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내가 사랑하는 두 가지, 피아노와 초콜릿 마에스트로 정명훈

조회수 2021. 5. 7. 19: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음악이라는 가장 진실한 언어 안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인생의 단계는 영혼의 세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깝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마법 같고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이 충만합니다.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지휘자 정명훈. 위대한 세 작곡가-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의 후기 피아노 작품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연주자로 무대 앞에 섰다. 

출처: 유니버설뮤직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MYUNG-WHUN CHUNG

Q.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입상 후 피아노 독주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을까요?

A.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제가 21살(47년 전) 때니까, 정말 오래된 이야기죠.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않은 지가 삼십 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제 첫사랑은 피아노고 아직도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이죠.

제가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 두 가지가 있는데, 피아노하고 초콜릿입니다. 지금은 '가족'과 '피아노'에요.

제 둘째 아들이 레코딩 프로듀서(재즈)입니다. 아이들(손주)을 위해서라도 녹음을 했으면 좋겠다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모아서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연주가 한 90%가 취소가 된 것 같아요. 집에서 조용히 공부하면서 주로 피아노만 쳤습니다. 그랬더니 둘째 아들이 그럴 바에 레코드를 만들자 하더군요. 

사실은 제가 피아노 리사이틀을 한다는 것이 피아니스트한테는 미안한 소리죠. 그럼에도 제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유는 제가 음악을 처음 사랑하게 된 계기가 피아노고,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휘자는 완벽한 음악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직접 소리를 내는 게 음악가인 거죠.
이번 공연은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자 합니다.

Q.

이번 앨범과 리사이틀 레퍼토리로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가장 어렸을 때 연주한 곡이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이든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마지막 소나타라고도 얘기하는데요, 제가 이 곡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베토벤은 가장 큰 거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넣을 수밖에 없었고요. 마지막 소나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저는 지휘자로서 주로 대곡을 많이 지휘했는데, 흥미로운 것이 브람스도 작곡을 큰 규모로 했다는 점이에요. 제일 처음 쓴 소나타부터 시작해서 아주 어마어마한 대곡들이 많은데요, 마지막 곡들은 아주 조용한 곡들이죠. 

나이가 들면서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제는 지나치게 빠르고 신나는 그런 곡보다는 점점 더 조용하고 아름다운 것이 제 마음에 와닿아서 이 곡들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젊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이번 레퍼토리의 곡들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A.

젊었을 때는 손가락이 훨씬 더 잘 돌아갔죠. 하지만 어떤 때는 원하는 대로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는 대신, 그때는 안 보였던 것이 지금은 더 많이 보이고 느껴집니다. 

속도는 다르지만, 사람은 발전하길 원하잖아요.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음악이 그만큼 힘들어요. 노력만 갖고는 안 돼요. 시간도 흘러야 하고, 다른 경험도 더해져야 합니다. 이것들이 음악을 표현할 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요.
음악가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해요.

어느 정도 재능은 타고나야 하고,
지독히 열심히 해야 하고,
그리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다 합쳐져야 해요.
출처: 제공: 크레디아
지난 4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를 마치고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는 정명훈

Q.

이번 앨범을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음악가로서 지난날들을 돌아보신다면요?

A.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못 할 것 같아요. 간단히 한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사랑입니다. 

저는 음악가이기 때문에 그것(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지금도 제가 피아노로 다시 돌아왔다고 해도, 저는 제가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하는 피아니스트가 너무 많거든요.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는 농담을 아주 잘하는데요. 그 친구가 연주 직전에 항상 말하는 것이 뭔지 아세요? ‘아이 엠 쏘리(I am sorry) 제가 실수할 것에 대해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미리 용서를 구하고 무대에 나가요. (하하) 

그래서 저도 이번 공연에 앞서 미리 말씀드릴게요.

아이 엠 쏘리(I am Sorry)!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