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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차 배우가 만든 당황스러움 가득한 작품

인터뷰 | 정진영 감독이 밝힌 ‘사라진 시간’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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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시간’은 갑자기 시작해 갑자기 끝나는 작품이다. 갑자기 끝나서일까. 여전히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디선가 주인공 형구(조진웅)는 살아갈 것 같고, 어딘가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사라진 시간’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의 출발에 대해 “힌트가 된 시발점은 있지만”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간이 지나서는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야기 하기 힘들다는, 영화 만큼이나 아리송한 답을 들려줬다. 대신, 영화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 감독에 따르면 ‘사라진 시간’ 시놉시스는 한 달만에, 빠르게 완성됐다. 완성된 영화의 시작과 결말을 먼저 썼고, 그 사이 빈 공간을 채워나갔다. “갑자기 시작해서 갑자기 끝나는 형식”이라는 말은 정진영 감독 입에서 나온 것이다.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감독들은 종종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정진영 감독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시절의 꿈이었고,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배우가 됐다. 그에게 있어 ‘연출’은 “하기 힘들 일”이었고, 이미 한 작품을 끝낸 뒤에도 “능력에 부치는 일”이었다. 망신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망신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게 두려우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는 아니었다. 몇번의 계기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가장의 무게에서 벗어난 것이다.”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가장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다 키워놨다. 가장으로서 모든 것이 끝난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 마침 준비하던 작품이 무산됐고, 도전이 손짓이라도 하듯 공짜(?) 시간이 생겼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관습이었는데, 스스로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관습에 갇힌 시나리오라니.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버렸다.


습작이라고 부를 시나리오를 버리고 새롭게 써 나갔다. “망신 당할 각오를 하고 만드는데 검열을 하고 있었던” 자신을 버리고 하고 싶은대로 써 내려갔다. 독립영화로 시작했던 그 작품이 바로 현재 ‘사라진 시간’이다.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의 주제, 장르, 의미 등 규정짓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곤란해 했다. 항상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렇게 기여코 물어 ‘굳이 이야기를 들은’ 주제는 ‘자신’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갈등이다. 나 역시 그 속에 살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규정하는 내가 있을 것이다. 진짜 나는 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고 싶고 그렇다. 주변에서 배우의 모습이 그런거 아닌가라는 말을 하더라. 결과적으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빼려고 했단다. 자기 연민에 대한 거부였다. 모든 글은 자신의 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면 자기 연민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자기 변명을 늘어 놓을 수도 있다. 정 감독은 그 부분을 경계한 것이다.


다시 영화의 시작과 끝으로 돌아가면, 앞뒤를 써 놓고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답을 내기란 어렵다”고 했다. 이야기 자체가 “황당하게 시작해 황당하게 끝난다”는 것이 답이라면 답이었다. 차분히 설득을 시키고 소화를 시킬만한 성질의 음식이 아니었다. 관객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영화라는 콘텐츠에서 불리한 방식이지만 정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황당한 이야기.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만들고자 하지 않았다. 대단한 메시지를 담아 관객들에게 엄청난 걸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다.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장르를 규정할 수도 없었다.


“이 영화의 장르는 그 무엇도 아니다. 미스터리는 마지막에 답이 나왔을 때 그 과정들이 다 맞아야 한다. 하지만 ‘사라진 시간’은 아니다. 슬픈 코미디에 가까운데 또 코미디는 아니다. 한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없다. 대단한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 사이는 끝으로 가기 위해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디테일을 맞추고 끝으로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형구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혹은 형구가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결국 형구를 엔딩의 그 위치에 그 감정, 그 모습으로 데려가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작품에도 엔딩이 있듯이 영화에도 엔딩이 있다. 영화라는 생산물의 엔딩은 개봉인지도 모른다. 첫 연출작의 엔딩을 앞두고 있는 ‘감독 정진영’은 지금 어떤 생각일까. 33년동안 배우로 살면서 수없이 평가를 받고 또 받았지만 이번엔 또 달랐다. 다 발가벗겨진 기분이랄까.


“다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쓴 부분까지도 해석을 할 것이다. 솜씨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양보와 지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내가 서툰 것은 각오를 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그들에게 보람된 일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이런, 저런 부분을 봐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고, 이 영화의 주제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곤란했다. 감독 정진영은 “보는 분들이 각자 다양하게 즐기고 비판하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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