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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

나는 인문계열 학과를 다녔고, 이제 그 학과는 문을 닫을 예정이다. (대학교/학과통폐합)

학과가 사라져도, 그래도 인문학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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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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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씨 리더의 에피소드 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나의 학과,
국제지역문화학과

'국제지역문화학과'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나의 학과는 불어불문학과와 노어노문학과가 전신이었다. 프랑스를 포함한 아프리카 지역과 북미 일부,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에 대해 공부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을 배우고 국제감각을 기르던 곳이었다. 문화 수업을 바탕으로 여러 과목으로 뻗어 나가는 공부를 했다. 


외국어는 필수요소였다. 오늘날 세계는 더욱 좁아지면서 넓어졌고 비교적 폐쇄성이 짙고 단일적이던 대한민국 역시 낯선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이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다문화국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더 많은 나라에 대해 배우고 외국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공부가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고, 미래에 꼭 필요할.. 어쩌면 없어서는 안될 성장판 하나를 정부가 걷어차버렸다. 믿을 수 없었다. 정말 이래도 괜찮은걸까? 내가 다니던 학과 뿐만 아니라 많은 학과들이 존재에 위협을 받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자국의 언어를 연구하는 국문학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4년간 공부해왔고 이러나저러나 애정을 가졌던 학과가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는 사실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내게 대단히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내가 공부해왔던 모든 것의 가치를 부정 받는 느낌.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커리큘럼이 반토막 나고 인문계열을 지원하지 않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 재미있게 공부했었다.

졸업은 다가오고,
볼수록 막막하기만 한 채용공고

나도 4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딘가 필요한 인재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학생의 본분을 다하며 공부 하던 내게 주어질 기회는 많지 않아보였다. 자신감이 자꾸만 떨어졌다. 나는 내가 그동안 해온 것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또 다시 글을 적었다. 내가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정의를 내렸다. 내가 배운 것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짓누르는 좌절감에 맞서 끊임없이 싸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애초에 대학교 University라는 곳이 추구하는 것은 취업이 아니라, 많은 돈이 아니라 진리이니까. 기업에서 필요한 것과 대학에서 필요한 것은 당연히 다르다. 여기에서 대학과 취업시장 간의 괴리가 나타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남들이 다 가니까 대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 진학해서 더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한다는 믿음이 만연하다. 취업을 위해서는 University가 아니라 전문학교 College나 경영학교 Business School 같은 곳에 가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University 진학이 전문인이 될 수 있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University는 전통적인 학과와 College 학과가 구분 없이 마구 설치 되어있고, 정부에서 취업률을 통해 대학의 수준을 평가 하면서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에, 지원금을 따내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대학원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이 한국에서만 일어난다는 것도 아니다.



철학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은 모두 다르지만 오늘날에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학문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학문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본래적으로 목적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 순수학문일수록 더욱 장려해야 한다.

내가 다니고 공부했던 학과가 사라진다.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또 다시 어떤 불합리함을 마주하며 가슴 속에 작은 불꽃 하나를 지핀다. 나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인간세상에서 인간을 지워버리려 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그 원칙 하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인문학의 소중함을 세상이 인정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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