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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영화 감독의 솔직한 속내

조회수 2019. 11. 4.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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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 "'82년생 김지영'은 출발점, 더 대담한 이야기가 나오길"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김도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연극 무대를 오가며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에게도 첫 장편, 첫 상업 영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면 더 그렇다. 김도영 감독은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 이야기를 영화로 재탄생시키며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고민, 부담은 영화 안에서만 존재했다. 원작을 둘러싼 젠더 갈등이 영화로 이어져 악플, 평점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김도영 감독은 이러한 논란에 흔들리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해 “영광”이라고 말한 그는 영화 속 김지영(정유미)처럼 서투르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출자를 꿈꾼다.

Q. ‘82년생 김지영’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작 소설을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연출 제안을 받았다. 결정 당시 외적인 논란에 대한 부담은 없었고, ‘이렇게 많이 팔리고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첫 장편 영화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해야 할 이야기였다. 대단한 것을 해낸다는 마음보다는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내가 아는 선에서 풀어내려고 했다.

Q. 작품이 어떤 인상으로 다가왔나.

감독으로 합류했을 때 초고가 있는 상태였다.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원작이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졌기에 그것들을 영화에 녹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말을 잃어버린 여성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사람이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과정을 서사로 풀어나갔다.

Q.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내 삶을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와 동생, 후배들이 생각나면서 주변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풍경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 원작의 담담한 화법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 같았고 영화도 그 결을 따라가려 했다.

Q. 원작의 젠더 갈등 때문인지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게 되더라.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여성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할 때 자기검열을 거치게 된다. 그런 문화에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거리 두기가 옳은 것인지 생각했고 여러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걱정들을 내려놓게 됐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생명력 있는 서사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가 나를 거쳐 가는 거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서사가 가는 방향대로 지지하고 응원하게 됐다.

Q. 평범한 여성을 주목한 이야기가 상업 영화로 제작됐다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82년생 김지영’이 상업 영화로 제작될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갑자기 된 게 아니다. 많은 감독님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왔기에 이 시기에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그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느낀다. ‘82년생 김지영’도 이러한 출발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대담하고 유려한 서사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또 그렇게 해도 괜찮은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Q. 상업 영화의 틀을 갖추는 데에는 정유미, 공유의 캐스팅도 주효했다.

스타 배우들인데도 기꺼이 이 이야기에 동의하고 함께 해줬다. 두 배우 모두 시나리오를 받고 흔쾌히 미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유미를 먼저 만났는데 이 배우라면 김지영이라는 사람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하고 투명하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에 공유를 만났다.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인데도 주인공이 아닌 역할을 흔쾌히 맡아줬다. 주제 의식에 동의하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다. 굉장히 고마웠다.

Q. 원작의 빙의 설정을 영화로 옮겨오며 고민은 없었나.

소설 속 빙의라는 설정은 문학적 장치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다. 극장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어떻게 찍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렇다고 장르 영화처럼 그릴 수는 없었기에 일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Q. 남편 대현(공유)과 엄마 미숙(김미경) 캐릭터가 커지면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가족의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확장되기를 바랐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다. 가족 서사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지영의 동료 혜수(이봉련)나 대현의 직장 동료들이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Q. 책에서 가장 유명한 ‘맘충’ 에피소드는 영화의 처음과 끝에 두 번 등장한다. 비슷한 상황에 대처하는 지영의 변화가 눈에 띈다.

소설에서는 ‘맘충’ 이야기가 마지막 에피소드다. 영화의 중심 서사는 한 사람이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영이가 자기 생각을 자기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무언가 크게 해소되지는 않아도 지영이가 용기 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출발점 같은 장면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숨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이해를 구하기보다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는 지영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당사자는 자신의 아픔을 바라보는 게 먼저다. ‘김지영 정도면 행복한 거지’라는 반응이 있다. 최근 한 블로그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아이를 키우는 분인데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는 잘사는 줄 알았다’며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사자에게도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 아프다고 할 때 ‘그 정도면 됐다’고 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Q. 첫 장편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여정으로 기억될 것 같나.

아직 여정 중에 있다.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는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첫 영화로 연출하게 된 게 큰 영광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평가는 이후에 받게 되겠지만 지금은 지영이처럼 자신의 말을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그것이 어떤 그릇 안에 담기든 서투르더라도 나의 말, 내가 생각한 말을 하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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