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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논란 불식시키고 류승룡과 맞짱 뜬 배우?

조회수 2020. 3. 18.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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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배우만발 | <킹덤> 으로 김혜준이 획득한 항체

‘그래, 얼마나 늘었나 보자.’ 짐짓 아닌 척하지만, <킹덤> 시즌2로 김혜준과 재회한 많은 시청자의 속마음이 저랬을 것이다. <킹덤> 시즌1에서 연기력 논란으로 커다란 홍역을 치른 이 배우는 놀랍게도, 그것이 시즌2 반전을 위한 전략이었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킹덤> 시리즈의 실질적인 메인 빌런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배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혜준이 연기한 <킹덤>의 중전은 감정의 레이어가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다. 계집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했던 설움과, 아버지(류승룡)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왕실의 적통 후계자를 낳지 못하면 버려질 것이란 두려움, 권력을 잡아 세상을 발아래에 놓겠다는 야망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인물. 그래서 누구나 탐낼만한 캐럭터지만, 그래서 또 표현을 잘해 내는 게 쉽지 않은 인물이다. 웬만한 내공의 연기자도 소화하기 난해한 캐릭터는 연기 경력 5년 차인 김혜준이 감당하기엔 적지 않은 무게였을 것이다.

시행착오가 따랐다. 실제로 <킹덤> 시즌1에서의 김혜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캐릭터에 짓눌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흔적이 짙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경직돼 있고, 동선도 뭔가 부자연스럽다. 그런 김혜준을 보는 시청자도 어색해지는 건 당연하다. 연기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게다가 김혜준이 <킹덤>에서 연기 ‘맞짱’을 뜬 상대는 연기 백단 류승룡이다. 류승룡은 현대극이면 현대극 사극이면 사극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작품 안으로 들어가 화면을 장악해 버리는 배우다. 자신이 주연으로 패를 쥔 작품에서도 날아다니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주변부로 머물법한 캐릭터마저도 심폐소생 시켜 내는 내공의 배우다. 상대 배우가 너무 뛰어나면 괜히 더 비교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인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것도 바로 프로와 경합할 때다. 직접 부딪혀서 깨닫는 것만큼 좋은 가르침은 없다. 논란이 닥쳤을 때 준비가 덜 된 배우는 자신감이 바닥을 쳐서 더 깊은 구덩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큰데, 김혜준은 함정을 잘도 피했다. 시즌2는 이에 대한 증거다. 시즌1에서의 김혜준은 연륜 많은 선배의 액션을 받아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지만, 시즌2에 이르러 액션을 받아 리액션까지 건넨다.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을 가리켜 “자존감이 낮다”고 한 걸 본 적이 있는데, 본인이 몰라서 그렇지 김혜준은 자존감이 높은 배우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눈에 띄는 성장사를 보여줄 수 없다.

<킹덤> 시즌1과 동시기에 촬영한 영화 <미성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김혜준이 <미성년>에서 ‘배우 김윤석’이 아닌 ‘감독 김윤석’을 만난 것은 그의 배우 인생에 천운이 아닐까 싶다. 김윤석은 연기자로 전면에 설 때 ‘얄짤’ 없는 배우다. 상대가 누구든 비중이 어떻든, 극의 흐름을 자기 안으로 끌어와 관객 시선을 휘어잡아 버린다. 행운은 김혜준의 편. <미성년>에서 김윤석은 자신이 조연임을 잊지 않을 뿐 아니라, 흡사 실력 좋은 수비수처럼 상대가 가장 좋은 지점에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보조하고 골을 토스한다. ‘감독 김윤석’의 애정은 <미성년>에 등장하는 네 여성 캐릭터(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에 골고루 배분돼 있는데, 극 중 김윤석과 부녀관계로 만난 김혜준의 경우엔 특히나 대선배의 연기 특훈을 1:1로 받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작년 청룡영화상 여우 신인상은 김혜준에게 안겼다. <킹덤>의 연기 혹평을 가장 크게 위로한 것도, 김혜준을 주목해야 할 20대 배우로 올려 놓은 것도 <미성년> 공이 크다.
<은교> 김고은, <아가씨> 김태리, <마녀> 김다미, <버닝> 전종서 등이 보여주듯 최근 한국 영화에서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여자 배우의 등장은 스타 감독의 프로젝트로 기회를 얻어 신데렐라처럼 등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물론 기회를 기적으로 만든 건 이들 배우들의 실력과 존재감.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자 배우가 조단역을 거쳐 주연 자리까지 올라 주목받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김혜준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경로는 고전적이어서 오히려 눈길이 더 가는 경우다. 2015년 웹드라마 <대세가 백합>으로 얼굴을 내민 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등 크고 작은 작품에서 내실을 다지고, 500:2의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영화 <미성년>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후, <킹덤>으로 연기 논란을 뒤집기까지.

김혜준이 써 내려가는 도약의 사례는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특히, 앞서 일었던 연기 논란은 배우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김혜준에게 큰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혜준은 논란을 극복해 내는 항체를 획득했으니. 이 배우의 앞으로가 더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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