막 같은 느낌이다. 마녀는 헨젤의 머리카락 냄새와 살, 그리고 뼈를 탐하고 그를 살 찌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그레텔이 가진 마녀의 힘을 일깨워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현되는 마녀의 힘은 그레텔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데 큰 몫을 한다.

원작 동화에서 나오는 과자의 집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줄 달콤한 케이크와 향긋한 과일, 풍요로운 마실거리 등 유혹은 즐비한다. 또 순간의 재치가 아닌, 점차 성장해가는 그레텔과 헨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레텔과 헨젤’은 뒤바뀐 설정 속에서 잘 쓰인 또 한 편의 새로운 동화 같은 느낌이다.


원작 동화와 또 다른 지점은 결말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물리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레텔과 헨젤이 들어왔던 동화,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었던 그레텔은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인 면을 찾아 나선다. 전설 속 분홍 모자를 쓴 아이가 아닌, 마녀가 알려준 자신의 운명이 아닌 자신이 운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레텔의 품에서 수동적으로 살았던 헨젤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다.

한없이 약했던 소녀와 소년은 영화가 진행되는 87분동안 몰라보게 성장한다. 마녀의 손 안에서 육체적인 면이 성장했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정신력은 정신적인 힘을 키운다. 그런 면에서 ‘그레텔과 헨젤’은 영리한 동화 비틀기이자 소녀와 소년의 성장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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