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

조회수 2017. 3. 31. 18: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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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IM 장소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배우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 홍보차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MAXIM이 빠질 수 없죠. 제가 다녀왔습니다!
출처: 쇼박스
인터뷰를 공개하기 전에 영화 소개부터 할게요. 영화 '프리즌'은 교도소에서 권력의 정점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를 통해 악의 본질, 권력의 본질에 관해 설명하는 영화입니다.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죠!
출처: 쇼박스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역대급 악역을 연기했는데요. '8월의 크리스마스'나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볼 수 있던 부드러운 모습을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지금 공개합니다!
출처: 쇼박스
Q. 인터뷰를 잘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프리즌' 인터뷰에는 응한 이유가 뭔가요?

A. 인터뷰는 잘 안 해요. 인터뷰에서 하는 말은, 어쩔 수 없이 미사여구가 된단 말이죠.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오면 '으이구~ 이놈아~'하면서 자책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쇼박스 대표가 저랑 동갑내기 64년생이에요. 인연이 깊어요. 그래서 이런 걸 합니다. 하하
출처: 쇼박스
Q. 단순해 보이는 이유지만,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인 나현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것도 관계 때문인가요?

A. 나현 감독이 2013년에 나한테 '함께 작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영화는 불발됐지만 기회가 되면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가 2014년쯤 나현 감독이 다른 시나리오를 보내줬어요. 그게 '프리즌'이었는데 처음에는 나에게 희대의 악역인 '익호' 역할을 던졌다는 것이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날 보고 하라고? 왜 나예요?'라고 농담 식으로 물었더니 나에게서 나현 감독이 생각하던 익호의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로서 기분 좋은 말이었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출처: 쇼박스
Q.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에서 군림하는 제왕, 익호 역을 맡았는데요. 익호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A. 제가 왕 역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SBS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 작가가 '군주론'이란 책을 선물해줬어요. 왕에게 '우매한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해 이렇게 하라'는 얘기를 쓴 책인데, 통치자 외에는 보면 안 되는 금서죠. 뭐, 물론 몰래 읽는 이들도 있었겠지만요. '나도 이 책에서 느낀 걸 '프리즌'으로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출처: 쇼박스
Q. '프리즌'의 배경은 교도소입니다. 익호에게 교도소는 어떤 공간인가요?

A. 저는 익호의 공간이 참 특수하다고 봐요. 익호가 사는 곳이 교도소잖아요. 그런데 익호의 목표는 일반적인 죄수들과는 달라요. 모든 재소자들의 목표는 형을 낮춰서 나가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익호는 교도소 안에서도 밖을 다 컨트롤할 수 있으니 교도소를 나갈 필요가 없죠. 중간에 소장이 익호에게 모범수라면서 감옥을 나가라고 하니까 난리가 나잖아요. 자기 왕국을 박살 내려고 하니까요.
출처: 한국영상투자개발
Q.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A. '8월의 크리스마스'요. 보고 나면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죠.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좋은 느낌이 들어요. 사랑, 가족, 우정, 죽음 등 추상적인 단어들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걸 사랑으로 또 희망으로 그려낸 영화죠. 당시엔 그게 가능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또다시 제작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출처: 쇼박스
Q. 그렇다면 '프리즌'은 어떤 영화인가요?

A. '프리즌'은 독 같은 이야기입니다. 독, 고통. 이런 단어가 떠오르죠. 보통 창작자가 메시지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얘기하는데요. 사랑, 희망을 통해서 얘기하는 방법이 있고 고통을 통해 얘기할 수 있죠. 저는 가능하다면 사랑, 희망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출처: 쇼박스
Q.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90년대는 한석규가 한국 영화 산업을 이끌어오는 듯한 흐름이 있었어요.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한석규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열기가 2000년대에는 좀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때와 지금, 변한 게 있나요?

A. 90년대나 2000년대나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은 변함없어요. 다만 90년대엔 '연기자 한석규'로서 뭔가를 이루고 싶고, 해내고 싶고 그랬어요. 목표에 정신이 팔렸다고나 할까요. 젊어서 그랬던가 봐요. 허허허. 지금은 '완성한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한다' 혹은 '계속한다'는 마음이 중요해요. 계속 꾸준히 한다, 안되면 다시 찾아서 또 한다. 하하하. 그런 거 아닐까요.
출처: 쇼박스
Q. 본인을 소개할 때 의식적으로 배우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A. 저는 연기자, 액터라고 저를 소개해요. 의식적으로 배우라는 말을 잘 안 썼죠. 배우의 배(俳)라는 한자를 보면 사람 인에 아닐 비를 써서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이에요. 그게 광대라는 직업을 하대해서 그랬는지, 원숭이 같은 모습을 풍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직업에 딱 떨어지는 답을 못 찾았어요. '내가 왜 연기를 하나, 왜 이 직업을 수행하고 있나' 그런 고민 중에 '낭만 닥터 김사부'를 하게 됐어요.
출처: 쇼박스
Q. 인간에게 직업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A. 직업이 참 중요한 게, 그 일을 하면서 그 사람이 완성된다는 거예요. 일은 그 자체로 그 사람을 있게 하는 강력한 이유인 거죠. 그러면 내 직업의 목표는 뭐냐? 생각을 안 하고 연기하는 거예요. 연기를 덜한 거죠. 그래서 종종 오답도 내요. 생각해보면 사는 건 좀 쉬워야 해요. 사실 배우라는 일이 뒤집어 보면 얼마나 하찮은 일이에요. 때로는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배우라는 일이 '인간사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질 때도 있어요. 후미진 곳에서 묵묵히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밝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고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한 발짝 한 발짝씩 움직이고 싶어요.
출처: 쇼박스
한석규와의 만남은 기자와 배우의 인터뷰가 아니라 인생 선배에게 보석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언제 그를 인터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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