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만세 | '마녀' 박훈정 감독

조회수 2018. 7. 10. 19:5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새로운 마녀 등장, 세계관 확장할 수 있다"

180만 관객이 본 ‘마녀’는 박훈정 감독이 오랜 바람을 담아 끌고 온 프로젝트다. 어린 시절에 비디오 가게 세 곳을 돌며 가리지 않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박훈정 감독. 그가 꿈꿨던 최강 캐릭터 이야기 ‘마녀’는 한국형 히어로 프렌차이즈 초석으로 탄생했다.

# ‘마녀’를 영화로 완성하기까지

‘마녀’는 ‘대호’(2015) 이전에 쓴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관객과 만나기까지 왜 늦어졌습니까?

당시에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우리나라는 할리우드가 아니야’라는 반응 밖에 못 들었습니다. ‘대호’ 이전에 ‘마녀’ 시나리오를 써서 해보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많이들 말렸습니다. ‘대호’를 개봉시킨 후에도 다시 이 작품을 시도했지만 그때도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었어요. 또 다시 저를 만류하더군요. ‘브이아이피’를 한 후에 제가 ‘이걸 꼭 할 거야’ 하고 투자사들을 만났습니다.


‘마녀’는 전작 ‘브이아이피’에 이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급작입니다. 해외 배급사와 만나면서 영화화가 본격화 된 부분도 있습니까?

아무래도 조금은 그렇습니다. ‘마녀’ 시나리오를 확인한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난감’이었습니다. 난감한 프로젝트라고들 했죠. 여성 원탑 영화인 데에다가 그 마저도 신인배우를 뽑겠다고 말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예산도 60억 원 남짓 투입되니까요. 상업영화에 이런 기획이라면 그들로선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 거죠.

한 곳 정도 관심을 보이다가 워너브러더스에서도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워너는 한국 기존 배급사들 보다 배우 캐스팅 부분과 예산 대비 패키징에 더 열려있었습니다. 프렌차이즈 장르로 기획한 것에 대해서 ‘마녀’ 프로젝트는 워너브러더스 본사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모든 연출작의 주인공은 남성이었습니다. 인간병기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단지 이야기에 어울리는 주인공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네요.(웃음) 이번 이야기는 여고생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마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만화나 영어덜트 먼치킨 영화를 만들자 했죠. 그러면서도 제 취향은 마블 영화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쪽이거든요. 그 이야기를 한국적인 상황으로 가져와서 마녀라고 불리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저걸 영화로 만들고 싶다’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슬픈 초능력자 ‘마녀’

‘마녀’라는 존재는 동화 속 공주와 대비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최근 히어로 영화에서도 빌런에 붙는 대명사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글쎄요. 마녀라는 단어는 누군가를 제어, 증오하고 죽이려고 만들어낸 말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진짜 빌런에게 붙이는 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마녀’는 마녀라 불린 여자아이가 악해지도록 만들어졌지만 연구원들에게 보란 듯이 굉장히 평범하고 선하게 잘 자란 이야기입니다. 그런 아이가 각성, 폭주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제목으로 ‘마녀’ 이상 좋은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녀라는 단어 자체가 슬픈 단어 같아요. 중세시대에는 마녀라고 낙인 찍히면 무조건 죽잖아요. 마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길이 없으니 굉장히 섬뜩한 단어입니다. ‘마녀’는 마녀로 만들어진 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만든 사람들을 다 엎어버리는 이야기인 거죠.


전작 ‘브이아이피’로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습니다. 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 것도 ‘브이아이피’ 이후인데, 그때 영향 받아 바뀐 부분도 있습니까?

크게 바뀐 부분은 없습니다. 의식한 건 없지만 은연중에 연출하는 데에 영향은 받았을 겁니다. 가장 큰 변화는 남자였던 닥터 백(조민수) 캐릭터가 여자로 바뀐 것 정도인데, 그 논란 때문에 바뀐 것은 아니에요. 제 기준에서 어울리는 남성배우 캐스팅을 매칭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성별을 바꿔볼까 싶었고 제작진 내부에서도 그 제안이 나왔습니다.

# 의외의 얼굴을 찾아 만든 조합

조민수는 4년 동안 활동이 뜸했다가 ‘마녀’로 스크린에 복귀했습니다. 닥터 백 역할에 조민수라는 배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됐습니까?

닥터 백은 자칫 미치광이 과학자로 보이거나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로 가버릴 수 있습니다. 여성 배우들 중에서 ‘아우라를 가진 배우, 힘이 있는 배우가 누가 있지?’ 했을 때 조민수라는 배우가 제일 앞에 보였습니다. 조민수 배우는 포스가 느껴져요. 그런데 이런 센 캐릭터를 한 적은 없죠. 그러니까 딱 좋았죠. 센 이미지 하면 떠오르는 배우들이 맡았다면 익숙하게만 보였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신인배우를 원하던 마녀 구자윤 역에는 김다미가 캐스팅됐습니다. 어떤 얼굴을 찾고 싶었습니까?

표현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질 수 있는 얼굴? 자윤은 양극단을 오가는 캐릭터입니다. 보통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상황마다 그 분위기에 맞게 비춰지는 얼굴을 찾고 싶었습니다. 따로 설정하고 연기하면 어색할 것 같았어요. 그냥 있는 자체로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다미는 연기가 무척 안정적인 친구입니다. 연기 경력이 없는데도 말이죠.


최우식은 조심스럽게 “귀공자를 연기한 것이 만족스러웠다”라고 하더군요. 그가 한번도 못해본 캐릭터였는데 최우식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우식을 이야기 했을 때 다들 ‘이미지가 유약하지 않아? 어려보이지 않아?’ 하더군요. 저는 그래서 더 섬뜩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더 매력 있을 것 같았어요. 최우식이라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이런 캐릭터를 안 했으니까 우리가 빨리 불러서 캐스팅하자고 했죠. ‘일단 와 봐요, 일단 와’ 해가지고 만났죠.(웃음)


배우를 캐스팅할 때 반전 이미지를 끌어내려는 편인가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하나는 배우가 기존에 보여준 그 이미지,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그 이미지의 ‘끝판왕’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기는 겁니다. ‘비슷한데 더 할 수 있겠나’ 싶은데 더 나아가는 거죠. 아니면 ‘그 배우가 이 인물에 어울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봤는데?’라는 반응이 나올 때 오히려 안 해봤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입니다. 그런 게 재밌어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최)우식이 같은 경우는 후자의 경우죠.


감독님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박희순 배우는 어떻게 다시 협업하게 됐습니까?

박희순 씨는 배우로서 얼굴이 많아요.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많은 배우입니다. 미스터 최(박희순) 캐릭터는 대중에 익숙한 이미지 같기는 하지만, 이제 그 ‘끝판왕’을 보여주고 아예 다른 캐릭터를 해도 될 것 같네요.

# 앞으로 이어질 ‘마녀’에 대해

각본작 ‘악마를 보았다’(2010)는 이야기 자체로도 무섭고 전작 ‘브이아이피’에 이어 ‘마녀’도 잔혹한 편입니다. 이렇게 선혈이 낭자한 영화를 찍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도 묻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킹스맨’(2015)에서 사람을 칼로 반 쪼개서 죽이는데 피가 한 방울도 안 튀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웃음) 사람이 칼로 찌르면 피가 나고 총을 맞으면 피가 튀어야죠. 제 기준으로 피가 안 나오는 게 청소년들이 보기에 더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피가 튀지 않으면 영화에서 사람을 깔끔하게 죽고 사람 죽이는 게 너무 쉽잖아요. 피가 튀어야 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피가 튀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화면상 피가 흐르면 더 선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죠.

영화가 성룡 표 코믹 액션이라면 모르겠지만 총, 칼로 찌르는데 피가 안 나오는 게 더 잔인한 것 같습니다. 현실감 있는 이야기라면 영화 전체적인 톤앤매너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면 정도를 넘어서 표현할 필요는 없겠죠. 캐릭터와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서 하되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 해당 장면만 너무 잔혹하면 문제가 되겠죠. 그 장면이 해당 영화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무언가라면 잔혹한 장면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녀’는 프렌차이즈 장르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 죽은 인물들이 살아 돌아올 가능성도 있습니까?

그건 설정하기 나름이죠.(웃음) ‘마녀’ 이후의 스토리는 써놨지만 2편을 어디까지 끊어야 할지 봐야할 것 같습니다. 3부작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윤 이후로 새로운 마녀가 등장할 수도 있고 세계관도 계속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채소라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