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블랙 파워', 89회 오스카 작품상 <문라이트>

조회수 2017. 2. 27.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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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잘못 호명하는 무지막지한 해프닝이 연출되었지만 <문라이트> 가 전해준 환상의 빛은 가릴 수 없습니다.
출처: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과 더불어 역사상 초유의 수상 번복 사태로 이슈를 낳았다. 사진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문라이트>가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유력 후보 <라라랜드>를 제치고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스카 89년 역사상 초유의 작품상 수상 번복 사태가 일어난 이번 오스카에서 <문라이트>는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라라랜드>는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오스카 최다부문 수상작이 됐다.

출처: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LGBT를 소재로 한 영화 중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사진 오드

오스카 89년 역사상 초유의 수상 번복, 작품상은 <문라이트>


차별과 맞서야했던 흑인 소년 샤이론의 인생을 세 이야기로 나눈 <문라이트>는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2014) 이후 두 번째로 흑인 감독(배리 젠킨스)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았다. 또한 LGBT를 소재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영화가 됐다.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의 제작진은 “흑인 아이들, 다른 유색인종들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뭉쳤기 때문에 <문라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근 오스카의 경향은 다관왕 영화에게 작품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2013년부터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오스카 트로피를 5개 미만으로 받았다. 2013년 <아르고>는 3개 부문, 2014년 <노예 12년>도 3개 부문, 2015년 <버드맨>은 4개 부문, 2016년 <스포트라이트>는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진행자 지미 키멜의 깔끔한 진행으로 물 흐르듯 흘러가던 올해 오스카가 마지막에 이슈를 낳았다. 작품상 시상자로 나온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수상작을 <라라랜드>로 잘못 호명한 것. <라라랜드> 팀이 수상 소감을 하는 도중, 아카데미 협회 측이 무대에 올라 작품상은 <문라이트>라고 정정했다. 워렌 비티는 “‘(수상 봉투를 열자) 엠마 스톤, <라라랜드>’라고 적혀있어서 한참 동안 머뭇거렸다”며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출처: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최다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작품상은 수상 번복으로 <문라이트>에게 돌려줘야 했다. 사진 판씨네마

아쉬운 6관왕, 최다 부문 수상작은 <라라랜드>



<라라랜드>는 올해 오스카 최다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다미엔 차젤레), 여우주연상(엠마 스톤),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라라랜드>가 <문라이트>를 제치고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세였지만, 오스카의 선택은 <문라이트>였다.



<라라랜드>로 감독상을 받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오스카 89년 역사상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 이전의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는 1932년 <스키피>로 오스카를 받은 노먼 터로그 감독. 다미엔 차젤레 감독과 노먼 터로그 감독은 오스카를 받을 당시, 나이가 32세로 같지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생일이 노먼 터로그 감독보다 222일 늦다.

출처: 올해 배우 부문 수상자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문라이트> 마허샬라 알리, 여우주연상 <라라랜드> 엠마 스톤, 여우조연상 <펜스> 바이올라 데이비스, 남우주연상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 사진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남녀주연상 케이시 애플렉-엠마 스톤, 최초의 흑인 남녀조연상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에게 돌아갔다. 2010년 성폭력 혐의로 물의를 빚은 케이시 애플렉이 남우주연상을 받을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그는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덴젤 워싱턴이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경쟁이 심화했다.



수상에 놀라워한 케이시 애플렉은 “제 연기 선생님이 덴젤 워싱턴이었습니다”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케이시 애플렉의 형 벤 애플렉은 동생의 수상에 눈물을 짓기도 했다.



엠마 스톤은 영화처럼 밤하늘을 날았다.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버드맨>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엠마 스톤은 <재키>의 나탈리 포트만,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를 제치고 <라라랜드>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신이 맡은 영화 속 미아처럼, 엠마 스톤은 “저는 아직 성장하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그 성장의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남녀조연상은 역사상 최초로 흑인배우가 나란히 가져갔다. 오스카 첫 후보 지명에 첫 수상을 한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흑인 여배우로 오스카 최다 후보 지명 기록(3번)을 가지고 있는 <펜스>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마허샬라 알리는 “제 아내가 4일 전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하며 수상의 기쁨을 가족과 나눴다. 3번의 오스카 도전 만에 트로피를 가져간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를 따라 해 “오 캡틴! 나의 캡틴! 덴젤 워싱턴” 하면서 감독이자 상대 배우였던 덴젤 워싱턴에게 찬사를 보냈다.

출처: <문라이트>는 <노예 12년>(2014) 이후 3년 만에 흑인 감독의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 탄 두 번째 영화가 됐다. 사진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트럼프부터 수상 번복까지, 한 편의 시트콤이었던 올해 오스카



올해 오스카는 작품상 발표 전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진행자 지미 키멜은 친한 맷 데이먼을 유머 소재로 사용해 시상식 중간중간 웃음을 주었고, 시상식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 글이 안 올라오자, 직접 글을 남기려는 시도하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할리우드에 여행 온 일반 사람들을 관광버스를 태워 그들이 모르게 오스카 시상식장으로 오게 한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특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주제가상 후보로 오른 <트롤>의 ‘Can’t Stop The Feeling!’을 부르며 오프닝을 활짝 열어 영화인들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역대 오스카 시상식 오프닝 중 가장 신나는 분위기였다.



돌비극장 위에서 떨어지는 사탕과 팝콘, 쿠키 주머니, <라이온킹>의 명장면을 따라 하는 <라이언>의 아역 써니 파와르와 지미 키멜, 트럼프에 대한 비판, 배우와 그의 롤모델의 시상, 그리고 배우들이 자신의 악성 댓글을 읽는 <지미 키멜 라이브>의 ‘민 트윗(Mean Tweets)’을 오스카로 가져온 것까지 모두 흥미로웠다.



물론, 작품상 수상 발표 전까지 말이다. 지미 키멜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한 것처럼, 작품상 수상 번복은 오스카 역사상 최악의, 초유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보고 있는 쇼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좋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말을 이어간 지미 키멜의 바람대로,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이 즐기는 오스카의 의미가 수상 번복 사태에 묻히지 않길 바란다.

+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작품상 – <문라이트>

감독상 – 다미안 차젤레 <라라랜드>

여우주연상 – 엠마 스톤 <라라랜드>

남우주연상 – 케이시 애플렉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조연상 – 바이올라 데이비스 <펜스>

남우조연상 – 마허샬라 알리 <문라이트>

각본상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각색상 – <문라이트>

외국어영화상 – <세일즈맨>

장편애니메이션상 – <주토피아>

장편다큐멘터리상 –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촬영상 – <라라랜드>

편집상 – <핵소 고지>

음악상 – <라라랜드>

미술상 – <라라랜드>

음향편집상 – <컨택트>

음향효과상 – <핵소 고지>

시각효과상 – <정글북>

주제가상 – <라라랜드>

의상상 – <신비한 동물사전>

분장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

단편애니메이션상 – <파이퍼>

단편다큐멘터리상 – <더 화이트 헬멧츠>

단편영화상 – <싱>



글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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