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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만의 재조명, 이스즈 올드카들

조회수 2020. 9. 21.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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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이스즈의 매력적인 승용차들


최근 GM이 세단 라인업을 모두 정리하고 SUV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포드와 FCA도 세단 라인업을 정리하고 SUV와 픽업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지요. 세단 등 일반 승용차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잘 팔리는 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전통적인 승용차 사업을 접겠다는 건데, 쉽게 결정하기 힘든 전략이지요.


하지만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인 이스즈(ISUZU)의 전례도 있습니다. 1949년 영국의 한 회사에서 녹다운(CKD) 방식으로 부품을 수입해 승용차를 만들기 시작했던 이스즈는 1993년부터 승용차의 자체 생산을 종료하고 지금은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몇몇 시장에는 SUV나 픽업트럭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다른 브랜드와 협업해 만들고 있지요.


이스즈가 생산한 승용차들이 결코 품질이 나쁘거나 못나서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좋은 모델이었지만 마케팅 등 판매 전략이 부족했었죠. 잘 할 수 있는 상용차에 집중해 활로를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승용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얼마 전, 이스즈의 옛 승용차인 벨렛, 117 쿠페, 피아자, 제미니 등이 즐비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들어 이스즈의 오래된 승용차들이 재평가를 받는 시점에서 이스즈의 옛 명차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이 멋진 공간을 함께 둘러보시죠.

1960년대 일본 모터스포츠를 평정한 벨렛


196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벨렛(BELLETT)은 당시 모터스포츠 시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알파로메오를 닮은 다부진 인상이 매력인데요. 닛산 스카이라인의 등장 전까지는 수많은 드라이버와 팀에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스즈 벨렛은 자동차 수집가들이 끊임없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스즈를 상징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모두에게 사랑받은 쥬지아로의 117 쿠페


이스즈의 대표작인 117 쿠페는 1960년대 말에 등장해 1981년까지 생산됐으며,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유려한 디자인과 다양한 구동계로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벨렛이 성능과 기술에 집중한 하드코어적인 성격의 차였던 것과 달리 117 쿠페는 스타일리시한 승용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현재 마니아들은 초기형 117 쿠페에 많은 사랑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각 듀얼 헤드램프를 적용한 후기형에 비해 원형 듀얼 헤드램프를 얹어 옛 감성이 충만하거든요. 자동변속기 사양도 있어 지금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제미니


벨렛의 가지치기 모델 중 하나였던 ‘벨렛 제미니’는 1970년대에 제미니라는 정식 이름을 부여받아 별개의 모델로 거듭났습니다. GM의 글로벌카 전략인 ‘T카 프로젝트’로 인해 독일 오펠의 카데트를 바탕으로 생산되었지요. 이 차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 모델입니다. 대우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가 카데트 바탕의 제미니의 일부 부품을 국산화해 생산했습니다. 포니나 브리사에 비해 고급 소형차 취급을 받았지만 구형 엔진을 얹은 탓에 연비가 떨어져 판매에서는 포니에게 밀렸지요.


제미니는 대우차 시절에도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앞뒤 일부 모습을 바꿔 맵시로 출시되었고, 이후 맵시나로 진화하면서 작은 로얄살롱을 표방하기도 했지요. 맵시나는 르망이 나오기 전까지 대우차의 주력 소형차였으며, 르망이 나온 이후에도 영업용 택시로 1980년대 후반까지 생산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르망도 본래 모델은 당시 오펠의 신형 카데트였습니다.

쥬지아로의 선물, 피아자


오랫동안 이스즈와 여러 가지 작업을 해왔던 쥬지아로는 1981년 이스즈에게 아름답고 정갈한 디자인의 쿠페를 선물했습니다. 117 쿠페의 후속으로 출시된 피아자(PIAZZA)라는 모델인데요. 쥬지아로가 전 세계에 유행시킨 쐐기형 디자인을 적용한 마지막 모델입니다. 현대 포니, 폭스바겐 시로코, 아우디 쿠페, 드로리안 DMC-12, 로터스 에스프리 등 디자인의 유사성이 있는 많은 차들이 모두 쥬지아로의 손길로 태어났죠.


라라클래식도 로터스 에스프리,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쿠페 GT 등과 함께 쥬지아로의 역작인 이스즈 피아자를 한 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피아자는 수출 지역에 따라 임펄스(IMPULSE)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이스즈 피아자는 유려한 디자인과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라라클래식이 보유한 이스즈 피아자의 운전석 주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계기판 좌우에 조작부를 둔 디자인은 지금 봐도 흥미롭습니다. 참고로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현대 포니2도 아주 살짝 비슷한 느낌이 나지만 피아자만큼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스바루 XT, 토요타 MR2, 닛산 300ZX 등도 같은 맥락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피아자는 헤드램프 전체를 숨기는 것이 아닌, 일부만 들어 올리는 방식의 리트렉터블 헤드램프를 채용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쐐기형 디자인과 함께 피아자의 가장 큰 외관상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스즈는 40여 년간 다양하고 매력적인 승용차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승용차 생산을 중단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스즈의 오래된 승용차들이 수집가들 사이에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높은 가격을 주고 벨렛을 찾아 리스토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많은 수집가들이 상태 좋은 117 쿠페를 찾고 있습니다. 피아자 역시 수가 줄어들면서 남은 차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요.


이스즈가 승용차 생산을 중단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스즈의 매력적인 올드카들이 재평가를 받는 것을 보니 기쁨과 아쉬움,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되네요.


글 김주용(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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