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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클래식

피닌파리나의 손길이 닿은 알파 로메오 듀에토

사반세기 넘게 생산된 알파 로메오의 아름다운 2인승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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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주말, 라라클래식과 협업 중인 리스토어 회사를 방문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창 복원 중인 차가 많이 있었고, 그중 눈에 띄는 하얀 차체의 올드 카와 조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의 세 번째 시리즈 모델이었다. 이 차는 라라클래식 박물관에도 두 대가 전시되어있다. 하지만 리스토어 과정 중인 차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필자에게도 흔치 않았다. 

복원 중인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시리즈 3

한참을 지켜보다 만난 소유주는 이 차를 뉴욕에서 사게 된 과정과 클래식 카에 대한 철학 그리고 이 모델에 대한 애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11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알파 로메오의 창조적이고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다. 이참에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이하 스파이더)의 독특한 헤리티지를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 본다. 

스파이더는 1966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줄리아 스프린트 GT 벨로체(Giulia Sprint GT Veloce)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차명을 숫자가 아니라 명사로 만들기 원한 알파 로메오는 스파이더가 데뷔하기 전에 일반 공모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만을 위한 스포츠카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듀에토(Deutto)라는 이름이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쿠키 회사와 볼보가 1950년대 생산한 제품에 쓴 이름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 1년여 동안 쓰인 이름이면서도 대중에게는 오랫동안 스파이더라는 말보다 듀에토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알파 로메오 1600 스파이더 시리즈 1(듀에토)

출처WIKIMEDIA COMMONS

스파이더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차체 라인과 부드러운 가속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정도로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줄리아 스프린트 GT 벨로체에서 가져온 1,570cc 트윈 캠 엔진(DOHC), 5단 수동변속기, 후륜구동 그리고 피렐리 신투라토 타이어가 장착된 15인치 휠을 기본 옵션으로 채택한 스파이더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의 주문이 쇄도했다. 

알파 로메오 1600 스파이더 시리즈 1은 둥근 테일 라인으로 오징어 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출처WIKIMEDIA COMMONS

또한 날렵하고 둥근 테일 디자인으로 '오쏘 디 세피아(Osso di Seppia)' 즉 오징어 뼈란 별칭으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출시 후 이듬해인 1967년 제작된 영화 '졸업'에서는 더스틴 호프만의 애마로 출연까지 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출시 당시 영국에서는 재규어 E-타입과 비교하여 값이 비슷한 저출력 차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지적에 응답하듯 알파 로메오는 고출력 라인과 저렴한 모델을 함께 만들어 출시했다. 그리고 첫 번째 시리즈보다 강화된 파워트레인을 가진 1750 스파이더 벨로체(1750 Spider Veloce)를 선두로 고출력 라인을 출시했다. 

1967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1750 벨로체

이 버전은 1,779cc 트윈캠 엔진으로 구동되었으며 최고속도 시속 약 190 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성공적 판매와 높은 인기 덕분에, 이 모델은 ‘가난한 자의 페라리’란 애칭을 얻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한 이보다 저렴한 1,290cc 엔진의 스파이더 1300 주니어(Spider 1300 Junior)도 생산해 시장몫을 키워 나갔다. 

1975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2000의 각진 캠백 스타일

출처Flickr

이렇게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첫 번째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생산이 중단되고 시리즈 2의 세계가 열렸다. 1970년에 둥근 테일 스타일을 포기하고 각진 캄백(Kammback) 스타일로 변형된 듀에토가 등장했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라, 가속 페달과 도어 핸들 등 여러 가지로 개선된 모델이었다. 특히 편안한 주행 특성으로 장거리 여행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한다.

1982년부터 스파이더는 효율적 연료 사용을 위해 보쉬 전자식 연료 분사 시스템을 쓰고 리어 액슬 기어비를 낮춘 모델이 출시되었다. 그러나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알파 로메오의 재정 문제로 보디 스타일을 표준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전 모델과 큰 차이는 전면부의 고무 범퍼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더 시리즈 3의 외형적 특징, 고무 범퍼 디자인

초기 스타일의 우아함과 전혀 다른 형태로 실망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안전과 인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변경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폭의 타이어를 사용하기 위해 스파이더의 프레임은 강화되었다.

스파이더 시리즈 3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스파이더 시리즈 3은 그래듀에이트, 벨로체, 콰드리폴리오 이렇게 세 가지 라인으로 발매되었다. 그래듀에이트(Graduate)는 비닐 시트, 비닐 루프 및 강철 휠을 단 입문형 트림이었다. 벨로체(Veloce)는 가죽 시트, 천 루프, 파워 윈도우 및 파워 사이드 미러, 그리고 매력적인 스타일의 합금 휠을 달았다. 콰드리폴리오(Quadrifoglio)는 특별한 가죽 시트, 고급 재질 캔버스 탑, 합금 휠, 특수 카펫, 재설계된 프런트 스포일러 및 사이드 스커트를 포함하고 있었다. 

1923 알파 로메오 RL TF 레이스 카에 그려진 네잎 클로버, 콰드리폴리오 베르데

출처Wikipedia

특히 시리즈 3의 등장은 1923년부터 알파 로메오의 고성능 버전을 나타내던 콰드리폴리오 베르데(Quadrifoglio Verde)가 1980년 후반에 부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시리즈 3 스파이더는 파워트레인보다는 실내외 트림이 달랐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렇게 스타일만 바꾼 것은 1970년대 핵심 시장인 미국의 상황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석유 위기, 안전에 대한 인식 변호, 환경운동의 증가, 그리고 자동차 이익 배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 결과 미국 정부가 컨버터블 모델이 주를 이르고 있는 스파이더를 수입 금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이런 위기감 속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재정 위기 속의 알파 로메오에게는 커다란 위험이었다. 


어쨌든 스파이더의 외형은 강화된 캐릭터 라인과 고무 범퍼 등이 그대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 여러 매체의 기사를 통해 시리즈 3의 향상된 핸들링과 부드러운 기어 레버 등 기동성에 관해 여러 매체의 찬사를 받았다. 여러 장점을 가진 세 번째 시리즈 스파이더는 미국 시장에서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 도로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스파이더의 대표 모델이 되었다.

스파이더 시리즈 4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디자인

출처Collecting Cars

최종 변경 사항은 1990년 스파이더의 마지막 모델인 시리즈 4였다. 1979년에 보쉬가 개발한, 진화된 전료 분사 시스템인 모트로닉(Motronic)을 전 모델과 차이가 없다는 평을 들었다.

시리즈 4 모델의 대부분은 117마력 2.0L 엔진을 채택하며 북미 시장의 생산 대수의 75%가 수출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렇게 사랑받게 된 이유는 성능만은 아니었다. 플래그십 모델인 164 등의 영향을 받은 테일 디자인 등으로 1980년대의 전통적으로 균형미와 수려한 선을 가진 보디와 파워 스티어링과 파워 브레이크, 파워 윈도우 등 편의 사항을 채용한 것도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였다.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수입 판매된 적이 없는 수많은 모델 중에 1세대의 모델이 30여 년 동안 4번 이상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자동차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2번의 석유파동과 글로벌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지켜낸 스파이더를 만날 때마다 드는 기분이 있다.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그래듀에이트 2.0 엔진

전통과 대중적인 매력, 품질을 지켜낸 이 모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사랑 받는 자동차의 핵심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높은 연비와 지루하지 않은 라인의 스타일리시한 차체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같은 모델들이 공도를 달리는 모습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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