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형 로드스터, 트라이엄프 TR3

조회수 2020. 10. 5.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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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트라이엄프의 영광을 담은 모델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당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는 영국이었습니다. 영국 자동차 산업은 영국의 ‘슈퍼파워’를 바탕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주었고, 세계 각지의 자동차 회사는 영국 자동차를 모방하기 바빴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오스틴 7은 반제품 형태로 여러 나라에 수출되어 현지에서 조립 생산되었죠. 머나먼 일본 닛산자동차는 이 차를 복제한 첫 차를 양산합니다.

트라이엄프 TR-3


하지만 이러한 영광은 100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가 약진하기 시작했고 독일 자동차 회사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자 영국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합종연횡, 인수, 합병을 거쳐 정부 주도의 회생 대상이 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속출했죠.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영국 자동차 브랜드의 대부분은 해외 자동차 회사의 소유입니다.

20세기 초 트라이엄프 자동차 공장의 모습


이처럼 자본의 국적으로만 놓고 보면 영국 자동차는 사실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브랜드에 담긴 가치와 헤리티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옵니다. 오늘 이야기할 트라이엄프도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분야에서 남다른 브랜드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시작해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성장


트라이엄프는 19세기 말 자전거를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로 출범합니다. 20세기 초부터는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에 납품한 것을 계기로 영국 최대 모터사이클 회사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을 만들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920년대에는 자동차도 만들게 되죠.


트라이엄프의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는 여러 레이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둡니다. 1950년대에는 아름답고 특징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가진 트라이엄프 TR3를 세상에 선보이죠. 프로토타입 TR1을 거쳐 탄생한 TR2, 그리고 그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TR3는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트라이엄프의 아이코닉 모델로 떠오릅니다.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한 차에 담아


툭 튀어나온 헤드램프와 웃는 모습을 떠올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늘씬하게 빠진 엉덩이, 뒷바퀴에 가깝게 위치한 시트 등 전형적인 영국 로드스터의 비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측면 디자인은 수많은 영국 로드스터 사이에서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단 지금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노출된 좌석이 ‘과연 측면충돌에서 안전할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50~60년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를 지금의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죠.


작은 차체에 자리 잡은 배기량 2,000cc급 엔진은 요즘 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1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며, 약 10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등 성능에서도 결코 모자람이 없습니다. 실내는 그 시절 자동차의 느낌을 충실히 전달합니다. 커다랗고 가느다란 스티어링 휠, 중앙에 배치된 각종 계기의 모습에서 영국 로드스터의 전통을 경험할 수 있죠.


그러나 실제 주행을 시작하면, 뭔지 모를 불편함도 느껴집니다. 기어를 바꿀 때는 옆 사람의 다리에 걸리기도 하며, 요즘 차와 비교하면 둔탁하게 움직이는 하체도 불안합니다. 특히 싱크로가 약한 탓에 1단에서 2단 기어로 변속할 때는 ‘더블 클러치’ 기술을 더러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도 60년이 넘은 자동차가 들려주는 엔진 사운드와 고유의 진동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합병과 청산, 그러나 지금도 이어지는 정신


트라이엄프는 다른 영국 회사에 합병되거나 인수된 이후로도 지속해서 트라이엄프 TR4, TR5, TR6, TR7 등 TR 시리즈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스핏파이어 등 새로운 로드스터를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1980년대에 회사가 완전히 청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영국 로드스터의 아이코닉으로 자리한 트라이엄프와 TR3는 아직도 전 세계 클래식카 마니아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글 김주용(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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