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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소설을 쓰는 남자, 돌아오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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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이런 작가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소설을 쓰는.




무서운 흡입력으로 
책을 읽다 밤을 지새게 하는.


그가 새로운 소설을 들고 나타났다.




제목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가장 인기 없는 작가가 될 거 같다"

"소설 연재는 문예지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저를 몰랐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플랫폼에 연재하는 것이 문예지보다 편한 면이 있다"며 "글을 쓰는 것은 똑같다. 어디에 연재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페이지는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며 "연재를 시작했지만 카카오페이지에서 가장 인기 없는 작가가 될 거 같다"

놀랍게도
1편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바로 여기서.



남자들은 우리가 타고 다닐 자동차를 만들고 무거운 짐을 운반할 기차를 만들지. 여기는 남자들의 세상 하지만 여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소용없지. 황무지에서 길을 잃고 쓰라림에 시달릴 뿐. -James Brown의 노래, 중에서
*
백마장 뒷골목 어느 편의점 앞, 무지개색 파라솔 밑엔 건달들 몇 명이 둘러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대부분 물불 안 가리는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반팔 티셔츠 아래 드러난 굵은 팔뚝엔 전갈, 용, 호랑이 등 땀에 젖은 문신이 위협적으로 번질거렸다.

-오늘 단단히들 마음먹어라. 이런 날 방심하면 큰 사고 나는 거니까 긴장 늦추지 말고. 알았지?


종식이 좌중을 둘러보며 당부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건달들이 입을 모아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혈기방장한 얼굴엔 긴장과 흥분이 감돌았다.

-근데, 형님. 사장님은 만나보셨습니까?

캔커피를 홀짝거리던 건달들 가운데 비교적 연장자인 해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종식은 빨대로 아이스커피를 쪽, 빨아 마시며 우쭐한 표정으로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500원짜리 렛츠비 캔커피를 마시는 동생들과 달리 그는 플라스틱 컵에 든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당연하지, 인마.

종식은 다른 건달들보다 겨우 너덧 살 위였지만 인천 최대의 조직인 연안파에 끈을 대고 있는, 나름대로 족보 있는 건달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연안파의 정식 조직원이란 뜻은 아니었다. 양 사장은 더는 조직원을 늘리지 않았다. 집은 클수록 좋고 사무실은 작을수록 좋다는 게 연안파의 보스인 그의 지론이었다. 미련하고 덩치만 큰 건달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수십 명씩 떼 지어 몰려다니며 연장질을 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였다. 조직원이 많아지면 밥값만 많이 들고 경찰의 이목만 끌뿐, 별 실속이 없었다. 대신 양 사장은 종식처럼 쓸 만한 행동대원들을 적당한 거리에 두고 관리하며 필요할 때마다 이용해왔다. 돈만 주면 언제든 각목을 들고 달려올 비정규직 건달들이 뒷골목에 넘쳐났다. 바야흐로 건달들도 청년실업의 위기를 겪는 중이었다.

-니들,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내가 딱 한 가지만 얘기해줄까?

종식이 마지못해 인심을 쓰듯 입을 열자 건달들의 머리가 일제히 앞으로 쏠렸다. 그들이 궁금해 하는 사장님이란 바로 연안파의 두목인 양석태를 가리키는 거였다. 

-만약에 말이야. 사람이 손발이 다 묶인 채 흙구덩이에 파묻혔다, 이거야. 그러니까 한 마디로 산 채로 매장을 당한 거지. 그것도 3일씩이나.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러면… 당연히 죽지 않을까요?

울트라가 대답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울트라리스크처럼 덩치가 크고 싸울 때면 물불 안 가리고 대가리부터 들이미는 호전성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그래, 보통 사람 같으면 죽겠지. 그런데 사장님은 죽지 않았어. 파묻힌 지 3일 만에 구덩이를 뚫고 살아 나왔거든.

건달들은 역시! 하는 감탄한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 사이에선 언제나 양 사장에 대한 온갖 놀라운 무용담들(예컨대, 열아홉 살 때 부둣가 깡패들을 상대로 100대 1로 맞장을 떴는데 건달들이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처럼 둥둥 떠다녔다는 둥)이 전설처럼 따라다녔지만, 흙구덩이에 파묻혔다가 3일 만에 살아나왔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어, 어떻게요?

울트라가 묻자 종식이 다시 빨대를 쪽 빨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몰라. 어떻게 살아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살아나왔어. 그러고 나서 자기를 파묻은 놈들을 한 명씩 찾아다녔지. 사장님을 직접 파묻은 놈들은 물론, 파묻는데 옆에서 지켜본 놈들, 파묻혔다는 걸 알고 박수치면서 좋아한 놈들, 파묻는 데 쓴 삽을 빌려준 놈들까지 몽땅, 한 놈도 빼놓지 않고 다 찾아내서 죄다 인천 앞바다에 던져버렸어. 허리에 큰 돌을 하나씩 매달아서. 그리고 이 바닥을 통일한 사람이야.

건달들은 잠시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떻게 흙구덩이에서 살아나왔는지에 대한 의문 같은 건 없었다. 다만 그런 대단한 분의 부탁으로 일을 맡은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뿐이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현장에 동참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종식이 그런 기분에 방점을 찍듯 마무리를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로 그런 사장님을 위해 일하는 걸 자부심으로 알고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거야. 무슨 말이지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형님!

건달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비장미가 감돌았다.
승합차 한 대가 편의점 앞에 멈춰 서고 빵, 클랙슨이 울리자 종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을 현장으로 태워다 줄 차였다.

-다들 연장 잘 챙겼지?

-네, 형님!

건달들이 호기롭게 각목, 쇠파이프, 장도리 등을 들어 보였다.

-자, 그럼 가자.

종식의 지시에 건달들이 일제히 승합차를 향해 몰려갔다.

-야, 인마. 넌 그게 뭐야?

종식이 긴 죽검을 들고 뛰어가는 깡구에게 물었다. 건달들 가운데 막내 격으로 얼굴에 여드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앳된 얼굴이었다.

-제가 어릴 때 검도를 좀 해서….

깡구가 쭈뼛거리며 죽검을 들어 보였다.

-아 나, 이 새끼. 지금 전국체전 나가냐? 이런 걸 들고 무슨 쌈을 한다고….

종식이 주변을 둘러보다 대뜸 테이블에 꽂혀 있는 파라솔을 쑥 뽑아주었다.

-차라리 이걸 들고 가.

-이, 이걸요?

-그래, 이 새끼야. 빨리 들고 타.

깡구가 엉거주춤 커다란 파라솔을 들고 뒤뚱거리며 승합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종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산은 접어야지. 멍청한 새끼야! 쟤 누가 데려왔냐?

그리고 종식은 파라솔 테이블을 들어 울트라에게 건네주었다.

-넌 이거 들고 가.

-이, 이걸로 어떻게 싸우라고요?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싣기나 해, 이 새끼야!

울트라가 파라솔 테이블을 들고 후다닥 차에 올라타자 곧 승합차가 출발했다.

잠시 후, 뭔가 수상한 낌새에 슈퍼 여주인이 안에서 뛰어나왔을 땐, 파라솔이 있던 자리에 플라스틱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니, 저 노무 새끼들은 왜 남의 멀쩡한 파라솔을 훔쳐 가고 지랄이야, 지랄이!

여주인이 소리를 질렀지만 승합차는 급히 골목을 빠져나가 눈앞에서 금세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발을 구르다 애꿎은 의자를 발로 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에이, 망할 놈의 새끼들!

*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민 박사가 특유의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양 사장을 바라보았다.

-응? 거 뭐, 재밌는 아이디어 같은데….

양 사장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민 박사가 오락기인지 뭔지, 새로운 사업계획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선 지난밤 중국 마사지 가게에서 만났던 마사지사의 해사한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도무지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무심코 책상 서랍을 열어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서랍은 텅 비어 있었다.

제기랄 놈의 담배!

담배를 끊은 지 두 달이 지나 서랍에 담배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몇 번씩 빈 서랍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오락기 자체는 옛날 거하고 다를 게 없다는 거네요.

양 사장이 무르춤하게 빈 서랍을 여닫자, 형근이 재빨리 민 박사의 말을 받았다. 양 사장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단지 우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적당히 센스도 있기 때문이었다.

-최 부장. 원래 도박은 룰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좋아. 꾼들이 원하는 건 스릴도 있으면서 쇼부도 빨리 보는 거거든.

양 사장의 시큰둥한 반응에 민 박사는 할 수 없다는 듯 맞은편에 앉은 형근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무실 한가운데엔 접대용 소파가 놓여 있었지만 양 사장은 손님과 마주앉아 독대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대표이사 양석태>라고 쓰인 명패 뒤에 숨어 있었다.

누구든 볼 일이 있어 찾아온 손님은 부하인 형근과 마주앉아 이야기했고 그는 제삼자처럼 명패 뒤에 앉아서 듣기만 했다. 그것이 상대를 더 안달 나게 만들어 결국 똥구멍까지 다 까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말하자면 양 사장의 대화법이었다.

민 박사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동안, 양 사장은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며 다시 흑룡강성에서 왔다는 마사지사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름이 연희라고 했지, 아마? 물론 그게 본명일 리는 없지만….

인천의 노회한 건달은 바야흐로 노화와 투쟁하는 중이었다. 진정한 철학은 젊음이 모두 스러지고 난 뒤에야 시작되는 법, 평생 주먹질만 하고 살아온 그의 삶은 이제 철학적 해결만이 유일한 길이 되었다. 물론 종교적인 해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태생적으로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제 뭐든 너무 많이 아는 나이가 되어 굳이 신의 섭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자신에게 뭐가 닥쳐올지 잘 알고 있었다. 축 처진 불알에 파이프가 고장 나 빤쓰는 늘 축축하고 지속적인 불면에 시달리며 놀랄 일도 감탄할 일도 없는 일상이 지루하게 펼쳐질 것이다. 쉰 살이 넘어가면서 그는 오래전에 날아간 머리카락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좋은 시절이 영원히 떠나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건 더 나아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깨달음으로 인한 음울한 기분은 어딘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마다 귀신처럼 등에 들러붙어 뒷덜미를 잡고 늘어졌다.

-갱년기 우울증이에요. 원래, 사장님 나이가 되면 다 그런 거예요.

양 사장이 혈압 때문에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내과 의사가 단번에 진단을 내려주었다. 당신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일이 아니니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일 터였다. 문제의 원인을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해야겠지만, 어쩐지 양 사장은 평생 신호위반 한 번 해본 적 없지만, 침대에선 온갖 변태 짓을 일삼을 것 같은 젊은 의사의 반질거리는 얼굴에 주먹을 한 방 안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난폭한 혈기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 글쎄. 설악산 대청봉 꼭대기에 도박장을 차려놔도 올 놈은 온다니까. 거 왜 영화에서 못 봤어? 손목이 하나 날아갔는데도 갈고리로 화투 치는 거.

민 박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제 슬슬 똥구멍을 까보일 차례가 됐다는 뜻이다.

사실 민 박사는 박사도 뭣도 아니었다. 청계천 구석의 한 마찌꼬바에서 일제 전자제품이나 수리하던 평범한 전파상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성인오락기에 손을 대며 자칭 타칭 박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바다 이야기, 황금성, 고래신, 양귀비, 신천지….

돌아보면 모두가 행복한 호시절이었다. 도박에 미친 사내들이 해파리와 고래에 눈이 뒤집혀 패가망신하는 동안 게임기를 만들고 게임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모두 큰 재미를 봤다. 시골 논두렁에까지 게임장이 들어서고 개들도 상품권을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대한민국이 도박에 미쳐 돌아가던 시절이었다. 민 박사는 ‘그 여자’만 아니었으면 3년 안에 송도 땅을 반은 사고도 남았을 거라고 늘 아쉬워했다. 여기서 ‘그 여자’란 성인오락실이 큰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급히 사행성 오락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수많은 관계자를 감방으로 보냈던 한명숙 총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덕분에 민 박사도 적잖은 벌금을 물고 한세월 빵에서 썩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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