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도플갱어가 가위를 들고 쫓아오는 영화
‘겟 아웃’(2017)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가 공개됐다. 휴가를 떠난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의 가족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혼돈을 포착했다. 생김새는 물론 생각까지 똑같은 이들의 존재는 애들레이드에게 극한의 두려움을 안긴다.
이 영화 대체 뭐야…? 나도 모르게 경악하게 된다
사진 UPI 코리아
참신하고 충격적인 공포 영화다. 도플갱어, 낯선 자의 침입, 추격전과 난투극까지. 공포 영화에 널리 사용된 소재이지만 기시감은 전혀 없다. 이 소재들을 다르게 조합한 조던 필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다. 전작에 이어 억압받은 자들에 주목한 그는 우리와 같고도 다른 존재를 통해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미장센과 텐션의 활용 또한 훌륭하다. 강렬한 이미지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유쾌한 농담으로 관객을 들었다 놓는다. 발상과 전개, 비주얼과 대사 모두 날카롭고 강렬하다. 모든 장면에 몰입도가 엄청나 매 순간 경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잔혹한 핏빛 비주얼, 피 나온다고 말 안했잖아…
사진 UPI 코리아
‘어스’는 ‘겟 아웃’보다 훨씬 잔혹하다. 내려치고 찌르고 여기저기서 피가 솟구친다. 그럼에도 고개를 돌릴 정도로 무섭지는 않다. 슬래셔 무비를 표방하는 대신, 미스터리에 중심을 둔 까닭이다. 이는 ‘어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흔한 핏빛 공포물이 되는 것은 탈피했지만, 잔혹한 묘사에도 ‘별로 안 무섭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스’의 승부수는 잔혹함이 아니다. 잔혹함은 거들 뿐, 미스터리가 공포의 중심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보는 내내 동공 지진을 일으키게 된다. 깜짝 놀라거나 잔혹한 장면도 여럿 있지만 비주얼이 아니라 설정으로 ‘헉!’하게 하는 영화다. ‘무섭네’ 이상의 감상평을 원한다면 꼭 보기를 권한다. 또한 스포일러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결말을 알고 본다면 흥미가 뚝 떨어질 것이다.
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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