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되고 싶었던 소녀?

조회수 2020. 5. 12.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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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톰보이'부터 '어바웃 레이'까지, 소년이 되고픈 소녀의 성장통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으레 어린 시절부터 찾아온다. 소녀들은 외로운 성장기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그 과정은 격동적이면서도 눈이 부시다. 여태껏 미디어에서 활발하게 다뤄진 영역은 아니지만, 소년이 되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은 언제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욱신욱신한 감정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14일 극장가를 찾는 영화 ‘톰보이’는 여성의 몸이라는 현실과 남성의 정체성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언제나 섬세한 연출력으로 여성 퀴어 작품들을 다뤄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과거작 중 하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영화 팬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감독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국내 개봉이 확정됐다.


‘톰보이’는 주인공 소녀 로레(조 허란)가 새로 이사 온 마을의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미카엘이라고 거짓말하는 데서 시작한다. 개학만 하면 자신을 남자로 속였던 게 모두 들통날 텐데, 어리석은 꼬마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영화는 어른에게도 고된 혼돈을 어린아이가 짊어지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를 현실적으로 그리면서도 희망적이고 따스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흘러가는 일상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지만, 어린 성소수자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

2015년 영화 ‘어바웃 레이’는 시작점이 다르다. ‘내가 남자가 되고 싶은 걸까?’라는 혼란을 넘어 남자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는 레이(엘르 패닝)의 이야기를 다룬다. 레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짝사랑하는 여자애도 있으며 그 여자애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호르몬 치료에 앞서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과정 중 자신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알고 혼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남자라는 정체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보유자다.


영화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전폭적인 응원을 보낸다. 아무런 무리없이 레이를 남자로 받아들이는 의사의 태도, 레이에 응원을 보내는 할머니 돌리(수잔 서랜든), 레이를 아들로 대하려 노력하는 엄마 매기(나오미 왓츠)의 분투가 이를 대변한다. 심지어 레이의 호르몬 치료를 반대하는 인물들을 한 개인의 꿈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비정상적인 인물로 비추는 등의 확고함도 엿보인다.


‘어바웃 레이’는 배우 엘르 패닝의 재발견을 보여주기도 한 작품이다. 대중에게 ‘말레피센트’ 오로라 공주의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기억되던 그는 처음으로 남성을 연기했다.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수줍어지면서도 자신의 강인함을 어필하고 싶어 하는 장면을 연기하던 엘르 패닝의 표정이 뇌리에 남는다.

비슷한 캐릭터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오스카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힐러리 스웽크의 ‘소년은 울지 않는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99년작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십대의 방황하는 청춘이 브랜든 티나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과거 미국 전역에 만연하던 성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이들의 아픔까지 흡수한 작품이다. 그만큼 강렬하고 비극적인 서사로 대중에 충격을 주고 경종을 울렸다. 무엇보다도 아픈 사실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힐러리 스웽크는 남장과 더불어 남성스러운 제스처나 말투를 여심을 설레게 할 만큼 아주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특히 연이은 비극 끝에 맞닥트린 처절한 말로까지 훌륭하게 표현해 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며, 여성 감독 킴벌리 피어스의 뛰어난 연출력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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