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 지프의 DNA를 담은 다목적 컨버터블, 윌리스오버랜드 지프스터

조회수 2020. 3. 16.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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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지프' 윌리스 MB에서 태어난 지프스터는 지프의 기능에 승용차 감각을 더한 독특한 크로스오버 카였다

한적한 국도와 산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이 느껴진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한 싹이 움트고 굳게 얼었던 땅이 사르르 녹아 촉촉한 길을 만들고 있다. 그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따스한 햇볕을 더 담고 싶은 드라이버의 가슴은 어느새 차의 지붕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거추장스럽다. 

잘 포장된 도로나 자갈, 모래, 진흙탕 등으로 가득한 오프로드에서도 천장을 열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여러 차들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장의 포화 속에서 태어나 종전 후에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윌리스 MB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다목적 컨버터블의 시작을 알린 지프스터(Jeepster)다. 1948년에 탄생해 2018년에 콘셉트 카로 부활한 이 차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크로스오버 차의 초기 개념을 보여준 1세대 지프스터

지프스터는 크로스오버 카의 초기 개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지프의 기능과 외관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세단의 부드러운 주행 특성을 겸비한 다목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프의 산실인 윌리스오버랜드가 군용차가 아닌 민간용 차를 생산할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 우선 전쟁 중 함께 지프를 생산했던 포드가 사업 방향을 승용차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윌리스오버랜드만 지프를 생산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내에 약 4백만 명이 농경, 가축 사육, 낙농업, 산림업에 종사했지만 소나 말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트럭이나 트랙터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출처: FCA US LLC
1948년형 윌리스오버랜드 지프스터

이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윌리스오버랜드는 윌리스 MB의 서스펜션과 시트 등을 간단하게 개선한 다목적 차를 공급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민간용 지프 즉 CJ(Civillian Jeep) 라인 모델의 탄생 배경이다. 이후 1946년 차체 전체를 강판으로 만든 윌리스 왜건을 내놓았고, 일 년 뒤에는 지프 트럭을 양산하여 지프 브랜드의 모델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윌리스오버랜드는 승용차를 연구 개발할 여력이 부족했다. CJ, 왜건 그리고 트럭은 농업용으로는 매우 실용적이었지만 세단처럼 편안하고 부드럽게 달리지는 못했다. 윌리스오버랜드는 포드 등 다른 브랜드 승용차와 주행 감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프스터의 디자인과 생산을 결정했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윌리스 스테이션 왜건과 픽업트럭의 그릴, 보닛, 앞 펜더 등 많은 부품을 공유했지만, 값이 1,765달러로 높게 정해져 소비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마니아가 소장한 초기형 지프스터

지프스터는 당시 저명한 산업 디자이너였던 브룩스 스티븐스(Brooks Stevens)가 저가형 페이튼이란 개념으로 디자인했지만, 기존의 지프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생산 라인의 차 즉 세단의 이미지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전쟁에 참전했던 일부 사람들이 독일 군용차 같다며 비난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사륜구동 방식이 아닌 후륜구동을 채택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기존 지프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라던 잠재적 고객층으로부터 외면받은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프스터의 동력계는 기존 윌리스 CJ의 직렬 4기통 62마력 '고데빌(Go-Devil)' 엔진과 보그워너(BorgWarner) T96 3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한 것이었다. 서스펜션은 뒤에 전작들과 같은 세로 판 스프링을, 앞에 윌리스오버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인 델마 걸 '바니' 루스(Delmar Gerle 'Barney' Roos)가 만든 플래너다인(Planadyne) 독립식 설계를 써 산길에서도 흔들림이 적은 주행을 보장하였다. 브레이크는 네 바퀴에 모두 벤딕스(Bendix) 9.9인치 드럼을 썼다. 

2세대 지프스터의 탄생과 그림자

이렇게 1948년경부터 생산된 1세대 지프스터는 1949년에 6기통 라이트닝 L 148 엔진이 선택사항으로 추가되었다. 하지만 마케팅 부서의 부족으로 라디오나 신문에 광고 노출이 적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50년에는 브이(V)자 모양의 그릴과 새로운 형태의 계기판을 단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생산되었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그로 인해 1세대 지프스터는 끝내 생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C-101 지프스터 코만도(C-101 Jeepster Commando)라는 이름으로 2세대 지프스터가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출처: FCA US LLC
카이저 산하에서 나온 2세대 지프스터 코만도

또한, 직렬 4기통 F 헤드 엔진을 기본으로 뷰익의 90도 V6 엔진의 금형 등 설비를 인수해 만든 160마력 던트리스 V6 엔진을 선택사항으로 내놓아 보다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모델은 C101 스테이션 왜건의 디럭스 버전으로, 기존의 커튼식이 아닌 슬라이딩 방식 뒷유리를 달고 내장재와 투톤 차체 색을 선택할 수 있었다.

1970년 2월에 지프의 주인이 카이저 모터스에서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로 바뀌면서, 지프스터 코만도의 이름도 지프 코만도(Jeep Commando)가 되었다. AMC 산하의 지프는 브랜드의 저변을 넓히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지만, 지프 코만도의 판매는 오리지널 지프스터와 마찬가지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 이유로 1973년 지프 코만도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었다.

출처: FCA US LLC
2018년에 선보인 지프스터 콘셉트

전쟁과 오일쇼크 그리고 여러 주인의 손을 거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이어나가고 있는 지프의 역사를 대표할 만한 모델은 어쩌면 지프스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8년에는 오리지널 지프스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하나의 모델이 등장했다. 랭글러 루비콘을 바탕으로 1966년부터 생산된 2세대 지프스터의 색상과 스타일링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의 콘셉트카가 나온 것이다. 이 모델을 보면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명언이 떠오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글 라라클래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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