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동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조회수 2018. 9. 27.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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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도전에 나서야 했던 그 후

가장 먼저 우주 궤도를 비행한 최초의 생명체는 유리 가가린도, 닐 암스트롱도 아니었다. 인간을 대신해 위험천만한 도전에 나서야 했던 동물들의 그 후가 궁금하다.

출처: Belka & Strelka
가을 밤하늘 어딘가 별이 되어 떠돌고 있을 우리의 동물 친구들에 관하여.

우주로 간 동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1969년, 닐 암스트롱의 인류 최초 달 착륙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최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조작설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진행 중이나,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이 전 세계 TV에 생생하게 중계되던 벅찬 첫걸음을 기억할 테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사람보다 한 발 앞서 우주를 여행한 동물이다. 


역사 이래 동물을 철저히 이용해온 인간. 물론 우주 개척 분야 또한 예 외는 아니었다. 1950년대 말, 우주개발에 돌입한 미국과 소련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개와 고양이, 원숭이, 토끼 등을 우주에 쏘아 올렸다. 

목표는 하나, 우주선에 사람을 태우기 전 우주 환경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동물실험이었다. 우주 비행이라는 근사한 명목 아래 떠난 동물이 살아 돌아올 확률은 극히 적었다. 운 좋은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이 우주선 안에서 죽거나, 추락하거나, 폭발해 먼지로 흩어졌다. 비록 무사히 돌아왔다 하더라도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하기 일쑤였다. 1961년 4월, 소련 출신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 탐사에 성공하기 전까지 이러한 비극은 계속되었다. 동물 보호 단체의 비난이 있었지만, 인류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은 너무 그럴싸했다.


“한 생명이 우주보다 귀하다”는 말은 동물에겐 사치일까. 어쨌든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인간은 드디어 화성 이주를 꿈꾸는 진정한 우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사람을 대신해 안타까운 희생을 치른 동물들을 기리는 건 우리의 당연한 의무인 셈이다.

스푸트니크호의 떠돌이 개,  라이카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스푸트니크 2호에는 개 1마리가 승무원으로 탑승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잡종 암캐 라이카였다. 쥐, 토끼, 도마뱀, 파리 등 수많은 후보 동물 중 개가 선발된 이유는 고정 자세로 오래 참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라이카는 그중에서도 유독 인간에게 순종적이고 영리했다고 한다. 


출발 직전,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난 라이카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길이 2m, 무게 504kg의 캡슐 안에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꽁꽁 묶여 있었고, 그 옆에는 약간의 산소와 음식, 그리고 생체 반응 감지 장치와 라디오 송신기 등이 함께 실렸다. 

이튿날 <뉴욕 타임스>는 “두 번째 인공위성의 개 생존-소련 당국, 귀환할 것이라고 암시”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라이카의 생존을 축하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무사 귀환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기술로는 인공위성을 대기권에 진입시키는 것만 가능했고, 우주선을 지구로 복귀시키기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소련 정부는 라이카가 발사 후 일주일간 살아 있다가 자동 약물 주입으로 편안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거짓이었다. 


1999년 문서가 공개되면서 라이카가 당시 치명적인 방사능과 살을 태우는 고온, 엄청난 진동과 소음에 시달리다가 출발한 지 5~7시간 만에 조기사망했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이 슬픈 실험을 통해 소련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온도와 습도만 조절하면 생명체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실험에 참가한 한 연구원은 “죽어서 라이카를 만난다면 꼭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공로로 라이카는 모스크바 외곽 소련 우주개발 기념비에 우주 비행사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건 물론, 인간을 위해 희생한 노동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정작 떠돌이 개가 그토록 안기길 바란 건 우주선이 아닌 주인의 품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사람보다 먼저 우주를 밟은 개, 벨카와 스트렐카 

라이카가 우주에서 생을 마감한 후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당시 소련은  우주로 보낸 동물을 무사히 지상까지 데려오는 프로젝트에 열중했다. 드디어 1960년, 벨카와 스트렐카라는 이름의 2마리 개가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우주로 떠나게 되었다. 결과는 다행히도 해피 엔딩. 이들은 지구를 열일곱 바퀴 일주한 뒤 하루 만에 무사히 귀환했다. 그것도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이처럼 “지구궤도 비행 후 살아 돌아온 최초의 생명체”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스푸트니크 5호의 외벽에 녹아내리며 타는 냉각 물질을 발랐기 때문이다. 대기권에 들어가며 발생하는 압축열을 이 물질이 빼앗아간 덕분에 우주선은 폭발하거나, 공중분해되지 않았다. 어쨌든 무사히 돌아온 2마리개는 거의 우주급 스타로 견생 역전을 하게 되었다.


귀환한 지 3일 후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벨카와 스트렐카를 비롯해 우주선에 함께 탄 쥐 40마리가 깜짝 등장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암컷 스트렐카는 이 후 새끼를 6마리 낳았는데, 그중 1마리가 당시 미국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요청으로 백악관에 입양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고, 입었던 우주복이 약 1만8000달러에 경매되는 등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 우주 동물 중에서도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외면당한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한창 치열했던 당시, 항공 우주 강국 프랑스는  다소 늦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에 프랑스 항공우주국은 다른 나라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고양이를 우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963년, 사하라 사막에 자리한 프랑스 국립 우주센터에서는 암고양이 1마리가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바로 세계 최초이자 아직까지도 유일한 고양이 우주 비행사 펠리세트다. 

길고양이 14마리 중 선발된 펠리세트가 우주선에 탑승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우주 과학자들의 과제는 무중력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14마리의 고양이는 원심 분리기를 본뜬 작은 특수 상자에 갇혀 매일 지옥 훈련을 받아야 했다. 


수십 바퀴를 도는 건 물론 지속적으로 강한 소음을 들려주고, 이들의 신경 활동은 뇌에 심은 전도체를 통해 과학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사실 펠리세트란 이름은 나중에 언론이 붙여준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실험용 고양이와 정이 들까 두려웠기에 호칭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이 고양이는 1963년 10월 지구에서 156km가량 떨어진 대기권까지 15분간 비행하는 데 성공한 후 로켓에서 분리되어 낙하산을 탄 채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이후 거듭된 연구로 인해 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결국 3개월 만에 프랑스 항공우주국은 펠리세트를 안락사시키고 말았다.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일한 고양이임에도 철저히 외면받은 이유는 이미 유리 가가린이 우주 비행에 성공한 지 2년이나 지난 후라는 시기 탓도 있으나, 이처럼 석연치 않은 사망도 한몫했다. 

무관심 속에 잊힌 최초의 우주 비행 고양이를 다시 불러낸 건 50여 년 이 흐른 작년, 런던의 광고 기획자 매슈 서지 가이다. 그는 우연히 회사 주방에서 고양이가 우주여행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주를 발견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림에서 고양이 이름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나 중에 찾아본 실제 펠리세트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이를 가엾게 여긴 가이는 펠리세트의 명예를 회복시키기로 결심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파리 한복판에 세계 최초의 고양이 우주 비행사 동상을 세우는 것이다. 에펠탑만큼이나 이 동상이 명물로 떠오를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

digital editor kang yeon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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