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극 '창궐' 호불호 리뷰
사람도 짐승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조선, 혼란에 직면한 왕자 이청(현빈)의 혈투를 담았다. 170억이 투입된 대작 ‘창궐’은 어마어마한 제작비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좀비 묘사, 액션 등 볼거리가 많지만 조선에 창궐한 좀비,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가장 매력적이다.
#GOOD!
사극·좀비물 다 된다? 작정하고 만든 하이브리드 장르물
‘창궐’은 조선판 ‘부산행’(2016)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행’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사극은 거들 뿐, 좀비의 ‘하드 캐리’가 예상됐지만 사극으로서 완성도도 훌륭하다.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정쟁의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야귀들은 물 만난 듯 활개친다. 피 칠갑을 하고 관절을 꺾어대는 수 백 명의 야귀 떼는 이내 목이 뎅강 날아간다. 특수분장은 감탄을 자아내는 수준. 서사는 물론, 야귀의 비주얼과 규모 모두 ‘부산행’ 이상이다. 선혈 낭자한 궁궐의 풍경도 이색적이다. 청색과 홍색, 조선과 청나라, 한복과 좀비까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적 색깔과 장르적 재미가 동시에 살아 숨 쉰다.
# BAD!
생각보다 진지한데…? 짜릿함에 찬물 붓는 과욕
진지한 사극 드라마는 ‘창궐’의 약이자 독이다. ‘창궐’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야귀. 강렬한 오프닝으로 야귀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지만 이내 엄격, 근엄, 진지한 정치 드라마가 펼쳐진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야귀떼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과도한 욕심도 눈에 띈다. 백성은 안중에 없고 권력에 집착하는 왕, ‘내가 이러려고’ ‘이게 나라냐’같은 대사들은 자연스럽게 탄핵 정국을 연상시킨다. 이는 ‘피식’하는 웃음을 줄 뿐,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런던 필하모닉의 손길이 담겼다는 음악도 몰입을 해친다. 인물들이 힘을 합칠 때는 ‘어벤져스’(2012)가 연상되는 음악을, 안타까운 상황에는 서정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짜릿함이 극에 달한 순간, 앞서나가는 음악이 흥분을 꺼트리며 찬물을 붓는다.
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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