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장인에게 브로맨스란?

조회수 2019. 12. 23. 18: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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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하늘에 묻는다' 최민식이 들여다본 인간 장영실

역사 속 인물을 영화로 재현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위인들이 펼쳤던 업적과 인생에 담겼던 고뇌를 풀어내 생생한 작품을 완성시키는 과정은 세심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물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을 포착해 스크린에 담아내야 하는 배우들은 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이하 ‘천문’)는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이 나눈 우정을 그린다. 같은 꿈을 가진 세종과 장영실이 서로에게 유일한 벗이 돼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민식은 조선 천재 발명가인 장영실을 연기했다. 작품 속에서 세종에게 유일한 벗으로 자리 잡으며 깊은 우정을 쌓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최민식은 ‘천문’ 출연을 결정했던 비하인드에 대해 “한석규와 동시에 대본을 받았다. 허진호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어떤 역을 맡을지 우리끼리 알아서 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명량’(감독 김한민)에서 이순신 장군을, ‘대호’(감독 박훈정)에서 명포수인 천만덕 역할을 맡으며 사극 연기 내공을 쌓았다. ‘천문’에서도 조선을 뒤흔드는 천재 발명가 장영실을 연기했다. 위인들을 재현하는 작업에 부담 대신 재미를 느꼈던 그는 밝은 표정으로 출연 소감을 밝혔다.

“장영실은 창작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인물이다. 실제 내 모습과 닮았다. 역사적 인물을 재현하는 작업은 가공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일이다.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이 가진 인간적인 면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천문’ 속 세종은 복잡한 갈등 구조에 갇힌 인물이다. 대신들과 대립, 정치적인 상황들을 마주하지만 장영실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비정치적인 인물이다. 발명을 하는 재미에 취해 산다. 세종 역을 맡았던 한석규와 장영실 역을 맡았던 최민식은 극단적으로 다른 인물이지만 깊은 우정을 쌓는다.


“뻔한 왕과 신하가 아닌 두 사람이 펼쳤던 관계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장영실과 세종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 포커스를 새롭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관계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두 인물 모두 인간이다. 서로에게 질투를 품었을지도 모른다. 고운 정과 미운 정을 함께 연기에 담았다.”

최민식은 ‘천문’에서 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췄다. 그들은 ‘쉬리’(감독 강제규)에서 남측과 북측 요원 사이로 만나 열연을 펼쳤던 바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연극에 참여하며 연기를 꿈꿨던 그들은 ‘천문’에서 서로에게서 꿈을 발견하는 세종과 장영실을 연기했다. 촬영장에서도 최민식은 한석규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했다.


“대학교 때부터 한석규는 똑같다. 변함없는 철학, 자세, 톤으로 한결같이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학교 후배지만 그런 동료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현장에서 한석규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탁구를 치는 느낌이었다. 리허설 없이 공을 주고 받다가도 바로 리시브를 받는 자세를 취했다. ‘이게 궁합이구나’라고 느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던 장면이 있는데 한석규가 따라서 울었다. 디렉션과 설명은 따로 필요 없었다.”

‘천문’ 속 다양한 장면들에서 세종과 장영실 사이에서 피어난 애틋한 감정이 드러난다. 일부 장면에서는 연인에 가까운 모습이 연출된다. 최민식은 아련한 표정으로 촬영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촬영장에서도 서로 애틋한 분위기를 느꼈다. 왕과 천민 출신 관료가 외형적인 프레임 안에서 정을 나누기보단 인간 대 인간으로 나누는 우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하들 중에서도 옥체에 손을 대고 침소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두 인물 사이가 제대로 묘사된다면 재밌는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12월에는 다양한 대작들이 극장가를 찾는다. ‘시동’(감독 최정열)은 18일에 개봉됐으며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는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스코어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최민식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흥행과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명량’은 잊었다. 나도 스코어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지만 결과에 연연해 예매 사이트 들어가 봤자 속만 뒤집어질 뿐이다. 내게 연기는 끊임없는 공부다. ‘만드는 재미에 취해서 살자’고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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