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찢어놓은 센 언니의 새로운 도전

조회수 2020. 5. 19. 15: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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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초미의 관심사' 재미있는 우당탕탕 모녀 추격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던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곧 극장가를 찾는다. ‘초미의 관심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일보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서사적 재미도, 다양성도 두루 갖춘 영화는 치타가 아닌 김은영이라는 배우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주며, 관객들은 그동안 미디어가 편견을 갖고 바라봄직한 인물들을 대하는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영화의 시선을 터득할 수도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명의 딸을 낳았지만 이들과 함께 살지 않는 엄마(조민수)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을 나와 이태원에서 알아주는 가수로 자수성가한 큰딸 순덕(김은영)이다. 떨어져 있던 세월만큼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두 여자지만 ‘눈깔 빼고 성깔 빼고’ 닮은 구석이 많은, 영락 없는 모녀지간이다.


영화는 엄마가 순덕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무려 8만 9300원어치 택시를 타고 서울 이태원으로 올라온 엄마는 무작정 순덕에 대고 막내딸 유리(최지수)를 찾아야 한다며 난동(?)을 부린다. 유리가 엄마의 가겟세를 들고 튀었다는 말에는 콧방귀도 안뀌던 순덕은 자신의 비상금까지 동생에게 모조리 털렸다는 사실을 알고, 싫든 좋든 엄마와 함께 동생을 찾아 이태원 일대를 활보하기에 이른다.


시종일관 티격태격대는 모녀의 추격전이 에너지 넘친다. 모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막내의 행방을 추적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해결 방식만큼은 완전히 정반대이기에 그로부터 비롯되는 재미가 있다. 순덕은 입고 있는 파란 수트처럼 차분하고 냉철히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내는 부류라면, 빨간 가죽자켓처럼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엄마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와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들고 보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엄마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보면 한없이 다정해지는 양면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배가시킨다.

극과 극 같은 엄마로 인해 모녀의 갈등은 가늘고 길게 이어지다가, 영화 말미에 클라이막스처럼 터지고 만다. 어릴 적 자신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은 엄마가 여기저기 오지랖 부리고 다니는 것에 모순을 느낀 순덕은 언짢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엄마는 그런 순덕에 섭섭함을 느낀다. 영화는 순덕과 엄마가 하루종일 동생을 찾아다니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솔직한 감정에 직면하고, 이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며 몰입도를 높인다.


두 모녀의 추격전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마저 흥미롭지 않은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이태원 길바닥을 훤하게 꿰고 있는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 정복은 모녀의 여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단서를 찾는데 일조한다. 얼떨결에 모녀와 정복의 추격전에 끼어들어 때아닌 파쿠르를 펼친 관광객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파쿠르 트레이서 제레미 카펜터가 관광객 역을 맡아 뛰어난 파쿠르 실력으로 큰웃음을 선사했다.


게이커플이 운영하는 타투샵, 드랙퀸 클럽 등 그동안 미디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장소들도 두루 등장해 흥미를 배가한다. 특히 영화는 소수자들의 출연을 자극적으로 연출하기 보다는 우리 일상 생활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며, 편견을 배제한 따스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사’는 음악영화다. 치타가 작곡, 작사한 다섯 개의 사운드트랙이 끊임없이 흥을 돋우며 고막 힐링을 선사한다. 엄마와 딸이 공유하는 음악 ‘니드 유어 러브(Need Your Love)’는 물론, ‘얼(Urr)’ ‘필름(Film)’ ‘레이디(Lady)’ ‘킥 잇(Kick it)’ 등 이다. 우리 사회에서 타파돼야 할 편견을 주제로 한 노랫 가사들이 짙은 재즈풍의 OST에 녹아들어 영화의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첫 연기 데뷔를 치른 김은영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극 말미로 갈수록 연기력에 탄력이 붙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연기자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수는 개성 넘치는 패션에 감정 변화의 폭이 넓은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베테랑 배우다운 역량을 발휘한다. 김은영의 연인이자, ‘분장’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남연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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