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연기력도 아카데미급?

조회수 2020. 3. 2.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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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봉준호 감독, 연출 말고 연기 재능은..카메오부터 단편 주연까지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휩쓴 봉준호 감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영화에 쓰이는 콘티북을 만화처럼 직접 그리는 등 세밀한 연출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가 극찬하는 연출력을 갖춘 봉준호 감독은 가끔 카메라 앞으로 나와 직접 연기를 선보이는 등 귀여운 일탈을 시도해 왔다.

1993년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로 입학한 그는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1994), ‘지리멸렬’(1994)을 연출했다. ‘지리멸렬’은 도색잡지를 즐겨보는 교수, 남의 문 앞에 놓인 우유를 훔쳐 먹는 신문사 논설위원, 만취해 길가에 용변을 보려는 검사 등 사회 엘리트층을 풍자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우유배달 소년의 형으로 뒷모습만 짧게 등장해 이 장면만으로 연기를 평가하긴 어렵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장편 데뷔한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 연출 전에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2002)에 특별출연했다.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피도 눈물도 없이’는 수진(전도연), 경선(이혜영), 독불이(정재영) 등 여러 인물이 돈가방을 두고 사투를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에서 봉준호 감독이 맡은 역할은 경선(이혜영)과 취객(이문식)을 취조하는 형사다. 경선의 신원을 조회한 형사는 “이 언니 타이틀이 화려하세요. 완전 꽈배기야. 꽈배기”라며 비아냥거린다. 껌을 씹으며 다소 귀찮은 듯 사건을 처리하는 모습이 지금과는 달리 다소(?) 풋풋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는 봉준호 감독 외에도 김홍준, 오승욱, 이무영, 임필성 감독 등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 2008)에서 봉준호 감독은 양미숙(공효진)과 같은 영어 학원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특별출연했다. ‘미쓰 홍당무’는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공동작업하고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특별출연까지 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독특한 시나리오에 반해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 홍당무’는 안면홍조증을 앓는 양미숙이 오랫동안 사모한 남자 선생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극중 양미숙은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였지만 러시아어가 인기 없다는 이유로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발령 받았다. 영어 학원에서 수업 중 한 회사원(봉준호)은 양미숙에게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지 영어로 묻고, 반복된 질문에 양미숙은 스트레스가 폭발해 수업 도중 짜증을 낸다. 봉준호 감독은 외신 인터뷰나 수상소감에서 선보였던 영어 실력을 ‘미쓰 홍당무’에서도 뽐냈다.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등 지금과 유사하지만 넥타이와 깔끔한 정장을 착용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2009년 봉준호 감독은 7분짜리 단편영화 ‘불 좀 주소’(감독 강대희)에 주연으로 출연해 진지한 연기도 선보였다. ‘불 좀 주소’에서 한 청년(하진수)은 한강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걷다 기타를 든 남자(봉준호)가 담뱃불을 빌리자 라이터가 없다고 거짓말한다. 이어 기타를 든 남자는 자신의 연주를 들어달라고 제안하지만 청년은 이마저도 거절하고 돌아선다. 청년이 뒤돌아 걷는 사이 기타를 든 남자는 한강으로 몸을 던진다. 봉준호 감독은 죽음을 결심한 한 남자의 씁쓸한 모습을 과하지 않은 톤으로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감독 임필성, 김지운, 2012)에서는 코믹 연기도 펼쳤다.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멋진 신세계’ 편에 봉준호 감독은 TV토론 패널로 등장했다. ‘멋진 신세계’는 갑작스레 퍼진 좀비 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서울의 풍경을 담았다. 영화 속 ‘90분토론’에서 패널로 출연한 옳은시선연대 상임간사 이준호(봉준호)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원인을 두고 다른 패널들과 대립한다. 이준호는 그래프를 공개하며 “전당대회 급식차에서 이 모든 바이러스가 출발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입수했다”고 주장한다. 극중 봉준호 감독은 개량한복을 입고 등장해 나중에는 외국어를 하는 상대 패널 발언에 맞춰 기타를 치는 등 맥락 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가장 최근에 출연한 작품은 단편영화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감독 임지은, 2014)로 본인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는 졸업을 앞둔 진지한(이달)이 그 동안 학교에서 배운 연출기술을 쏟아 졸업 작품을 촬영하던 중 ‘영화의 이해’ 저자인 루이스 자네티가 나타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에서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으로 등장해 ‘영화의 이해’ 책에 관해 인터뷰 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도 처음 영화 공부할 때 이 책으로 했다. ‘수학의 정석’, ‘성문기초영어’가 있듯 영화 쪽에서는 ‘영화의 이해’가 그런 역할을 하는 책이다”라고 말한다. 봉준호 감독에 이어 최동훈 감독도 등장해 ‘영화의 이해’에 관해 인터뷰하며 현실성을 높인다. 영화에서 루이스 자네티 역으로는 ‘기생충’ 번역가로 유명한 달시 파켓이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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