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연주의 대명사 '재즈 드러밍'이란?

조회수 2021. 3. 16. 16: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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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드러머 오종대 교수_인터뷰 ① 」


애드리브(Ad lib)

‘자유롭게’를 의미하는 라틴어 ‘ad libitum’을 줄인 표현으로, 재즈에서는 즉흥 연주를 뜻한다.


오종대 교수 작업실

Q.

안녕하세요 오종대 교수님.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재즈 드러머로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인 소개와 함께 구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91년도부터 드럼을 연주하는 음악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오종대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법 오래 했네요. 주로 재즈를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고, 2003년부터 19년 동안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부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Q.

재즈가 국내에서 활발한 장르는 아니다 보니 비음악인에게 자유분방한 재즈 드러밍은 더욱 생소하게 와닿습니다. 구독자분들에게 자세히 소개를 해드리고 싶은데, 재드 드럼의 리듬은 다른 장르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기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아요. 타악기의 특성상 밴드를 춤추게 하고, 듣는 사람도 함께 춤추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재즈라는 음악에서 드럼의 역할도 그리 다르지 않아요. 다만 재즈에서 조금 다른 점이라면 리듬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이에요. 보통 팝이나 락, 클래식에서의 타악기라면 대본이 있어요. 작가나 편곡자에 의해서 잘 짜여진 대본을 충실히 따르며 춤추게 만든다면, 재즈는 누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리얼 예능 프로 같은 거예요.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재미나 메시지를 향해 자신의 모든 언어적 테크닉을 동원하여 매 순간 만들어내는 거죠. 그것이 바로 즉흥성이고, 아무거나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거기에 맞는 반응을 하는 것이에요. 배우들이 상대방의 대사까지 다 이해해야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하듯, 다른 파트들이 어떤 연주를 하는지 잘 이해해야만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들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즉흥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만큼 나의 어휘나 테크닉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러다 보니 재즈 드러머의 가장 큰 숙명은 언제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상대방이 어떤 것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 을 던져도 받을 수 있을 만큼 자유롭게 몸이 풀려있어야 되고, 어떤 걸 얘기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음악을 듣고 이해력을 키워야 하죠. 그것이 재즈의 어려운 점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부분이죠.

Q.

음악적으로 몸이 자유롭게 풀려있어야 할 정도가 되려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재즈 드럼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좋은 연습 방법들이 매체를 통해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나의 장점과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좋은 코치를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습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가 가장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연습이나 테크닉도 나랑 맞지 않으면 어떤 것들은 독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주고 멘토링 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해요. 

Q.

그렇다면 재즈 사운드를 내기 위한 장비는 어떤 것이 좋을까요?

A.

단순히 가격으로 비교하자면 고가의 악기일수록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에요. 이 또한 자기와 잘 맞는 악기가 좋은 악기인 것 같아요. 특히 내가 어떤 역할을 하는 연주자인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레코딩 세션을 많이 하시는 드러머 강수호 님은 스네어 드럼만 100개가 넘어요. 밴드 활동이 잦은 저는 딱 4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2개만 주로 사용하고요. 이처럼 내가 어떤 음악가로 활동하냐에 따라 악기의 구비 필요성이 달라지게 돼요. 세션맨이라면 응당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누가 들어도 오종대의 드럼 소리다 할 수 있는 개성 강한 소리에 중점을 두죠.



헤드(Head)

연주곡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주요 멜로디 부분을 말하며,

보통 재즈 합주에서 가장 먼저 연주된다.



Q.

현재 동아방송대학교 실용음악 학부장으로서 수많은 학생들을 거쳐오셨어요. 연주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A.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지금 악기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꿈은 세션맨이에요. 물론 지금 친구들이 화려한 무대나 녹음실에서 유명한 뮤지션들과 같이 음악활동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세션맨이라는 직업이 앞으로도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지금처럼 전문적 형태의 세션 연주자보단 본인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자연스럽게 세션 활동을 같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세션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지만 지금은 세션이 가능한 연주자가 너무 많아졌고, 자연스레 각 분야의 최고의 연주자를 쓰게 되는 거죠. 많은 프로듀서들과 작곡가들이 실연 부분을 가상악기로 해결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세션이라는 일 자체가 줄었어요.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면, 나의 음악에 집중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선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A.

10년 후엔 미래의 프로듀서를 꿈꾸는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주류의 중심에 서있겠고, 그 친구들이 현재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열심히 한다면 본인의 시대가 왔을 때 주류를 선도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주류에 설 수 있냐. 저도 몰라요. 하지만 현재 주류를 선도하고 있는 분들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에요. 과거를 답습하거나 이미 지금 완성되어있는 것을 쫓기만 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확신해요. 또한 그 방향을 예측한다고 해서 주류 가운데로 들어갈 수도 없어요. 운도 중요하고요. 저희 학생 중에 ‘박문치’라고, 레트로한 8-90년대 스타일의 사운드를 요즘 감성에 맞게 작곡하며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1학년 때부터 그런 음악을 했고 그 당시 교수님들로부터 걱정도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고수했고, 지금은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스타덤에 올랐죠. 이 친구가 본인 음악이 뜰 거라고 예상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음악에 충실했고 발전시켰으며 동시에 운이 맞았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욱더 너희가 잘하는 것을 하고, 그를 위해서는 기본기를 익히면서 자신에게 집중해야 된다고 얘기해요.


Q.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뭘 잘하는지, 학생들이 본인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A.

학교에서 재즈를 가르치지만, 재즈를 배운다고 해서 재즈 뮤지션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재즈는 음악의 장르 중 하나이며, 화성과 함께 리듬도 가르치기 때문에 배울게 많아요.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수록 학생들이 좀 더 멋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히트 작곡가나 아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어요.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실패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고, 그걸 찾아가게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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