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올드카 차체복원 팁

조회수 2020. 7. 20.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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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은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작업 - 작업자와의 소통, 실력과 신뢰가 중요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올드카 복원'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클래식카, 올드카 마니아도 많이 늘었고, 이런 차들이 예쁘고 아름다운 원래 모습을 되찾게 하려는 여러 작업 사례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라라클래식이 복원 중인 올드카 중 하나인 1995년식 재규어 XJ(X300)의 예를 보며, 올드카 차체 복원 시 주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올드카 복원, 또는 클래식카 리스토어는 크게 세 가지 즉 기능 복원, 차체 복원, 내장 복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본 상식 정도로 생각해야겠습니다. 그 밖에도 상세 분류는 더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이 세 가지가 가장 기본적이죠. 복원 순서는 기능 복원 -> 차체 복원 -> 내장 복원 순으로 할 수도 있고, 차체 복원을 가장 먼저 한 뒤에 기능 복원에 이어 내장 복원을 하는 순서도 가능합니다. 차의 종류나 상태, 그리고 작업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맨 나중에 내장 복원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녹은 철저하게 제거,
도장은 부분도 무방

이번 X300 재규어 XJ 복원 작업에서는 차체 복원을 가장 먼저 하기로 했는데요. 먼저 기본적인 판금을 끝내고 도장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도어 핸들이나 몰딩, 도어 미러 등 도장할 부분의 여러 부품을 미리 제거했습니다.

휠 아치 부분은 녹이 있어 판금을 했습니다(검은색 부분). 그리고 조수석 쪽 옆면 전체 패널이 전 소유주들을 거치면서 이미 여러 차례 작은 보수를 한 흔적이 있었는데, 패널마다 색이 모두 다른 데다가 도장 품질도 좋지 않더군요. 이 부분은 전체적인 도장 보수가 필요했습니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패널별 색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진에 보이는 조수석 쪽 옆면 패널 네 개는 모두 재도장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도장보다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면서도 높은 품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운전석 쪽 패널들이나 지붕, 보닛, 트렁크 등은 도장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아, 광택 작업을 통해 품질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부품은 해외에서 조달

여기에 더해 앞 범퍼는 전 소유주 중 누군가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도장해 놓았기 때문에, 탈거해서 제대로 도장하기로 하였습니다. 범퍼가 차체에 달린 상태에서 마스킹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도장을 해 놓았더군요. 멋진 클래식카가 제멋을 낼 수 있도록 관리하지 않은 셈이죠.

현재 복원 작업 중인 재규어 XJ의 정확한 모델 등급에 맞지 않는 헤드램프 워셔 노즐 부착 타입의 범퍼가 달려 있는데요. 범퍼 내부에는 노즐에 연결되는 호스까지 달아 놓은 상태였지만, 정작 워셔액 탱크에서 이 부분으로 액을 보내는 모터는 없습니다. 규격이 다른 것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겁니다. 

범퍼 내부의 호스는 제거해도 되지만 일단은 그대로 남겨두고, 외부 크롬 몰딩은 전에 해외에서 구매해 놓았던 노즐 없는 타입의 제품으로 교체해 달 예정입니다.

도장의 비용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선처리 작업(판금, 퍼티 작업, 샌딩 등)의 수준, 사용하는 페인트의 종류, 시설의 규모와 수준, 작업자의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중요한 것 하나는 도장할 곳 주변의 부품 탈거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앞 범퍼와 조수석 쪽 옆면의 모든 부품을 떼어낸 뒤에 제대로 도장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부품을 떼어내고 도장하면 부품 탈거 공임이 들게 되고, 간혹 부품이 부러지거나 훼손되는 경우도 있어 작업 시간과 비용이 늘어납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대표적 예로는 엔진룸 내부 도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엔진을 포함해 모든 부품을 떼어낸 뒤 도장을 하고 다시 엔진을 넣어 조립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면 도장 완성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특히, 클래식카는 부품 탈거 때 오래되어 경년 열화된 부품들이 바스러지듯 부서지거나 가루가 되어 버리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험이 있는 작업자는 도장 준비 과정에서 탈거 작업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부품 파손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작업자가 조심스럽게 작업해도 파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서, 클래식카 오너라면 제대로 된 품질의 도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파손은 각오해야 합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작업자는 제 결정을 기다리며 부품 탈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제 입에서 나온 "부셔져도 돼요. 구해서 고치면 되죠!"라는 이야기를 듣고 탈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 예로, 이 X300 재규어 XJ에서도 도어 핸들 탈거 후, 그 뒷면에 있는 고무 실(rubber seal)이 모두 바스러졌는데요. 특히 생산한 지 20년이 지난 차의 고무나 플라스틱, 그리고 가죽 부품들의 손상은 꽤 심한 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이 X300 재규어 XJ의 도어 핸들용 고무 실 정품을 싼 값에 구할 수도 있고 대체품이 판매되기도 하는데요. 이번 도장 일정을 생각하면 고무 실을 구해오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바스러진 고무 실을 그대로 쓸 수는 없어, 사진과 같은 고무테이프(스폰지 테이프)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이 테이프의 소재는 EVA로, 스펀지와 고무의 중간 정도 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한쪽 면에 접착제가 있어, 붙여가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VA는 방진재나 흡음재로서 이미 자동차에 폭넓게 쓰이고 있는 소재입니다.

클래식카 복원은 오케스트라 연주 -
실력과 신뢰는 기본

이렇게 클래식카 하나를 복원하려면 미리 준비할 것도 있고 그 과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필요한 부품을 입수해 놓고, 대체품이나 대체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작업 중 생길 수 있는 비정상적인 것에 대해 늘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이 모든 것을 차주와 작업자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진행해야 하니, 올드카나 클래식카 복원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작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인과 함께 하는 연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실력과 신뢰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 김주용 (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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