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살인범과 벌이는 팽팽한 두뇌싸움

조회수 2017. 9. 11.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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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의 힘 있는 얼굴이 돋보이는 <살인자의 기억법> .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의 망상과 현실을 뒤섞은 <살인자의 기억법>. 힘 있는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장악한다.

출처: 폭력적인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후 세상의 나쁜 것들을 청소한다는 명목 하에 연쇄살인범이 된 병수. 불현듯 살인을 멈추고 살아가던 그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다. 사진 쇼박스

고요한 설산의 터널 앞 기찻길,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섰는데 얼굴 반쪽에 경련이 인다. 잔뜩 독기가 오른 눈빛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다. 첫 장면에서 클로즈업된 그 미스터리한 얼굴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결정적인 훅을 날린다. 설경구가 분장에 의지하지 않고 얼마나 독하게 늙어서 돌아왔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자 스릴러 장르의 기시감이라곤 전혀 없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얼굴과 마주하는 짜릿한 순간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의 관점을 따라 현실과 망상이 얽히고설키면서 전개된다. 진실과 거짓의 파편이 맞물리며 극의 긴장이 서서히 팽팽해진다. 17년 간 살인을 멈춰온 병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들, 그 진범이 누구인지는 극 후반부 반전에 이를 때쯤 명확해진다. <세븐 데이즈>(2007)를 연출했던 원신연 감독이 설계한 스릴러는 전개 과정에 지루함이 없고, 파편의 촘촘한 배열에 관객 역시 병수와 부지런한 두뇌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설경구의 강약 조절은 노련하다. 웬만한 것엔 무표정한 병수가 다양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이는 반응의 디테일, 에너지의 변화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기존 인물들을 비롯해 새로 창작된 캐릭터인 주변인들, 딸 은희(김설현)와 오랜 친구 병만(오달수) 그리고 위협적인 의문의 남자 태주(김남길) 등의 영향이 크다. 특히 병수가 길을 잃고 경찰서에 앉아있을 때의 무기력함, 태주와 벌이는 격렬한 싸움 중에 팔딱이는 살의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같은 연쇄살인범 역할임에도 꽤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김남길과 설경구의 대조 역시 흥미롭다. 젊고 단단하고 영리하기까지 한 태주, 노쇠한데 기억까지 가물거리는 병수가 각자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지 주목해 보시길.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두 사람의 액션 시퀀스는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 섬뜩한 결말에 이르면 승자와 패자를 제대로 가르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덧붙인다.

+

특수분장 NO, 순도 100%의 얼굴

출처: 원신연 감독은 설경구에 대해 “진짜 치매에 걸린 사람 같았다. 연기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래서 설경구, 설경구 하는구나 감탄했다”고 전했다. 사진 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하기에 앞서 설경구가 가장 고심했던 것은 바로 연쇄살인범 병수의 얼굴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이 오락가락하지만 딸을 지켜야한다는 부성애를 지닌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설경구는 특수 분장을 과감히 포기했다. 얼굴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다. 살을 빼는 차원을 넘어 “늙어보기로 했다”는 그의 독한 의지가 영화에서 성공적으로 빛을 발한다.



글 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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