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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싶은 욕망의 표현, 레이싱 스트라이프

조회수 2020. 3. 16.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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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스트라이프는 강력함의 상징을 뛰어넘어 색다른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1997년 당시 국내 자동차 동호회에서 엄청난 이슈 메이커는 현대 티뷰론 스페셜이었다. 이 모델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알루미늄 차체 패널과 2.0L 베타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라는 것보다, 현대자동차 최초로 외부 회사와 협업하여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알루미늄 휠, 서스펜션을 적용한 모델이라는 점이었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 티뷰론 스페셜

또한, 다른 모델에 비해 확연히 돋보이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500대 한정판임을 강조하는 듯한 흰색과 노란색으로 구성한 레이싱 스트라이프(이하 스트라이프)를 붙인 것이 특징이었다. 우리나라에 랩핑(차체 전체 또는 일부에 필름을 씌워 치장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1990년대에 현대 울산 공장에서 한 명인의 손을 거쳐 일일이 잘라 붙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처럼 멋스럽고 스포티한 느낌의 스트라이프의 역사와 진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레이싱 스트라이프의 탄생

1950년대에 국제자동차연맹은 각국을 대표하는 레이싱 팀에 국가를 나타내는 차체 색을 쓰도록 했다. 규정에 따라 독일은 은색, 이탈리아는 빨간색, 영국은 녹색, 미국은 흰색으로 경주차를 도색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브릭스 커닝엄(Briggs Cunningham, 이하 커닝엄)은 1951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하는 C2-R의 보닛, 지붕 및 후면을 따라 파란 띠를 한 줄 그려 넣었다. 그것은 관중들에게 흰색의 평범한 미국 경주차와 자신의 팀 경주차를 구별하기 쉽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더 스포티하고 빠른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고, 사람들은 이후 몇 년 동안 이런 스트라이프를 가리켜 '커닝엄 스트라이프'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출처: pxfuel
영국을 상징하는 녹색 차체의 애스턴 마틴(앞)과 나란히 달리는 미국의 상징색인 흰색 차체의 AC 코브라

레이싱 스트라이프의 창시자인 커닝엄은 미국 스포츠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레이서, 팀 단장, 자동차 제조업자로 활동했다. 그는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 부문에서의 빛나는 업적으로 미국 모터스포츠와 국제 모터스포츠 그리고 미국 컵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이었다. 


커닝엄은 1907년에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와 자동차 경주에 관심을 키워나갔다. 20대 초반이던 1931년에 대서양 횡단 경주에 우승한 도레이드 호의 승무원으로 참여해 첫 번째 경주 우승을 차지했고, 그즈음 자동차 경주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주를 시작한 후 20여 년 동안 그가 자동차 쪽에 남긴 발자취는 1949년에 페라리의 역사적 첫 GT 모델인 166 인터를 구매한 것과 애스턴 마틴 DB2로 세브링 내구 레이스에서 17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1951년 6월에 커닝엄 C2-R 로드스터로 르망 24시간 경주에 참가했지만 주행 중 파손으로 인해 리타이어했다. 이후에도 커닝엄은 여러 경주에 참가하면서 유능한 레이서와 기술자들과 함께 C2-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C4-R을 개발했고, 르망에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나갔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952년형 커닝엄 C4-R

또한 1953년 C3이라는 투어링 카를 25대 생산,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 당시 개정된 미국 세법 때문에 저소득 제조업체가 받던 면세 특혜가 제한되면서, 커밍햄은 자동차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57년 자동차 수입 사업을 시작한 그는 재규어 E-타입을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차로 르망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갔다. 

레이싱 스트라이프, 관객의 호응을 얻다

커닝엄은 1960년대 영미 합작으로 생산한 AC 코브라를 가지고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르망 24시간 경주 등에서 페라리와 포르쉐처럼 쟁쟁한 메이커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셸비 데이토나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 스트라이프를 더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의 호응을 끌어냈다. 강력한 힘의 상징으로써 스트라이프의 효과를 인상적으로 증명한 것이었다. 또한, 스트라이프는 경주차뿐 아니라 양산 모델에서도 고성능과 고출력을 나타내는 디자인 이상의 의미가 있게 되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964년형 셸비 데이토나 쿠페

이렇게 브릭스 커닝엄이 서킷에서 스트라이프의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동안, 미국의 전설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브록(Peter Brock)은 도로에서 그 줄무늬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브록은 셸비 아메리칸(Shelby American)의 특별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셸비 데이토나 코브라 쿠페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BMW M이나 메르세데스 AMG처럼 맞춤형 배지를 쓰는 것을 극히 꺼렸다고 한다. 브록은 커닝엄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셸비 머스탱 GT 350에 보닛과 루프를 타고 흐르는 두 줄의 스트라이프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1965년형 셸비 머스탱 GT 350

레이싱 스트라이프의 전파

이런 배경을 가진 스트라이프는 '고 패스터 스프라이프(Go-faster stripes)'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과속 단속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강력한 힘과 속도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이 두 개의 선을 가진 모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고객은 늘어만 갔다. 미국 머슬 카의 필수 디자인 요소처럼 되고 있던 셈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탄생한 유니크한 스타일링은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1964년 파리 모터쇼에 공개된 르노 R8 고르디니(Renault R8 Gordini)였다. 그 당시 고르디니의 파란색 차체 위에 그려진 두 가닥의 흰색 줄무늬는 관중과 언론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고 한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의 영국에서는 이 디자인을 차체에 그려 넣는 유행이 생기기 시작했고 포드 로터스 코티나에 쓰인 것처럼 변형된 스타일의 스트라이프 디자인도 생겨났다.

출처: Renault UK Limited
르노 R8 고르디니의 보닛에 그려진 레이싱 스트라이프

1950년대 백만장자였던 커닝엄이 자신의 경주차를 구별하기 위해 고안한 줄무늬 디자인은 포르쉐 911 RSR, 닷지 바이퍼, 벤틀리 컨티넨탈 GT3-R, 람보르기니 우라칸 아비오 등 여러 고성능 모델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18년에 발매된 쉐보레 더 뉴 스파크 모델의 마이핏 서비스처럼 성능을 강조하기보다는 남들과 나만의 차를 꾸미려는 사람들을 위한 요소로 쓰이기도 한다.

출처: Chevrolet
쉐보레 더 뉴 스파크 마이핏에 포함된 레이싱 스트라이프

이제는 스트라이프를 넣은 모델이 '더 빠르고 더 강한 자동차’라는 소극적인 이미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경험의 법칙(Rule of Thumb)처럼 사람들이 줄무늬가 있는 차만 봐도 다르다고 느끼는,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와 쉐보레 등이 선보인 스트라이프 디자인이 더욱 다양하고 많은 모델에 적용되길 기대해 본다.


글 라라클래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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