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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스러움과 헤리티지, 그리고 S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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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스페셜 모델 개발의 산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의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뒤에서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너무도 강렬한 빨간색의 스포츠카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길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 빨간색 스포츠카는 다름아닌 재규어 E-타입이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 중 하나로 꼽히는 재규어 E-타입을 필자는 처음 만났다.

재규어 E-타입의 아름다운 눈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재규어가 몇 년 전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라는 특별한 조직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규어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반적인 양산차에는 적용하기 힘든 고성능 차와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소수의 스페셜 차를 개발하는 일 등을 주업무로 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이 SVO가 만든 고성능 차를 의미하는 SVR 모델이 양산차에도 적용되어 생산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영국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인 재규어의 헤리티지와 함께, 이 브랜드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SVO를 소개하려 한다.

재규어 헤리티지의 시작

재규어의 창업자 윌리엄 라이온스경의 젊은 시절 모습


1922년 윌리엄 라이온스(이하 라이온스경)는 친구인 윌리엄 웜즈레이와 함께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를 설립한다. 이 회사가 바로 재규어의 뿌리이다. 사이드카 제조 사업을 확대해 가며 자동차 커스텀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스왈로우 사이드카


당시 영국에서는 오스틴 세븐이라는 소형차가 베스트셀러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라이온스경은 이 오스틴 세븐의 섀시를 가져와 보디를 만들거나 내·외관을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나하나 고객의 취향에 맞춰 오더메이드(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오더메이드 방식을 영어권에서는 비숍(bisho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개인 입맛에 맞춰서 하는 제작’ 정도이다.

라이온스경과 그의 부인


이렇게 섬세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의 자동차 ‘오스틴 세븐 스왈로우’는 부유층들은 물론 일반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라이온스경은 1928년 사명을 스왈로우 코치빌딩 컴퍼니로 변경해 코치빌더로서의 화려한 비상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자동차 메이커로의 변신

1938년형 재규어 SS 100 [출처: Lothar Spurzem]


오스틴 세븐을 커스텀한 오스틴 세븐 스왈로우라는 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라이온스경은 독자적인 자동차 제작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1932년 독자적인 설계의 첫 자동차인 SS1, SS2를 세상에 내놓고 본격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게 되는데, 이 자동차들은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럭셔리하고 우아한 자동차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다시 한번 큰 성공을 하게 된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재규어의 철학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SS 재규어 100 쿠페


스왈로우 코치빌딩 컴퍼니는 코치빌더가 아닌 본격적인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기존 사명의 이니셜을 딴 SS와 자동차 메이커라는 의미의 Cars를 조합한 ‘S. S. Cars Limited(SS Cars)’로 사명을 변경하고, 곧이어 새로운 차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이 당시 발표한 모델은 ‘SS 재규어 90’, ‘SS 재규어 100’ 등인데, 지금은 그 가치가 상당해서 클래식카 컬렉터들이 항상 위시리스트에 넣고는 하는 모델이다.

재규어 자동차 주식회사의 탄생


자동차 메이커로서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던 SS Cars에게 나치를 연상시킬 수 있는 사명은 걸림돌이 되었다. 1945년, 그동안 자동차의 모델명으로 사용하고 있던 재규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재규어 자동차 주식회사(Jaguar Cars Limited)’로 사명을 변경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재규어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사실 이 재규어 자동차 주식회사라는 회사명은 이미 1930년대에 등록되어 있던 것인데, 이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키로 한 것은 1945년이니 약 10년 동안 잠자고 있던 재규어가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것이기도 하다.

재규어 XK120


재규어는 매력적인 스포츠카를 통해 명성을 높이고자 했는데, 1948년 발표한 XK120은 이런 재규어의 위치를 확고하게 해주었다. 재규어 XK120의 모델명은 최고속도가 시속 120마일에 달하는 스포츠카라는 것에서 유래하는데, 이후 진화된 XK140, XK150 역시 최고속도를 모델명에 붙이기도 했다.

재규어의 클래식 레이싱카들


1950년대에 들어서 재규어는 모터스포츠에 본격적인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C-타입과 D-타입 등으로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연승을 이어 나간다. 이런 모터스포츠의 활약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재규어의 이미지에 ‘고성능’이라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확고하게 더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1997년 100주년을 맞이한 다임러


스포츠카와 모터스포츠뿐만 아니라, SS1과 SS2에서 시작된 고급 승용차의 라인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서 재규어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었다. 1960년에는 황실과 귀족을 위한 고급 승용차 브랜드인 ‘다임러(The Daimler Company Ltd)’를 인수하고 영국의 최고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거친 파도를 넘어선 재규어

재규어 D-타입 [출처: Jaguar MENA]


인류가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이후 1950년대까지의 50~60년 동안 영국의 자동차 산업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명차들은 전 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과 1960년대 들어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일본 등 경쟁국들의 자동차 산업 성장과 영국 내부의 여러 문제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재규어도 이런 시련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68년에 탄생해 5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XJ


영국 정부 주도의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1966년 재규어는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에 합병되어 국유화되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도 복잡한 합병과 변경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재규어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신차를 개발하고 진보와 개선을 시도했다.

재규어 XJ-S


지금까지도 재규어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XJ가 처음으로 출시된 것도 이즈음의 일이고, E-타입 생산종료 후의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XJ-S를 개발해 출시한 것도 이런 어려운 시기의 일이다. 이런 재규어의 모습에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결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진군해 가는 영국 기사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과장일까?

재규어의 화려한 부활

재규어 XJR-9LM [출처: Geograph]


1984년 다시 민영화된 재규어는 그 이전의 시기보다 수배의 생산량과 판매량을 달성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포드와의 전략적인 자본제휴와 기술제휴를 통해 신차를 개발하고, 카레이스에 다시 출전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미국 포드에 경영권이 완전히 이관되면서 과거의 비효율적인 것들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신차를 개발하며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재규어는 2008년 인도 타타모터스의 품 안에 들어갔다


고급스럽고 특별한 자동차만을 소량으로 만드는 메이커가 아닌 대량생산 메이커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약 20년간 포드와 함께 동반 성장하고 있었던 재규어는, 2008년 SUV의 절대강자인 랜드로버와 함께 인도의 타타모터스에 매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재규어의 첫 순수전기차, I-페이스


다양한 모델 라인업과 전기자동차 등 럭셔리 볼륨 메이커의 하나로서 미래의 모빌리티까지 준비해 가고 있는 재규어의 현재 모습을 보고 있자면, 1960년대 재규어의 창립자인 라이온스경이 마크1, 마크2, S-타입 등의 스몰 재규어를 만들며 꿈꾸었던 재규어의 이상향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규어스러움과 헤리티지, 그리고 SVO

재규어 F-타입 SVR [출처: Jaguar MENA]


재규어의 전통과 헤리티지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과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듯, 영국인들은 ‘재규어답다’라는 의미로 재규어니스(Jaguarness)라는 단어까지도 만들어 사용하곤 한다. 수십 년간 소량생산을 통해 소수의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자동차만을 만들어 오던 재규어이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익창출을 가장 큰 가치의 하나로 여기는 대량생산과 대량판매 체제를 지속하면서 ‘재규어니스’를 온전히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SVO가 제작한 재규어 E-타입 전기차


이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재규어는, 재규어니스를 구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를 출범시켰다. 레인지로버 클래식이나 재규어 E-타입 등 전통과 헤리티지를 담은 의미 있는 한정판 모델을 새롭게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나 재규어 E-타입의 전기차를 개발하기도 한 SVO는, 재규어의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탄생시킨 고성능의 SVR을 빚어내기도 했다.

재규어 XE SV 프로젝트 8


SVO는 이미 F-페이스 SVR, F-타입 SVR, XE SV 프로젝트 8 등 고성능 지향의 SVR(Special Vehicle Racing)을 만들어 냈고, 앞으로 첨단 편의장비 및 AI 등을 적용한 SVA(Special Vehicle Autobiography), 그리고 월등한 오프로드 성능의 SVX(Special Vehicle X-country)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예정인 듯하다.

재규어 SVO의 산실


소량생산을 통해 소수의 특별한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어 온 재규어의 전통과 헤리티지. 볼륨 메이커로 진화해 가는 재규어가 SVO를 통해 그 전통과 헤리티지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준비가 된 듯하다. SVO는 재규어의 창립자인 라이온스경처럼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연금술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윤영준(라라클래식 공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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