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만나면 순둥해서 놀란다는 배우

조회수 2018. 12. 12. 18: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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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조복래 인터뷰

※ ‘도어락’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


때로 열등감은 잘못된 선택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도어락’ 속 김기정(조복래)이 그러하듯이. 돈이 없고, 잘나지 않기에 무시당한다 여기던 남자는 한 여자의 일상을 스릴러로 만든다. 김기정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와 닮았다. 언젠가는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힘은 강력하다.


연민을 둘 여지가 적은 캐릭터는 배우에게도 꽤나 부담일 터. 하지만 조복래가 내놓은 답은 명쾌하다. “배우가 역할을 가리면 쓰나요.” 특유의 굳은 심지가 엿보이는, 믿음직스러운 한마디다. 화가 나면 앞뒤 재지 않는 김기정과는 달리,  그는 상당히 신중한 사람이다.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간극은 새삼스럽지만, 조복래는 그 폭이 꽤 크다.


사진 스타디움

Chapter 1. ‘도어락’ 알지 못한 세상을 보다


 ‘범죄의 여왕'(2016) 개태 역으로 만났던 기억이 나요. 개태만큼이나 실제로도 사랑스러운 면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도어락’은 그래서 더 의외였어요.


사랑스러운 사람이요? 에이, 아닌데.(웃음) 김기정에 대해 저도 우려를 좀 했어요. 그래도 배우가 역할을 가리면 안 되니까요. 1인 가구가 많은 시대잖아요. 영화 자체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시나리오를 본 주변 사람들도 같은 반응이었어요.


‘도어락’의 강점은 적재적소에 배치한 일상 속 디테일이죠. 기억에 남는 설정이 있나요?


조경민(공효진)네 집에 있는 남자 속옷과 신발이요. (혼자 사는 여성들이)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걸 저는 알지 못했어요. 배우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도 몰랐던 거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어요.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Chapter 2. 조복래가 기억하는 선배 공효진


극 중 김기정은 조경민의 주변을 집요하게 맴돌잖아요.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일이라서 다들 무섭다던데. 공효진 배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죠?


그렇죠. 제가 공효진 선배를 때려야 하는 신이 있었어요. 끊어서 찍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힘을 쓰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한 번 살짝 때렸는데 선배가 “복래야, 한 번만 더 가보자”라고 하더라고요.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에 부응해야겠다 싶었어요. 힘을 조절할 때 긴장을 많이 했죠.


‘도어락’은 유독 추웠던 겨울에 촬영된 작품입니다.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였죠. 고생이 많았겠어요.


추위 덕분에 공효진 선배에게 감동받은 적이 있어요. 버스 정류장 신을 촬영하는 날이었어요. 저는 두꺼운 점퍼를 입었는데, 공효진 선배는 옷이 얇았거든요. 그런데 저를 슥 보더니 스태프들에게 넌지시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저 친구 난로 하나 줘.” 굉장히 큰 배려인 거죠. 진짜 감사했어요.


사진 스타디움

Chapter 3. ‘그 여름 동물원’ 언제쯤 잘 놀게 될까요? 


지난해 끝자락에는 ‘그 여름 동물원’로 무대에 올랐어요. 그룹 동물원과 멤버였던 故 김광석에 대한 뮤지컬입니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간 기분은 어땠나요?


대학교 은사님이 보러 오셨던 날이 기억나요. 저 나름 익었다고 생각한 시점이었거든요. 근데 은사님이 앉아 계시다고 생각하니까 긴장되더라고요. 그 자리만 핀 조명이 ‘딱’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결국 실수했어요.(웃음) 은사님의 반응이요? “너는 좀 더 놀아야 될 것 같애~” 아휴, 그걸 이겨내야 크게 성장할 텐데 말이죠.


제자에게 매우 엄격한 스승님이신가 봐요.


제게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분입니다. 평소 조심성이 많거든요. 그분의 한마디 덕분이죠. 어느 날 제게 “너는 배우로서 기품이 없어!”라고 말씀하셨어요. 군대 가기 전이었는데, 그 말에 ‘훅’ 눌렸습니다.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당시 저는 뭐랄까, 좀 소란스러웠어요. 한마디로 왈가닥?(웃음)


Chapter 4. 배우는 걸 좋아하는, 재주 많은 배우


재주가 참 많은 배우입니다. ‘쎄시봉'(2015)과 ‘그 여름 동물원’은 어린 시절부터 갈고닦은 개인기가 때를 만난 경우였죠. ‘하이힐'(2014) 속 깔끔한 발차기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럴 때 써먹어야지’ 시작했던 적은 없어요. 악기 연주나 노래, 태권도, 복싱, 아크로바틱, 사물놀이 등 다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 배운 경우도 많고요. 대학 입시 때 특기가 있어야 해서 외발자전거를 배우긴 했었네요. 그런 것들이 우연치 않게 영화에 들어갔던 거죠. 원래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요즘에는 어떤 걸 배우고 있나요?


승마를 배우고 있어요. ‘궁합’ 때 말을 처음 타봤는데, 좀 재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덕분에 재미있게 찍었습니다. 요즘 드라마 ‘이몽'(MBC, 2019)을 촬영 중인데, 거기서도 말을 타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장에 갔는데 ‘궁합’ 때 무술 감독님이더라고요. 절 보더니 “복래 씨는 오지 마”라고.(웃음) 아직 한 번 밖에 안 가봤어요.



Chapter 4. 아직 만나지 못한 조복래, ‘예수보다 낯선’ ‘이몽’


개봉을 기다리는 차기작이 있죠? 여균동 감독과 함께한 2인극 ‘예수보다 낯선’입니다.


한 영화감독(여균동)과 예수라고 자칭하는 남자(조복래)의 로드무비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진출작이죠. 사실 저는 종교가 없는데, 덕분에 심사숙고했어요. 자칫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잖아요. 주변에 기독교 신자인 친구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해석이 분분하게 갈리더라고요. 재미있다는 반응도 많고. 결국 감독님과 미팅 후 확신이 생겼죠. 세상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은 신념을 가진 분이었어요. 예수를 철학자로서 존경하신대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이몽’은 내년 5월 MBC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실 건가요?


김남옥이라는 인물입니다. ‘이몽’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시대극인데, 김남옥은 의열단 단장 약산 김원봉(유지태)의 오른팔이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캐릭터입니다. 후회가 남지 않게, 한 번 잘 해보고 싶어요.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9년은 어떤 한 해가 되길 기대하나요?


내년에는 더 활발하고 다양하게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의욕이 충만한 상태거든요. 또, 주변 사람들이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요즘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친구들에게도 지옥훈련을 시키고 있고요. 지금 몸이 ‘쫙’ 갈라져 있어요. (언제 보여줄 거냐는 말에) 음… 격정 멜로를 하게 되면? 하하!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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