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쏘로송송송이 말하는 봉보로봉봉봉 (Feat. 20년 우정)

조회수 2019. 6.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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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송강호 인터뷰

출연작이 곧 대표작이 되는 배우 송강호. 그에게도 환상의 파트너는 존재한다. 봉준호 감독이다. ‘살인의 추억'(2003)을 시작으로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 등을 함께 했다. 20여년간 서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두 사람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영광의 순간에도 함께 했다. 송강호에게 봉준호 감독과의 네 번째 작업에 대해 들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송강호 배우가 칸에만 가면 해당 작품이 상을 타죠. ‘밀양'(2007)이나 ‘박쥐'(2009)처럼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저는 행운아에요.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했으니까요. 폐막식 참석은 매번 긴장됩니다. 상이 중요한 건 아니죠. 어떻게 보면 경쟁 부문 21편 안에 들어간 것만 해도 수상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또 집에 가라고 하면 섭섭하고. 물론 전 그냥 집에 돌아온 적은 없습니다. 하하.


수상작으로 호명된 순간 기분은 어땠나요?


중계 영상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호명이 늦춰질수록 박수소리가 커지더라고요. 황금종려상 수상 구조가 그렇죠. 어마어마한 작품들과 거장들이 호명이 돼서 단상에 올라가는 걸 봤어요. ‘기생충’ 팀이 마지막에 남았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배우를 알약 같은 존재라고 하더군요. 강박증과 불안을 치유해준다면서요.


그렇다면 저는 봉준호 감독은 물약 같다고 하겠습니다. 알약보다 쉽게 넘어가잖아요. 물도 필요 없고. 으하하. 벌써 20년이나 된 인연입니다. 첫 만남부터 서로 존중했고, 그 마음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늘 존경하는 마스터로 여깁니다.


‘기생충’은 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기택(송강호)네 가족 구성원들이 사이가 나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가난에서 오는 피폐함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렇죠. 아내가 기택을 무시하는 것 같지만, 다 애정에 기반한 거고요. ‘기생충’은 어떤 원한이나 복수, 분노, 대결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론 클라이맥스를 보면 우발적인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예의란 단어가 더 어울리죠.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기택은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기존 영화에서 가난한 자들을 그리는 전형성에서 벗어나있어요.


연체동물처럼 연기하려고 했어요. 초반에는 만화적 대사도 나오잖아요.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저는 이 대사들이 일종의 장치라고 봤어요. 관객들이 반지하 방으로 빨리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죠. 관망만 할 수 있게요. 그러다 보면 기택네 모습이 자화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니까요. 하지만 클라이맥스에는 예상과 다른 모습이 나옵니다. 신선한 충격을 주고,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아나죠.


송강호라는 이름은 관객들의 신뢰와 직결되는 브랜드죠. 배우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을 법도 합니다.


그간 혼자 안고 가는 작품을 많이 했죠. 어쩌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생충’ 작업 과정이 더욱 즐거웠어요. 촬영장에서 쉴 때도 봉 감독님에게 “이런 작품 오랜만에 한다”라고 말했어요. 부담감이 덜해서 어깨가 가벼웠거든요. 최우식과 박소담 등 후배들에게도 “너희들과 같이 좋은 작품을 하니 기분이 좋다”라고 자주 표현했어요.


최우식과 박소담처럼 피어나는 배우들을 보면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지 않나요?


저는 그 나이대에 피부가 그렇게 곱지 않았어요. 하하. 최우식은 ‘거인'(2014)이란 작품을 인상 깊게 봤어요. 봉준호 감독도 그랬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영화의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좋은 연기를 보여줬어요. 박소담은 ‘사도'(2015) 때 호흡을 맞췄는데, 그때부터 역량을 알아봤죠. 두 친구들이 공교롭게 저의 아들과 딸로 나와서 기쁩니다. 물론 제가 이 배우들의 아버지를 할 나이는 아직 아닌데 싶기도 하지만.(웃음)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송강호 배우는 봉준호 감독뿐만 아니라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등 충무로 거장들이 사랑하는 파트너입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음… 자꾸 그분들 눈에 보이니까? 하하. 정말 쑥스러워지네요. 매번 제가 어떻게 헌신을 해야 이 작품이 원하는 인물이 될까 고민합니다. 부족한 면도 많지만, 그걸 쭉 견지해왔어요. 이런 측면을 네 분이 이해해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참, 김지운 감독님도 ‘기생충’ 수상을 축하하러 칸에 함께했어요. 파리에 있다가 기차를 7시간이나 타고 오셨대요. 뒷풀이를 함께 했습니다.


‘기생충’이 어려운 영화일 거라 여기는 관객이 많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 그런가 봐요.


저도 그런 선입견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상을 받았으니 심오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실까 봐 걱정되네요. 공부를 해야 하고, 철학적이지 않나 싶고. 사실은 쉬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던지는 메시지의 묵직함은 크죠. 드라마 구조나 진행이 신선하기도 하고요. 웃기면서도 슬픈,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제가 관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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