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0주년 l 9편의 영화로 돌아보는 제주의 역사

조회수 2018. 4. 3. 18: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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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 70주년을 맞았다. 1947년 3월 1일 미 군정의 묵인 아래 자행된 제주민 학살사건이 시발점이다. 무려 7여 년 동안 여파가 지속되어 최소 3만 명 이상의 제주민들이 희생당했다.


성북문화재단 산하 아리랑시네센터는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4·3 영화 특별전’을 통해 제주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 3개의 섹션을 통해 이재수의 난부터 4.3 사건까지,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김경률 감독은 제주 4.3 사건이 곧 개인적인 경험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사진 ‘끝나지 않은 세월’ 스틸

#오멸 감독의 제주, 끝나지 않은 역사   

‘끝나지 않은 세월’(2005)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를 연출한 오멸 감독에게 영감을 준 오리지널 극영화다. 고층 아파트에서 한가롭게 화초를 가꾸는 황가와 도시 변두리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형민. 이 60대 노인 두 사람이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제주 4.3 사건 진상보고서 확정 소식’을 듣고 서로 다른 과거를 회상한다. 제주 4.3 사건에 맞서는 당사자들의 정신, 유족의 정서를 담은 김경률 감독의 극영화다.

김경률 감독은 제주 4.3 사건이 곧 개인적인 경험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됐을 당시 ‘끝나지 않은 세월’은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진상규명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1997년부터 ‘4.3 다큐멘터리제작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김경률 감독이 생전에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어서 연출했다고 밝힌 작품이다. 채소라 

오멸 감독이 연출한 ‘이어도’는 삶에 지친 어린 엄마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비춘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이어도’(2011)


사는 것이 버거운 어린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는 아이를 버리려고 다짐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 영화는 밭을 매거나 물질을 하는 그의 평범한 일상을 잔잔히 비춘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아픈 역사가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특정한 서사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 공간과 그 안의 사람을 조망하는 방식으로 4.3 사건이 남긴 한을 전한다. 색채 없는 흑백 화면이 오히려 아픔의 깊이를 더욱 짙게 드러내는 효과를 준다. 차지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은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3)


제주 4.3 사건을 다룬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 속편으로 제작된 작품. 1948년 11월 제주섬 사람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여긴다’는 소문에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도대체 왜 피난을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그들은 마을에 두고 온 가족, 키우던 돼지의 끼니와 앞으로의 결혼 계획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던 마을 사람들의 참담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당한 명령으로 살육을 일삼아야 했던 군인들의 고뇌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는 촘촘한 서사와 미학적인 이미지가 4.3 사건의 비극을 더욱 아프게 전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한 추모가 마음을 울린다. 차지수 

죽은 자들이 잠시 들른다는 전설의 섬 미륵도를 배경으로 삼은 ‘눈꺼풀’. 사진 성북문화재단


‘눈꺼풀’(2018)


세월초 참사의 아픔을 담은 작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은 오멸 감독이 3일 간 밤잠 설치며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배경은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섬 ‘미륵도’, 이곳에서 떡을 찧으며 살아가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바다에 폭풍이 몰아친 뒤 선생님과 학생들이 섬에 찾아온다. 하지만 쌀을 빻는 절구가 부서지고 우물의 물이 썩어 노인은 더 이상 떡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영화는 친절한 서사와 거리를 둔 채 상징적인 이미지들로 전개된다. 차갑고 적막한 바다, 시커멓게 우거진 숲, 온 섬을 헤집고 다니는 쥐 한 마리 등의 풍부한 이미지들이 음울한 무게감을 자아낸다. 바다의 희생자들을 향한 먹먹한 위로와 안타까움의 무게다. ‘눈꺼풀’은 영화 한 편을 통해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간접 체험하게 한다. 차지수


‘레드헌트’는 국가에 의해 제주도에 자행된 폭력의 실상을 말한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다큐, 기록과 기억 사이


‘레드헌트'(1996)


4.3 사건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했던 좌익세력과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극우단체, 이승만 정권의 강경 대응 등이 얽히면서 발생했다. 대한민국 수립 과정에 관여한 세력들간의 알력 싸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30여만 명이 연루되었으며, 최소 3만 명 이상의 도민이 사망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4.3 사건은 언급조차 금기시됐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빨갱이’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조성봉 감독 역시 ‘레드헌트’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레드헌트’는 제주 4.3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조명한 최초의 작품이다. 4.3 사건이 한국 현대사의 모순에 의해 일어난 비극임을 보여준다. 1992년 북제주군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유골을 시작으로, 미 군정 보고서와 당시 언론 보도, 학자들의 연구,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4.3 사건의 전말과 의의를 되짚는다. 또한 4.3 사건은 냉전 시대 미국이 펼친 이념의 논리, 척결되지 못한 친일세력 등에 의해 일어난 것임을 밝힌다. 성선해 

‘레드헌트’는 국가에 의해 제주도에 자행된 폭력의 실상을 말한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다큐, 기록과 기억 사이


‘레드헌트'(1996)


4.3 사건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했던 좌익세력과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극우단체, 이승만 정권의 강경 대응 등이 얽히면서 발생했다. 대한민국 수립 과정에 관여한 세력들간의 알력 싸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30여만 명이 연루되었으며, 최소 3만 명 이상의 도민이 사망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4.3 사건은 언급조차 금기시됐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빨갱이’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조성봉 감독 역시 ‘레드헌트’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레드헌트’는 제주 4.3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조명한 최초의 작품이다. 4.3 사건이 한국 현대사의 모순에 의해 일어난 비극임을 보여준다. 1992년 북제주군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유골을 시작으로, 미 군정 보고서와 당시 언론 보도, 학자들의 연구,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4.3 사건의 전말과 의의를 되짚는다. 또한 4.3 사건은 냉전 시대 미국이 펼친 이념의 논리, 척결되지 못한 친일세력 등에 의해 일어난 것임을 밝힌다. 성선해 

임흥순 감독은 제주도라는 공간 자체를 통해 제주 4.3사건을 다룬다. 최근 자연주의 삶의 터전으로 인식되는 제주도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조명하는 방식이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비념’(2012)


제주 4.3사건 생존자를 인터뷰하며 당시 생생한 증언과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최근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 진행된 강정마을 주민들이 건설에 반대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임흥순 감독은 제주 4.3사건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제주도와 도민의 수난기를 담았다. 해설을 덧붙이기보다 당시 피해자의 목소리와 아름다워 보이는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대조한다.


임흥순 감독은 제주도라는 공간 자체를 통해 제주 4.3사건을 다룬다. 최근 자연주의 삶의 터전으로 인식되는 제주도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조명하는 방식이다.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과 강정마을 사태로 이어지는 제주도민의 목소리는 제주 4.3사건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에 기록된 역사가 아닌 현재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를 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채소라 

이정재와 심은하 주연의 ‘이재수의 난’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제주도의 근대사를 담았다. 사진 ‘이재수의 난’ 스틸


#장르, 비극적 역사의 재구성


‘이재수의 난'(1999)


제주 근대사의 상흔으로 남은 이재수의 난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가 원작이다. 1901년 토착신앙을 신봉하는 제주민과 가톨릭교도 사이에는 마찰이 일어났다. 여기에는 부당한 세금 징수를 둘러싼 제주 토착세력과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 간의 알력싸움도 얽혀있었다. 제주민들의 민란은 300여 명의 유혈사태로 이어진다. 해당 사건을 민란을 주도했던 이재수의 이름을 따 ‘이재수의 난’이라 한다.


‘이재수의 난’은 군수의 심부름꾼 이재수(이정재)를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했다. 이재수는 천주교인들의 행패와 국가의 극심한 수탈에 대항하는 제주민들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개인이 겪는 수난을 통해 제주민들의 부당한 권력을 향한 항거를 표현했다. 7개월여 동안 제주 현지 로케이션을 진행한 작품으로 한라산 백록담부터 송악산 절벽, 성산포 섭지코지 등 제주를 대표하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성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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