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망작 지뢰 있던 엑스맨의 19년
‘엑스맨: 다크피닉스’가 6월 5일(수) 개봉한다. ‘엑스맨’ 시리즈가 걸어온 19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세계관 사상 최강의 존재 다크피닉스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작품에 쏠리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각 작품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장 전까지 ‘엑스맨’은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히어로 프랜차이즈였다. ‘엑스맨’ 시리즈가 시작된 2000년은 히어로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편 ‘엑스맨’은 엑스맨 코믹스를 실사로 옮긴 첫 번째 시도였고,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엑스맨 2’(2003)는 시리즈의 평가를 더 끌어올린 작품이다. 세계관의 구축에 힘을 쏟은 1편을 기반으로 2편은 단순히 선악의 대결을 넘어 혐오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캐릭터의 매력 또한 진하게 드러나, ‘엑스맨’ 시리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엑스맨’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엑스맨’ 시리즈의 몰락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마블 시리즈 같은 히어로 시리즈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완성도 때문이다. 앞선 두 편의 영화가 단일 영화이자 시리즈, 하나의 유니버스로서도 훌륭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편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은 이러한 성과를 한 번에 꺼뜨렸다. 코믹스 사상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다크 피닉스 사가를 중심으로 했음에도 이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을뿐더러 이전 시리즈와의 연결성도 부족했다.
이후 두 편의 ‘울버린’ 시리즈가 공개됐지만, 이 또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이 실종된 것은 물론, 차별점이라할 수 있는 매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흥행 성적 또한 내리막길을 걸었고, ‘엑스맨’ 시리즈는 소생 불가 상태로 들어서는 듯 했다.
이 가운데 등장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암흑기를 뚫고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삼부작으로 기획된 프리퀄 시리즈는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의 과거를 다뤘다. 엑스맨이 등장하기 전, 인간과 돌연변이,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가 대립하게 된 과정을 포착하며 실종됐던 개연성을 다시 돌려놓았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프리퀄의 시간대로 시간 여행하는 구조를 통해 두 세대의 결합을 이뤄냈다. 팬들의 열광을 부른 작품이자, 그동안의 오류를 삭제하고 ‘엑스맨’ 시리즈의 미래에 다시 힘을 실어준 작품이다.
‘엑스맨’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로건’(2017)이다. 자가 치유 능력 덕에 늙지도, 죽지도 않는 울버린(휴 잭맨). 시리즈와 역사를 함께한 그는 수많은 업적만큼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로건’은 상실에 지친 그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기회와 죽음이라는 평화를 선물했다. 히어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17년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휴 잭맨의 노고가 겹쳐지며 관객에게 뭉클한 감정을 선사했다.
이제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차례다. 시리즈의 피날레를 기다리는 팬들의 온도는 그야말로 딱 적정한 수준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부터 이어진 열기는 ‘로건’으로 최대치를 찍었으나 가장 최근작인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가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오락가락해온 ‘엑스맨’ 시리즈의 완성도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유니버스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놀라운 반전보다는 팬들을 이해시킬 개연성이 중요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시리즈가 지나온 극과 극의 평가를 뒤로하고 명예로운 퇴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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