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마이크로 카, 이세타

조회수 2020. 10.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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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소가 만들고 BMW가 성공시킨 초소형 차

1950년대 초,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멈췄던 우리나라와 달리 자동차 디자인 역사는 쉼 없이 발전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에도 슬퍼할 겨를 없이 도시 재건과 경제 안정을 위해 산업 전반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모두를 위한 소형차’란 슬로건을 내세웠던 이소 이세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그리고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시트로엥 2CV, 피아트 500, 모리스 미니 마이어, 포르쉐 356 등 탱크나 트럭이 아니라 개인 교통수단의 개념을 바꿀 새 모델을 만들어내던 시대였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탄생해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 카로 평가 받는 자동차, 이세타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짚어 보려고 한다.


2차대전 후, 이탈리아의 냉장고 제조업체였던 이소(Iso)는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대중의 열망에 주목했다. 1950년대 들어 냉장고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사업의 전환이 필요했다. 전후 단거리 여행이 선호되고 큰 차를 살 여유가 없었던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한 이소는 스쿠터와 모터사이클 등을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모터사이클 메이커로 명성을 쌓아가던 베스파(Vespa)와 람브레타(Lambretta)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출처: Wikipedia
1954 이소모토(Isomoto)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소의 수장 렌조 리볼타(Renzo Ribolta)회장은 아무도 만들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를 원했다. 구체적으로, 가능한 한 작으면서 당시 생산하던 모터사이클 엔진을 얹어 생산 비용을 낮춘 모델을 원했다고 한다. 이때 운명처럼 만난 두 기술자가 에르메네질도 프레티(Ermenegildo Preti)와 피에르루이지 라치(Pierluigi Raggi)였고, 그들에게 이소는 독창적인 자동차 설계를 의뢰했다. 이렇게 렌조 리볼타의 사업적 의지와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세계 최초로 탄생한 마이크로 카가 바로 이세타였다. 마침 이소와 비슷하게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독일 브랜드가 있었다. 그 브랜드는 바로 BMW였다. 


BMW는 공식적으로 1916년 3월 7일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바이에른 항공기 회사(Bayerische Flugzeugwerke AG)로 시작해 지금의 BMW(Bayerische Motoren Werke)가 되기까지 역사가 100년이 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항공기용 엔진과 모터사이클을 생산했던 BMW는 1920년대 말부터 오스틴 세븐의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했고, 1930년대에 들어서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켜 직렬 6기통 엔진의 303, 고성능 스포츠카 328, 럭셔리 로드 카 335 등을 만들어 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냄비와 프라이팬 그리고 자전거 등을 만들던 BMW는 생산 비용이 낮은 모터사이클에 주력하다가 1952년에 자동차 생산을 재개했다. 이때 내놓은 것이 195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501이었다. 그때 많은 매체는 501이 경제적으로 어두웠던 전후 시대와 맞지 않는 차라고 평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BMW 501

그런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인 평균 연봉보다 몇 배나 높은 501의 값이었다. 전후 혼란 속에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차를 생산했지만, BMW는 시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상 밖으로 판매가 저조했던 501은 BMW의 사업 방향을 재고하게 하였고 그래서인지 저렴하고 대중적인 모델이 절실했었다고 한다. 전후시대의 소비자가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BMW는 토리노 모터쇼에 ‘모두를 위한 소형차’라는 슬로건을 들고 데뷔한 이세타에 주목했다.


1954년, BMW는 이소로부터 이세타 생산 라이선스를 어렵지 않게 손에 넣었다. 그 당시 이세타는 생산을 멈춰야 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판매량이 좋지 않았다. 모노코크 디자인과 귀여운 바디 스타일 그리고 뛰어난 연비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4명 이상이 탈 수 있는 피아트 토폴리노 등과 값이 비슷해 대중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939 피아트 토폴리노

1955년부터 BMW는 이세타 250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세타는 차체 길이 약 2.3m, 차폭은 1.4m 정도로 둥글고 작은 차체의 전면부를 열고 타고 내리는 냉장고 형태의 승강구를 가진 소형차였다. BMW R25의 245cc 엔진과 뒷바퀴굴림 방식을 채택해 최고속도는 시속 85km 정도였지만 300kg 정도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연비는 L당 약 30km로 뛰어났다. 이런 장점과 더불어, 그 당시 모터사이클 면허로 운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BMW 뮌헨 박물관에 전시 중인 이세타 250 표준형

1955년 말, BMW는 배기량을 298cc로 업그레이드한 이세타 300을 만들었다. 이듬해 1956년에 슬라이드 윈도우를 적용한 모델도 등장했다. 이후 이세타는 북유럽 등 유럽 각국에 수출되었고, 특히 북미에는 기본형에도 범퍼와 환기창 등이 설치되고 트로피컬 도어 벤트(Tropical Door Vent) 등 여러 옵션의 모델들이 수출되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957 BMW 이세타 300

브라질에서도 인기를 한몸에 받은 이세타는 로미 이세타(Romi Isetta)란 레테르로 카브리올레, 트럭 등 여러 형태의 모델로 라이선스 생산되었다.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원래 모델인 이소 이세타는 1년에 1,000여 대만 생산되었지만 BMW는 1962년까지 이 차를 약 16만 대 생산했다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동그란 에어 벤트가 특징인 로미 이세타

그런 이유로 이세타를 원래 설계했던 이소보다는 BMW의 이름으로 또는 BMW를 구한 모델로 많은 사림이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이세타의 높은 판매고 덕분에, 이후 BMW는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항공기 회사로 시작해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BMW도, 한때는 코로나 시대처럼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더욱 정진했다. 그런 도전 정신과 신 모델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BMW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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