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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는 냄새'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한마디

조회수 2019. 6. 15. 23: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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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공감 100%, '기생충' 참으로 시의적절한 명대사 3


Tip

※ ‘기생충’ 스포일러가 언급됩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


평범한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대사는 ‘기생충’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경제력이 만든 신분제 사회를 사는 이들의 비극이 담긴 ‘기생충’에 등장하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대사들 셋.


#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실패가 학습된 사람은 꿈을 꾸는 것을 멈춘다. 다만 기적 같은 요행을 바랄 뿐이다. ‘기생충’의 기택(송강호)처럼 말이다. 극 중 그가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또한 그의 딸 기정(박소담)은 어릴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다. 웬만한 경제력이 아니고서야 뒷바라지하기가 만만치 않은 예체능 계열이다. 기택이 한때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장이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거듭된 실패는 기택에게서 자신감과 계획성을 앗아갔다. 경험을 통해 무기력을 학습했다. 뜻을 세운다한들 이뤄질리 없음을 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기택의 대사는 아무리 진흙탕에서 발버둥을 쳐도 자력으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흙수저’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쫙 펴줘”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 매일 아침저녁으로 맡는 ‘지하철 타는 사람들의 냄새’가 익숙한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사다. 플랜 B와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선택지가 좁은 상황에 선 사람의 마음은 팍팍하다.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느라 미간에 주름이 사라질 날이 없다.


반지하에서 온 가족이 피자 박스를 접으며 사는 충숙(장혜진)의 눈에 연교(조여정)는 속 편한 부잣집 사모님이다. 연교의 어수룩한 천진함과 여유는 다 돈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충숙은 연교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행색이 180도 바뀐다. 돈은 주름살을 펴줄 수 있고, 여유와 기품도 만들 수 있다.


# “경찰처럼 안 생긴 경찰, 의사처럼 안 생긴 의사”


‘기생충’은 비극으로 끝난 두 가족의 이야기다. 출발점은 위조한 명문대 재학 증명서다. 만년 장수생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은 명문대 인장 하나면 부잣집 고액 과외 선생이 된다. 본질이 아닌 외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한 세상을 향한 풍자는 기우의 대사에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병원에서 깨어난 기우의 눈에는 경찰같이 생겼지만 경찰이 아닌 사람과, 의사일 것 같지만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보인다. 경찰처럼 생겼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사처럼 생겼다는 것의 정의는? 누구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틀 안에서 보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있을 뿐이니까.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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