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완벽하게 재현해낸 그 때 그 시절

조회수 2020. 2. 3. 14:1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남산의 부장들' 흥행 원동력 된 명장면들, 어떻게 만들어졌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6일만에 300만 관객(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흥행 승기를 잡았다. 설 연휴 가족 단위 관객들이 몰려들어 명절 수혜를 받기도 했지만,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입소문이 난 덕도 크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은 1990년대 팩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1979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까지의 40일을 그린 작품이다. 흥미로운 소재, 매력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삼박자를 이룬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호응 받으며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묵직한 사건을 풀어낸 명장면들이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시키며 호평 받았다. 극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파리 실종 사건은 특히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인다. 미스터리로 남은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과 10.26 궁정동 사건이 유착 관계에 놓였을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이 묻어나는 장면으로, 두 사건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출됐다.

해당 장면은 극중 박통령(이성민) 정권의 낱낱을 폭로한 극중 전 중앙전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정치적 보복으로 파리 외곽에서 실종되는 순간을 그렸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충성 경쟁이 가미되면서 보다 실감 나고 긴박감 넘치는 명장면이 탄생됐다.


파리 실종 사건 장면이 더욱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세련된 배경지에 있다. “국내 영화인데 외국 영화 같다”는 평을 얻은 영화는 미국-프랑스-한국을 오간 해외 로케이션으로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파리 실종 사건 장면은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파리 방돔 광장과 파리 외곽 마을에서 촬영해 프랑스 특유의 멜랑콜리한 분위기와 현실감을 살렸다. 이는 프렌치 느와르의 쓸쓸한 느낌을 표방하고 싶었던 우민호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대목이다. 우민호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거장 장 피에르 멜빌이 연출한 작품들을 레퍼런스로 삼고, 프렌치 느와르에 자주 등장하는 풍경들을 더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우민호 감독이 프렌치 느와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정보부 집무실에 앉은 김규평이 충성과 좌절을 오가며 갈등하는 장면은 배우 이병헌이 펼친 고도의 내면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었다. 특히 김규평의 얼굴에 그림자가 쓸쓸히 내려앉음으로써 작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 오롯이 전달되는 듯했다. 우민호 감독은 “장 피에르 멜빌의 느와르 작품들처럼 ‘조명 아래서 흔들리는 남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거친 미국 느와르랑 달리 아주 섬세한 프랑스 느와르처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규평과 박통령,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간에 벌어지는 40일 동안의 심리전 끝에 영화는 10.26 사건으로 치닫는다.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10.26 궁정동 사건 장면은 단연 관객들을 매료시킨 명장면이다. 긴 시퀀스로 이어지는 10.26 사건 장면은 김규평이 박통령을 제거하려 결심을 내리는 순간부터 운명의 총살 끝에 궁정동 안가를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원 테이크처럼 완성시켰다. 박통령이 단발마에 사살되고, 김규평과 그의 부하들이 혼란 속에 엉클어지는 모습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유려하게 담아냈다.

이병헌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26 사건을 재현한 장면에 대해 “감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중요한 시퀀스였기에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몰두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마치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기술력이 동원됐다는 후문이다.


10.26 사건 장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개봉 전부터 우려가 큰 장면이었으나, ‘남산의 부장들’은 최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인물의 심리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논란을 최소화시켰다. 대신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지며, 관객들에 토론과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명장면으로 만들어냈다.


‘남산의 부장들’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