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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작 삼파전, 승자는?

12월 기대작 ‘백두산’-‘시동’-‘천문’, 대박 위해 남긴 마지막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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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해년 달력이 한 페이지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극장가는 네 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관객의 호불호가 분명했던 올해는 예상치 못한 대박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존심을 구긴 대작들도 많았다.

올해를 마무리할 12월 개봉작으로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 NEW는 ‘시동’(감독 최정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이하 ‘천문’)를 내놓는다. 부진을 만회하거나 혹은 화룡정점을 찍기 위한 한발의 총알이 남았다.

12월 19일 개봉 예정인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신작이자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이 한 작품으로 만나 기대를 모은다.

재난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재난을 극복하거나 절망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제시한다. 좁은 선택지 안에서 결정되는 재난영화의 성패는 관객을 얼마나 실감나게 재난의 현장 속으로 이끄느냐에 달렸다. 국내에선 생소한 좀비를 소재로 재난 영화를 구성한 ‘부산행’은 잔가지를 쳐낸 긴박한 전개와 생동감 넘치는 좀비의 구현으로 우려를 말끔히 씻는 것을 넘어 이후 나올 재난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두산’ 예고편에서 리준평은 “화산폭발을 막겠다? 상상력이 지나쳐”라며 조소한다. ‘백두산’이 지나친 상상력이 아닌 뛰어난 생동감으로 관객을 재난 현장으로 이끌고 화산폭발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덱스터스튜디오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협업을 통해 CG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화려한 볼거리는 이미 예고됐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재난을 막기 위한 과정이다.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온 교수, 남북한 요원, 서울에 홀로 남은 평범한 이들까지 재난을 맞닥뜨린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각개전투를 이어갈 캐릭터들이 극의 긴장감을 분산시키지 않고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각자의 줄기를 하나로 모아갈 배우들은 대중에게 탄탄한 지지를 받아온 이들이다. 하정우는 이미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 등으로 재난 상황을 홀로 이끈 경험이 있다. 이병헌 역시 숱한 작품에서 언어와 문화권을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지질학 교수로 나온 마동석의 변신도 흥미롭다.

12월 18일 개봉 예정인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의 힘은 검증 받았지만 어떻게 캐릭터를 구현하고 긴 호흡의 에피소드들을 러닝타임 안에 구성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경우 원작에서 중심인물이었던 진기한을 과감히 없애면서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스토리를 응축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웹툰 ‘시동’은 가출 청소년의 어설픈 세상 적응기를 통해 좌절과 성장, 가족의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웹툰에서 택일은 반항심에 집을 나와 원주에서 중국집 배달부로 취업한다. 그곳에서 택일은 거석이 형을 만나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웹툰이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는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빚어내는 케미스트리, 거칠지만 그 안에서 세밀하게 묘사되는 심리 변화다.

거석이 형은 한방에 택일을 기절시키는 괴력의 소유자로 웹툰 단계에서부터 이미 마동석이 거론될 정도로 적격이다. 여기에 웹툰의 비주얼을 그대로 살린 단발머리는 그 모습 자체로 기대를 높인다. 택일을 연기한 박정민은 숱한 작품에서 변신을 거듭했기에 반항아 기질에 모나지만 밉지 않은 성격을 그만의 매력으로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시대 상상도 할 수 없는 관계를 맺은 세종과 장영실 두 천재에 포커스를 맞췄다.

‘천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역시 최민식, 한석규의 만남이다. 90년대 영화계를 이끌었던 두 배우가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여전히 최다 관객을 보유하고 있는 ‘명량’을 통해 최민식은 이순신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런 그가 관청 노비 출신으로 조선의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천재 장영실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를 모은다. 한석규는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성군의 틀을 깬 세종을 연기한 바 있다. 같은 인물을 두 번 연기하게 된 한석규가 최민식을 만나 어떤 세종을 그려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믿고 보는 두 배우가 그려낼 천재의 초상화에도 위험은 있다. 모두가 아는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에게 있어 역사왜곡 이슈는 관객을 설득시키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앞서 훈민정음 창제를 다룬 ‘나랏말싸미’는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그려지며 관객들로부터 창작의 범위를 넘어선 역사왜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신분 차이를 넘어선 특별한 관계와 안여사건 이후 역사 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지가 작품의 흥행여부를 가를 것이다.

이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천문’ 측은 팩션 사극임을 밝혔다. 최민식은 지난 27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안여사건을 토대로 장영실의 마지막을 그렸다. 어디로 사라져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는지 근거를 안여사건을 통해 창작을 해 본 것”이라며 “그것을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받아들이면 우리로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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