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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기르고 갑자기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배우

조회수 2019. 5. 24.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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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김성규 인터뷰

※ ‘악인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김성규의 삶은 ‘범죄도시'(2017)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좀비 사극 ‘킹덤’에 이어 칸 영화제 초청작 ‘악인전’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이런 상황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 자신을 둘러싼 삶의 변화에 매일 놀라고 있는 김성규를 ‘악인전’ 홍보 인터뷰로 만났다. 좀비떼를 뒤로하고 달리던 남자의 질주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형사와 조직폭력배에게 쫓기는 연쇄살인마 K다. (이 인터뷰는 칸 영화제 출국 전 진행됐습니다.)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악인전’이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에 칸 영화제까지 진출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칸 영화제는 제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어요. 진출 소식을 들었을 때도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국내 관객이 ‘악인전’을 어떻게 볼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프레스콜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싶고. 다들 멋있고 당당하게 찍으라고 하더군요. 제가 얼마나 어색하지 않을지가 나름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요. 하하.


첫 주연작인데, 부담감과 감개무량함이 공존했을 것 같습니다.


기대보다 큰 역할들이 주어져서 감사할 따름이죠. ‘범죄도시’로 영화를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K는 저로서는 부담스러운 역할이긴 합니다. 마동석, 김무열 등 선배들과 균형을 잘 이루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보기에 허술하거나, 에너지가 부족해 보이면 안 되니까요. 나름대로 최대한 채우려고 애썼습니다.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K는 전사가 없어요. 살인을 즐긴다는 것과, 그가 자의식 과잉이라는 사실이 강조될 뿐이죠. 하지만 배우는 캐릭터의 당위성을 확립해야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영화에서 K의 과거에 대한 단서들이 등장하긴 해요. 방 안에 폭력에 대한 서적들이 있고, 어릴 때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도 보입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죠. 저는 학대를 받고, 상처를 입다가 괜찮아지는 과정에서 감정이 억눌린 사람이라고 봤어요.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찾으려다 연쇄살인마가 된 게 아닐까요.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타인에게 읽히지 않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에도 그렇게 써있었고요. 그래서 눈빛이 아주 섬뜩하죠. 감독님이 촬영을 잘 해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K는 참 불운한 캐릭터죠. 왜 하필 마동석을 건드려서.(웃음)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했어요. 그게 K, 즉 강경호라는 캐릭터의 특징이죠. 약한 대상만 공격하는 게 아닙니다. 무자비하고, 과시욕이 있는 인물이죠. 그래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 2도 촬영 중이죠. 영신이 섹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필모그래피가 추가될 때마다 비주얼이 점점 물이 오르고 있습니다.


하하. 역할 때문이겠죠. ‘킹덤’은 시대극이고, ‘범죄도시’ 양태와는 인물이 가진 팽팽함의 정도가 다르잖아요. 외형적으로도 차이가 있고요. ‘킹덤’이 공개되고 나서 한참 뒤에 ‘악인전’을 보시는 거라, 저를 낯설게 느끼시는 게 아닐까 싶네요. 너무 좋게 보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떤 수식어가 붙으면 민망하기도 하죠.


주지훈 배우가 김성규 배우와 ‘킹덤’ 촬영 현장에서 많이 걸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여러 고민을 털어놨다고요.


그렇게 많이 걸을 줄은 몰랐어요. 그때는 카메라 앞이 마냥 어려웠거든요. 큰 역할을 맡았고, 제 몫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싶고. 주지훈 선배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성규야, 걸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킹덤’ 시즌2를 촬영 중인데, 요즘에도 걷습니다. 고민 상담도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전석호 선배도 함께 하고 있어요.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악인전’ 현장에서도 많이 걸었나요?


혼자 걸었죠.(웃음) 캐릭터를 준비하느라 살을 빼야했거든요. 오전에 운동을 하고, 대본을 보다가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방 촬영 가서도 그랬어요. 걷는다기 보다는 배회했던 순간이죠. K는 전사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논리적 접근이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보일까 걱정이 되더군요. 단서들도 쉽게 안 잡히고, 건강하지 않은 생각을 계속 했어요. 너무 답답해서 산에도 가고, 복싱도 배웠습니다.


마동석 배우가 현장에서 복싱을 가르쳐 줬다는 게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에피소드군요.


맞아요. 복싱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밤 촬영 중에 마동석 선배가 마침 복싱 이야기를 하시길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말을 꺼냈다가 그만.(웃음) 갑자기 일어나셔서 “성규야, 복싱이란 말이지~”라며 시범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꽤 긴 시간을 1대 1로 코칭을 받았죠. 저로서는 영광이죠.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매체 연기로 넘어온 뒤, 범죄 액션과 좀비물에 출연했습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강렬해요. 배우로서는 다른 스펙트럼을 욕심낼 법도 한데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는 역할을 주시면 좋은 거죠. 센 역할, 혹은 악역이라 해도 어떤 식으로 다루냐에 따라 달라져요. 그래도 좀 더 일상적인 호흡이 있는 작품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지금까지는 뛰거나, 피하거나, 도망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낯빛이 안 좋은 인물을 연기했죠. 앞으로는 안부를 묻거나 밥을 먹었는지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평소에는 어떤 장르를 즐겨보나요?


딱히 가리지는 않아요. 굳이 꼽자면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네요. 인물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블루 발렌타인'(2012)처럼요. 아름다웠던 시절부터 결혼 후 구질구질한 일상까지 드러나잖아요.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늘 질문을 받는 입장인데요. 인터뷰를 빌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악인전’ 덕분에 처음으로 무대인사에 참여했어요.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범죄도시’ 때만해도 없던 일이죠.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했어요. ‘킹덤’의 영향력인가 싶고. 사실 제가 소규모로 팬카페가 있는데, 무대인사 때 오셨더라고요. ‘큐해줘 성규’라는 팻말을 들고 계시던데. 아직은 부끄럽고 어색해서 표현을 못했어요. 언젠가는 응원해주신 거 잘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적극적인 표현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본문으로 꼭 전달할게요.


그래야겠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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