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착한데 인성은 더 착한 배우.txt

조회수 2019. 1. 12.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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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장미'④] 이원근,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이 된다는 것

이원근은 만날 때마다 더 궁금해지는 인터뷰이다. 일상의 매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들여다보는 그의 앞에서는 평범한 일도 특별해진다. 배우에게 그런 세심함은 천부적인 재능이다. 게다가 매사 어찌나 정성스러운지. 세상만사를 궁금해하고, 꼭꼭 씹어삼켜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 그에게 1970년대로 떠난 소감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1970년대 명환은 이원근 배우가, 1990년대 명환은 박성웅 배우가 연기하죠. 두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점이 보여요.


박성웅 선배는 딱 보기에도 건장하고, 저는 왜소하니까요.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의 차이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어쩌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웃음) 명환이가 고생을 많이 해서 변한 건가 싶기도 하고. 하하! 다행히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너네 둘이 닮은 게 너무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생긴 것도 그렇고, 이미지도 공통분모가 있대요.


조석현 감독이 보내준 문자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요.


박성웅 선배에게 보내준 문자였어요. 감독님이 선배에게 “명환이는 이런 캐릭터니까, 이렇게 보였으면 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명환과 중년이 된 명환의 모습이 다른 게 아니라, 똑같았으면 하셨대요. 그래서 제게 문자를 캡처해서 보내주신 거죠.


사진 리틀빅픽처스

듣다 보니 그 문자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명환은 어떤 사람이어야 했나요?


안 그런 것 같은데 웃겨요. 허당이죠. 진중한 모습도 있는데, 그 속에 코믹한 요소도 살짝 있어요. 박성웅 선배가 그렇게 연기를 할 예정이니, 제가 연기하는 명환도 그걸 참고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덕분에 캐릭터의 말투도 신경 썼죠.


맞아요. 좋은 집안에서 자란 잘 생긴 명문대생인데도 살짝 빈틈이 보이는 인물이죠. 연애할 때는 저돌적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저랑 다 반대에요.(웃음) 저는 굉장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도 있었지만, 아르바이트도 했죠. 실제로 연애할 때는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평소에도 ‘여기서 이렇게 하면 되나’ ‘이 말을 해야 하나’ 늘 고민합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제 말 때문에 누가 상처받으면 안 되잖아요. 친구들이 실망할까 두렵기도 하고. 제 모습을 얘들이 못받아주면 어쩌나 싶고.


하긴 이원근 배우를 볼 때마다 상대방을 매우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그래서 일이 끝나거나, 자리가 파하고 난 뒤에는 몸이 지칠 때가 많아요.(웃음) ‘그런 말을 괜히 해서 분위기가 싸해진 건가’ 싶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안 해도 될 걱정도 있는데, 미리 앞서가는 거죠. 정말 피곤한 성격이에요.


자신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얻는 쾌감이 있었을 법 합니다.


그럼요. 명환이는 무작정 다 하고 보잖아요. 고백도 하고요. 그 자체가 굉장히 용기가 있는 거죠. 첫 만남에는 서먹하기 마련이잖아요. ‘어디에 사시나요’ 이런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고요. 근데 명환이는 다짜고짜 “좋아해요”라고 하니까. 그 부분이 저랑 정말 달라요. 평소 저는 길을 갈 때 땅을 보고 걷거든요. 반면 명환이는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인 거죠. 자신감도 있고요.


사진 리틀빅픽처스

20대 초반의 명환은 집안의 기대와 가슴이 뛰는 사랑을 두고 갈등합니다. 이원근 배우의 그 나이대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배우로서 출발점에 선 시점이었죠. 스물두 살에 소속사와 계약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할 거라는 예상도 못 했어요. 근데 처음 본 사람들이 저의 말투나 목소리, 외모를 하나하나 꼬집어 보면서 평가를 하시더라고요. 물론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처음에는 그게 낯설고 무서웠어요. 동물이 좋아지기 시작한 때가 딱 그 시기였어요. 주인이 3번 바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거든요. 덕분에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까지 알았죠.


이렇게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는 옆에 누가 있느냐가 참 중요할 텐데요. 평소에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김태훈 선배요. 제가 진짜 따르는 분입니다. 충신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조언도 알짜배기만 해주세요. 그 형이 있기에 제가 힘들 때도 많이 의지할 수 있어요. 참, 형이 사주는 고기가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으하하! 힘이 되는 존재로는 우리 강아지 초코와 뚜뚜도 빼놓을 수 없죠. 노견인데, 오래 살았으면 해요. 한 2~30년 정도?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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