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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고양이의 기묘(猫)한 이야기

조회수 2020. 7. 1.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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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시달리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예술가와 고양이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

독립심 넘치는 이미지로 때론 ‘알 수 없다’는 오해를 사는 고양이.

하지만 남다른 감성을 지닌 예술가에게만큼은 둘도 없는 뮤즈였다.

열대야에 시달리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예술가와 고양이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


공포 문학의 원조,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여름이면 한 번쯤 집어 들게 되는 추리소설. 이 추리 문학의 원조는 [셜록 홈스]의 아버지 코넌 도일도,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도 아닌 애드거 앨런 포다. 그가 1841년 출간한 [모르그가의 살인]은 근대 추리소설의 효시로 꼽히며, 미국추리작가협회상(Mystery Writers of America, MWA) 또한 그의 이름을 따 ‘에드거상’이라 부른다. 포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소설은 뭐니 뭐니 해도 1843년 발표한 단편 [검은 고양이]일 것이다. 원래는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 남자가 술로 인해 점점 포악해지면서, 고양이는 물론 자신의 부인까지 죽이는 끔찍한 이야기다. 특히 아내의 시체와 함께 산 채로 파묻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벽 속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는 마지막 장면은 소설의 백미. 너무 강렬한 탓에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채질했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실제로 그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였다. 초반 고양이에 대해 애정과 측은함을 느끼던 주인공은 후반으로 갈수록 경멸과 혐오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이는 포의 경험에 의한 묘사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 두 마리는 아무 죄가 없다. 주인공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졸졸 따라다닌 것이 화근이 되어 인간의 변덕과 광기로 인해 무참하게 희생되었을 뿐. 

포가 이처럼 인간 내면의 죄의식과 공포에 대해 소름 끼치도록 묘사할 수 있었던 건 불우하던 환경의 영향이 크다. 그의 부모는 모두 보스턴의 한 유랑 극단 배우였는데, 아버지는 포가 생후 18개월에 집을 나갔고 두 살 무렵엔 결핵으로 어머니마저 잃었다. 이후 외삼촌의 손에 맡겨졌으나 갈등은 계속되었고, 알코올중독과 가난까지 겹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사랑하는 부인 버지니아마저 작품을 쓰기 전인 1842년 결핵으로 쓰러지자, 포의 알코올중독은 극심해졌다. 결국 1847년 버지니아마저 세상을 떠나고, 그에게 남은 유일한 두 가지는 외투와 고양이뿐이었다고 한다. 1849년 10월 3일, 포는 볼티모어 길거리에서 인사불성 상태로 발견된 후 워싱턴 대학병원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검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처음엔 실의에 빠진 남자를 위로해주는 안식처로 묘사된다. 마치 우울하던 작가의 인생을 반영하듯 이야기는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지만, 실제로 어둠에 갇힌 그의 영혼을 유일하게 밝혀준 존재이자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예술가로 남게 만들어준 건 바로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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